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입 인종 배려는 역차별?…‘소수계 우대정책’ 폐지되나
상태바
美 대입 인종 배려는 역차별?…‘소수계 우대정책’ 폐지되나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2.11.04 17: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로벌 고등교육]
- 연방 대법원 31일 심리 시작…보수파 우위로 폐기 시사
- 대학 “다양성 위해 필요”…바이든 정부 지지·트럼프 때는 반대
- 미국인 10명 중 6명, 인종 고려하는 대입 정책에 반대

 

10월 31일 '소수계 우대 정책'에 대한 심리가 개시된 미 연방 대법원 청사 앞에서 학생과 활동가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VOA Korea

미국 연방대법원이 흑인, 히스패닉 등을 배려하는 대학 입학제도 ‘소수계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 위헌 여부에 대한 심리를 개시했다. 대법원 다수를 차지하는 보수 대법관들은 심리에서 소수 인종 배려 정책이 다른 학생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내 규정 폐지 가능성을 높였다.

어포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은 하버드를 비롯한 명문대학들이 신입생을 선발하면서 입학생 또는 재학생 비율이 적은 흑인과 히스패닉 계를 우대해 입학시키는 제도이다. 문제는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들 때문에 성적이 우수한데도 백인이나 한인 등 아시아계가 탈락하는 피해를 보고 있어 역차별 논란을 초래했으며 결국 법적 소송으로 비화됐다.

미 연방대법원은 31일(현지시간)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FFA: Students for Fair Admissions)이 소수인종 배려입학 제도로 백인과 아시아계 지원자를 차별했다며 노스캐롤라이나대와 하버드대를 상대로 각각 제기한 헌법소원을 연이어 심리했다. 이 소송 결과는 Affirmative Action의 존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전국적 주목을 받고 있다.

SFFA는 주로 아시아계 미국인 학생을 대변하고 있다. SFFA는 지난 2014년 이 소송을 처음 제기했으며 1·2심에서는 패소했다. 하급심에서는 “입학생 다양화를 위해 입학전형에서 인종을 하나의 요소로 고려할 뿐”이라는 대학들의 입장이 정당하고 고의적 차별 증거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보수 우위로 재편된 대법원이 이 사건을 심리하기로 하면서 지난 6월 낙태권을 폐기한 것처럼 기존 판례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SFFA를 대리하는 패트릭 스트로브리지 변호사는 이날 심리에서 “인종에 따른 분류는 잘못됐다”며 대법원이 인종을 평가 요인 중 하나로 허용한 기존 판례를 뒤집으라고 촉구했다.

SFFA는 하버드대가 아시안 학생을 차별해 연방 재정 지원을 받는 프로그램이나 활동에서 인종이나 피부색, 출신 국가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1964년 민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노스캐롤라이나대에 대해서는 백인과 아시안 지원자를 차별해 법의 보호를 동등하게 받을 권리를 규정한 헌법 14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소수계 우대정책 지지 입장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소수계 우대정책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낸 바 있다.

대법원은 가장 최근인 2016년 소수계 우대정책을 합헌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합헌 결정에 반대 의견을 낸 존 로버츠 대법원장, 클래런스 토마스, 새뮤얼 알리토 등 3명의 대법관이 현재 대법원에 있으며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3명까지 총 9명의 대법관 중 보수 성향이 6명이라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날 대학 측은 인종이 여러 평가 요소 중 하나의 요소이며 대학의 다양성 증진을 위해 필요한 장치라는 주장을 폈다. 인종을 고려하지 않으면 인구학적으로 다양한 분포의 학생을 확보할 수 없어 관점의 다양성이 사라진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SFFA 측 캐머런 노리스 변호사는 “(대학은) 의도한 수혜자들에게 낙인을 찍는다”며 “인종 의식을 키워 진정한 인종 중립으로 옮겨갈 수 있는 날을 지연시킨다”고 주장했다. 또 “바꿀 수 없는 것(인종)을 바탕으로 사람을 다르게 대해 분개를 일으킨다”며 “지금 대학에 지원하는 사람들이 인종 실험의 희생자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보수 대법관들도 해당 제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사무엘 알리토 대법관은 “대학 입학은 제로섬 게임”이라며 “과소 대표된 소수자에게만 ‘플러스’를 주면 다른 학생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록에 따르면 아시아계가 지원자가 다른 그룹보다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며 부당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흑인인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도 “나는 인종이 다양한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 다양성이라는 단어를 꽤 많이 들었지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며 “교육적 이점이 무엇이냐”고 캐물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피부색만 보고 점수를 주는 것이 관점의 다양성을 가져온다면 그것이 고정관념에 근거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진보 성향의 소니야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흑인이라면 자원이 부족한 학교에 다니고, 자격이 부족한 교사에게 배울 가능성이 크고, 학문적 잠재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했다.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도 “미국의 다원주의를 신뢰한다는 건 다양성 측면에서 우리가 누구인지를 반영한다는 것”이라고 제도를 옹호했다.

 

10월 31일 '소수계 우대 정책'에 대한 심리가 개시된 미 연방 대법원 청사 앞에서 학생과 활동가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출처: POLITICO

미국 내 여론은 제도에 부정적인 편이다. 연방대법원의 심리를 앞두고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와 조지메이슨 대학(George Mason University) 공공행정대학원(Schar School of Government and Policy)이 공동 실시한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수의 미국인들은 대학 입시에서 인종 및 민족을 고려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여론조사에는 미국 전역의 성인 1,238명이 참여했다.

구체적으로 조사 대상 전체 중 63%는 대학이 학생 선발 과정에서 인종 및 민족을 고려하는 것을 금지하는 대법원 판결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반면, 36%는 해당 판결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출처: Inside Higher ED

응답 결과는 응답자의 인종 및 민족에 따라 다소 다르게 나타났다. 백인, 히스패닉계, 아시아계 응답자의 경우 과반수가 대학 입시에서 인종 및 민족을 고려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법원 판결을 지지했다. 백인은 66%가 인종배려 입시에 반대 의사를 밝혔고, 아시아계(65%)와 히스패닉계(60%) 역시 입시에서 인종은 빠져야 한다는 방침을 지지했다. 흑인들의 지지율은 47%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다만 같은 설문조사에서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대학 캠퍼스 내 인종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긍정하는 답변을 보였다. 

전체 응답자 중 64%는 대학 내 학생의 인종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은 “좋은 것(good thing)”이라고 응답했으며, 36%는 “나쁜 것(bad thing)”이라고 응답했다. 인종/민족별로는, 그러한 프로그램에 반대하는 비율이 흑인(26%)과 히스패닉계(25%) 응답자에 비해 백인(41%)과 아시아계(34%) 응답자 집단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출처: Inside Higher ED

이날 대법원 인근에선 인종 배려 정책에 대한 찬반 집회가 각각 열리며 미국 사회 분열도 드러냈다. 찬성 측 전미 유색인 지위 향상협회(NAACP) 회원 등은 “다양성을 수호하라”고 주장했고, 반대 측인 유럽계 미국인 법률방어 및 교육기금(EALDEF) 회원 등은 “인종차별을 끝내라”고 맞섰다.

미국 언론은 대법원 결정이 내년 6월까지 미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보수적 대법관들이 인종 배려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공개적으로 내비치면서 제도 존치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보수적 다수파는 수십 년에 걸친 판례를 재고하고, 해당 프로그램이 위헌이라고 결정할 준비가 된 것처럼 보였다”고 보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