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미디어의 진화와 언론과 표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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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미디어의 진화와 언론과 표현의 자유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2.10.30 0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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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연단 〈자유와 이성〉 제24강_ 이재진 한양대 교수의 「디지털 미디어의 진화와 언론과 표현의 자유」


네이버문화재단의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 아홉 번째 시리즈 ‘자유와 이성’ 강연이 매주 토요일 서울의 네이버 스퀘어 종로에서 진행되고 있다. 자유는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자기실현의 원리라고 할 수 있으며, 그간 인류가 걸어온 길은 자유 실현을 위한 투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합리성의 증대는 자유의 신장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여섯 섹션 총 44강으로 구성된 이번 시리즈는 고전 시대로부터 근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자유 담론을 검토함으로써, 자유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확장하고 미래 사회를 위한 새로운 비전을 열어보고자 한다. 자유의 이념과 지향에 관한 동서양의 지적 자산을 통시적으로 고찰하는 세 번째 섹션 ‘기술적 환경과 인간의 자유’ 제24강 이재진 교수(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강연의 서론과 결론 부분을 발췌 소개한다.

정리   고현석 기자
사진·자료제공 = 네이버문화재단


디지털 미디어의 진화와 언론과 표현의 자유


이재진 교수는 “보편적 기본권으로서의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그 역사는 그리 길지 않지만 “가장 핵심적인 자유권으로 인식”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가 작동되기 위해 “필수적인 권력 감시 및 비판이 언론을 통해 이루어지게 하고, 사회 발전을 위해 의견을 내길 원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논쟁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헌법적 기반이 된다”라고 전제한다. 물론 이들 자유가 오늘날 “기본권으로 자리를 잡게” 된 데에는 미디어의 영향이 지대하였는바 미디어의 발달이 “기본적으로 개인의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확장하고 자유로운 언론과 표현의 보장을 중요하게 인식하도록” 만들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게다가 이 같은 상황이 “디지털 미디어의 출현으로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역으로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받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들”이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도” 지속되고 있으며 “디지털 미디어의 진화와 함께 새로이 발생하는 쟁점들”이 외려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면모가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만큼 변화된 미디어 시대에 맞추어 언론과 표현의 자유와 상충하는 “기본권과의 적절한 비교 형량을 위한 구체적인 기준” 마련과 더불어 “디지털 미디어의 환경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가짜 뉴스, 사이버 모욕, 혐오 표현, 그리고 사이버 폭력이 우리가 보장하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의 보호 범주에서 어떻게 제외될 수 있는가에 대한 법리 형성을 위한 논의”가 꾸준히 이어져야 하고 필수적으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과 디지털 윤리 교육도 실시되어야 상생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9월 24일, 이재진 교수가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 – 자유와 이성>의 24번째 강연자로 나섰다. 사진제공=네이버문화재단

1. 언론과 표현의 자유의 형성과 발전

언론의 자유 또는 표현의 자유라는 말을 언제 어떻게 오늘날처럼 쓰기 시작했는지를 그 역사를 따져보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유럽의 경우 중세를 거쳐 계몽주의 시기인 18세기까지도 언론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라는 말이 보편적인 것은 아니었다. 특히 모든 개인들을 위한 언론, 표현의 자유의 역사는 더욱 짧다. 기본권으로서의 언론과 표현의 자유 개념은 입헌군주 국가가 성립되고, 시민 혁명을 거쳐, 헌법이 제정되면서부터 자리 잡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역사를 돌이켜보면 알 수 있는 또 다른 사실은 미디어 기술의 발달이 언론과 표현의 자유 확장에 대단히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15세기 구텐베르크의 금속 활자 인쇄술의 발명이 언론과 표현의 자유 확장에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당시 활자를 이용한 인쇄술은 실로 혁명적인 것이었다. 인쇄된 출판물은 기존의 지배 체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데 사용되는데, 가장 대표적인 인쇄물이 팸플릿(pamphlet)이었다.

이와 함께 영국에서 17세기 초 커피 하우스를 중심으로 신문이 등장하게 된다. 의회가 신문의 정치 영역에 대한 보도를 허용하면서 신문에서 다루는 취재 영역(coverage)이 점차 넓어지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종이 값이 더 싸지고 대량으로 인쇄할 수 있는 윤전기가 나오면서 19세기 상업적인 신문(대중지)의 출현으로 이어진다. 객관 보도의 관행도 이때부터 시작된다. 신문의 수가 늘어나고 구독자 수도 크게 증가하면서 점차 ‘여론’의 힘이 강력해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아울러 신문의 공적 역할을 법원에서 조금씩 수용하면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논의들이 점차 증가한다.

