휴머노믹스, 인간의 자리를 남겨 놓은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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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믹스, 인간의 자리를 남겨 놓은 경제학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11.08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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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머노믹스: 경제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 | 디드러 낸슨 매클로스키 지음 | 박홍경 옮김 | 세종연구원 | 234쪽

 

전작 『트루 리버럴리즘』을 통해 진정한 자유주의의 가치 회복을 외쳤던 저자 매클로스키가 이번에는 경제학과 역사학에서 휴머노믹스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휴머노믹스(humanomics)란 말은 2010년경 실험 경제학자 바트 윌슨이 만든 용어다. 인문학적으로 경도된 역사학자와 숫자 및 수학에 경도된 경제학자가 사회현상들을 공동으로 연구한다면 경제학 기반의 인문학이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휴머노믹스다. 

그동안 저자는 경제학에서 죄수의 딜레마, 공유지의 비극 등 비유와 역사를 설명하고 비판하는 데 인문주의 기법이 중요한 학문적 위상을 지닌다고 주장해왔다. 이 책에서는 2021년경 주류경제학에서 사용하는 모델, 수학, 통계, 실험 등을 수용하면서, 이를 인문학적 성찰과 방법론으로 보완하는 경제학을 지칭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더 나은 휴머노믹스와 휴머노믹스의 향상을 위해 사례와 세부 정보를 바탕으로 미래를 전망한다.

그동안 경제학은 철학, 문학, 신학, 역사와 더불어 문화인류학, 질적 연구 등 관련 인문학을 무시해왔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를 시작으로 필립 윅스티드, 로널드 코스, 앨버트 허시먼, 아르요 클라머 등이 휴머노믹스의 선구자 역할을 했고 버넌 스미스, 바트 윌슨 등이 휴머노믹스 개념을 정립했다. 저자는 이처럼 경제학자들이 이미 수십 년 내지 수백 년 전에 휴머노믹스의 출현을 예견했으며, 경제학이 진정으로 카고컬트를 벗어난 학문에 이를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고 설명한다.

휴머노믹스는 미국에서 ‘인문학’이라 부르고 영국에서 ‘교양 과목’이라고 하는 인문 및 언어에 대한 성찰을 집대성한다. 한마디로, 인간의 사고와 발언, 인간의 행동에 미치는 결과를 비판적으로 숙고하는 거대하고도 세분화된 프로젝트다. 경제학자는 인문학을 실천하면서 정량적 연구와 정성적 연구를 모두 수행해야 하며 올바른 숫자와 범주를 사용해야 한다. 또한 윤리적으로 올바른 입장에 서야 하고 과학적으로 관련된 모든 지식을 어둠 속에서 탐색해야 한다.

저자는 이해보다 관찰을 중시하는 오늘날의 신제도주의와 행동경제학에 반대하면서, 경제학에서 수학 외에 소설, 철학, 역사를 고려하는 휴머노믹스를 주창하는 한편, 경제학이 행동주의의 도그마를 넘어 인간의 행동을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결함’을 믿는 태도에는 분명하게 선을 긋고 제도의 미비점을 서둘러 찾느라 학문적 분석을 무시했다고 지적하면서 시장에서 검증된 향상의 전 세계적 성공을 재확인하는 한편, 물질적 인센티브에서 인간의 역사, 도덕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실증적 조사가 발전해야 한다고 밝힌다.

저자는 휴머노믹스를 실현하기 위한 요소로 자유와 인문학을 꼽으며, 이제 경제학에는 행동주의를 넘어 인간의 생각에 대한 이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휴머노믹스를 실현하기 위한 킬러 앱으로 윤리학, 수사학, 자유주의의 존엄성, 아이디어 및 언어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자신과 의견이 다른 다수의 경제학자와 경제사학자, 철학자, 정치가의 사상과 이론을 꼼꼼히 분석한다. 특히 제럴드 가우스 등 분석철학자들이 현대 경제성장을 설명하는 휴머노믹스와 그 적용에 대해 제기하는 도전이나 의심에 역사적, 경제사적 자료들을 근거로 반박하고, 사회학자 잭 골드스톤, 경제사학자 조엘 모키르 등이 휴머노믹스에 가진 오해에 대해서도 분명하고 자세하게 밝힌다.

요컨대, 저자는 신제도주의와 행동주의의 통설을 뛰어넘는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며 경제학자들이 더욱 성숙해 인문학의 논리와 증거에 대해 더욱 겸허하게 접근하고 자유와 창의성을 포용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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