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공급망 회복력 위해 ‘Just-in-Time’보다 ‘Just-in-Case’ 전략으로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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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공급망 회복력 위해 ‘Just-in-Time’보다 ‘Just-in-Case’ 전략으로 대응해야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2.11.04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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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Global Supply Chains in a Post-Covid Multipolar World: Korea’s Options』 출간
- 핵심 원재료 확보 전략 수립을 위해 다변화된 협력 가능 국가 물색하고 기업-정부 간 보다 조화로운 협력 방안 필요해

 

21세기 초부터 한국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글로벌 공급망 구축은 기업의 효율성 증대와 비용 절감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간의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과 유럽 내 갈등은 탈글로벌화(deglobalization)의 가능성과 함께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을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정세 변화로 인해 수출 기반의 산업경제구조를 지닌 한국 입장에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는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이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연구보고서 『Global Supply Chains in a Post-Covid Multipolar World: Korea’s Options』를 출간했다. 이 연구에서는 공급망과 관련해 한국 산업의 취약점을 식별하고 각 산업들이 지속가능한 공급망 구조를 지니기 위해 바꿔야 할 것들에 대해 제안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파워로 자리매김한 미국과 중국, 두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이 향후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적 움직임으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제안했다.

2021년 6월 미국 행정부처들이 백악관에 제출한 ‘미국 공급망 검토보고서’에서 지적한 ① 반도체 ② 대용량 배터리 ③ 핵심광물 ④ 원료의약품 분야는 한국과의 연계성이 높으면서, 한국 관점에서 해당 분야의 공급망에 취약점들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한국 대용량 배터리 산업의 대중국 의존도는 상당히 높으며 특히 배터리 소재로 사용되는 리튬, 희토류 가공품의 대부분은 중국으로부터 수입되고 있다. 

하이테크 산업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각종 희귀광물들은 사용 전 가공단계에서 여러 번의 제련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해당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등의 부담으로 인해 한국은 해외로부터 조달하는 비중이 높다. 이처럼 한국의 높은 해외의존도는 취약점으로 꼽히며 국익 개선을 위한 결정권의 제약 요소로도 작용한다.

이번 연구는 한국이 (그동안 전략적 원재료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가정 하에) 기술개발 투자에 집중하는 한편, 전략적 원재료 접근성 관련 투자 수준은 저조하여 산업 목표와 핵심원재료 관리 간의 괴리가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한국의 주요 경쟁국인 중국의 경우 그동안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 등을 활용하며 아프리카를 포함한 세계 전 지역에 상당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여 원재료 확보에 힘써왔지만 한국의 대외원조나 해외투자 정책의 적극성은 미비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원재료 확보를 위한 투자가 여타 부문 대비 저조할 뿐만 아니라 산업의 기대 성장률 대비 핵심 원자재 관리 능력도 미흡한 실정이다. 또한 중국이 몇 년 전부터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분야에서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 높은 대중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 전 세계 제조업 부문에서 중국의 원재료 및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3.6%를 기록한 반면에 한국은 16% 수준이며, 특정 전자산업의 경우 해당 수치가 30% 가까이 올라간다.

이전에는 비용 절감에만 초점을 맞춰 공급망을 구축하였으나, 앞으로는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으로 인한 생산 중단에도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포함한 공급망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제조업을 보완할 수 있는 서비스 산업 공급망 구축 및 확대도 추진해야 한다. 한국이 이와 같이 단계별 절차를 밟아간다면 미국 수준까지는 어렵더라도 핵심 분야에서의 자체적인 공급망 구축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부가 리쇼어링 및 규제완화 정책을 펼쳐나간다면 외국기업의 대한국 투자를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통해 한국 내 공급망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RCEP, IPEF, CPTPP와 같은 역내 협력체 및 국가간 투자는 한국기업의 핵심 원재료 확보 역량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수출 주도형 국가인 한국 입장에서는 앞으로 예상치 못한 외부충격 및 지정학적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보다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 목표를 제시한다: ① 지속적인 고부가가치 제품 및 서비스 다변화 ② 효율성보다는 안정성을 추구하는 원재료 공급망 다변화 ③ ‘Just-in-time’보다는 ‘Just-in-case’ 전략의 재고관리 방안 도입 ④ 희귀물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혁신 ⑤ 전략적 중요도가 높은 산업의 리쇼어링 추진 ⑥ 무역원활화, 투명성, 규제협력 등의 개선 ⑦ 위기 발생 시 협력 가능한 메커니즘 마련 ⑧ 협정을 통한 서비스 교역 확대.

이러한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우선순위로 두고 한국 정부와 산업계의 협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신기술 및 신산업의 부상이 글로벌 경제를 선도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한국은 공급망 관리를 밑바탕에 두고 혁신 및 투자 전략을 세움으로써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한국은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며 미- 중 간 갈등이 심화됨에 따라 한국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한국 상황이 급진적인 변화를 맞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명확한 사고, 현명한 투자, 스마트한 대내외 정책 수립을 통해 두 국가와의 관계를 관리하며 의존도도 가능한 한 줄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는 글로벌 환경 속에 한국의 지속가능한 공급망 구축을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존의 ‘Just-in-Time’ 전략에서 ‘Just-in-Case’ 전략으로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의 주력 산업에 필요한 원재료들을 다변화된 국가들로부터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전략 변화는 비용 증가의 부담이 수반되지만, 향후 있을 수 있는 공급망 교란 시 발생할 비용에 비해서는 적은 수준일 것이다.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위해서는 필수 원재료 확보가 가능하고 신규 장기적·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이 가능한 국가들을 찾아 협력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양국의 국익 증진을 도모하는 것도 전략의 일환으로 꼽힐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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