대표적으로 19세기 중반에 들어 존 스튜어트 밀(J. S. Mill)은 『자유론(On Liberty)』(1859)에서 개별적 주체인 개개인이 모두 표현의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밀은 표현의 자유가 단순히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만을 뜻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 소수자들과 다수자 집단 간의 투쟁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이론을 전개한다. 밀이 원하는 표현의 자유는 다른 의견에 대한 관용을 발휘하며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밀은 또한 행복의 조건에는 ‘개별성(individuality)’과 ‘자아 발전’이 요구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사상의 자유’가 꼭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때 개인의 사상의 자유는 다수도 틀릴 수 있다는 ‘오류 가능성’과 침묵을 당하는 소수라도 옳을 수 있다는 ‘부분적 진리’가 존재함을 인정해야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밀은 세상에 완전한 진리나 오류는 없기 때문에 진리도 토론되지 않으면 그 의미가 공허한 것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보았다. 결국 이러한 밀의 주장은 미디어 기술의 발전과 함께 오늘날 보편적 기본권으로서의 개인의 언론과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 미디어 기술의 발달은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미디어 학자이며 비평가인 마셜 매클루언(M. McLuhan)에 따르면 인간이 인지하거나 경험할 수 있는 범위는 매우 제한적인데 먼 세상의 뉴스를 전해주는 미디어가 제한적인 인간의 감각적 능력을 크게 확장시키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1970년대 텔레비전이 보여주는 지구 건너편 소식을 통해 지구촌(global village)이라고 불리는 네트워크를 형성시킬 정도로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매클루언의 주장은 미디어의 발전이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더욱 강화하여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확장시키는 데 기여하였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미디어 기술의 발전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인터넷(Internet)을 대표로 하는 디지털 미디어의 등장과 보급으로 이어지게 된다. 최초의 디지털 미디어는 인터넷이다. 인터넷으로 인해 이용자들이 서로 간에 자유롭게 정보를 주고받고 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즉 일방향적 미디어 기술이 쌍방향적 미디어 기술로 진화한 것이다. 이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지게 되었다. 왜냐하면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은 지식이나 정보의 일방적 전달이나 수용이 아니라 쌍방향적인 소통에 참여하여 그 의미를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기술적으로 더욱 발전하여 소셜 미디어, 포털 미디어, 인터넷 언론, 유튜브(YouTube), 메타버스 등으로 진화하면서 21세기의 가장 핵심적인 미디어가 되었다. 이와 함께 뉴스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저널리즘 영역도 변화를 겪게 된다. 디지털 미디어의 발전으로 언론 매체도 더 이상 독자나 시청자를 배제한 채 독단적으로 뉴스를 생산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 무엇보다 정보를 단순히 매개하는 포털 미디어의 영향력이 더욱 증가하고 다양한 형태의 소셜 미디어가 광범위하게 이용되면서 지식이나 정보의 커뮤니케이션뿐만 아니라 뉴스 콘텐츠 소비를 포털 미디어나 소셜 미디어에서 하는 경향이 일반화하고 있다. 이때 독자나 시청자들은 단순히 뉴스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뉴스 콘텐츠의 공동 생산에 참여하거나 지인들에게 뉴스를 유통시키는 자발적이고 선별적인 뉴스 배포 관리자 역할을 한다.

이처럼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연구자들은 디지털 미디어의 진화가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사상의 자유 시장’을 복구하고 진정으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크게 확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게 되었다. 즉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서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하여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공론장이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우리나라 법원도 미국의 판결을 빌려 인터넷을 가장 개방적인 시장이자 표현 촉진적인 미디어라고 판시한 바 있다. 결국 디지털 미디어는 이용자가 더 편리하고, 더 값싸고, 더 빠르게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하여 시공간에 대한 통제력을 극대화하는 장치로 발전하게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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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나오는 말(결론)

보편적 기본권으로서의 언론과 표현의 자유의 역사는 그리 길지는 않지만 가장 핵심적인 자유권으로 인식된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 이유는 개별적인 인간이 자아실현 또는 자기 존재 가치의 실현을 이룰 수 있는 기본적 권리가 되기 때문이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또한 사회가 발전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진실과 거짓이 자유롭게 싸우면서 더 나은 진리를 찾아가며 우리 사회가 발전하기 때문이다.

또한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되기 위한 필수적인 권력 감시 및 비판이 언론을 통해 이루어지게 하고, 사회 발전을 위해 의견을 내길 원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논쟁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헌법적 기반이 된다. 궁극적으로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국민들에게 건전한 여론을 형성하여 중요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식견 있는 시민(informed citizen)’의 양성을 도와주는 근거가 된다.80)

이처럼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오늘날과 같은 기본권으로 자리를 잡게 하는 데 미디어의 영향이 컸다. 특히 인쇄 미디어가 출판의 자유를 필두로 해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확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미디어의 발달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확장하고 자유로운 언론과 표현의 보장을 중요하게 인식하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은 디지털 미디어의 출현으로 가속화된다. 대표적인 디지털 미디어인 인터넷이 출현하고 진화함에 따라서 개인들은 시공간의 장애에 구애받지 않고 많고 다양한 정보를 더욱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즉 디지털 미디어가 만든 사회에서 지식과 정보가 전파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사회 문제에 대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영역도 확장되어 이전보다 더 많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디지털 미디어 기술로 인하여 진정한 사상의 자유 시장이 열리고 제대로 된 공론장이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더 커진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미디어 세상에서 비주류와 사회적 약자들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디지털 미디어 시대를 연 국가들 중 하나인 우리나라의 경우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받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들이 존재해왔고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도 이러한 문제들이 계속되고 있다. 동시에 디지털 미디어의 진화와 함께 새로이 발생하는 쟁점들이 더욱 보장될 수 있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다. 결국 구텐베르크 이후 미디어의 발전이 언론과 표현의 자유의 확장을 견인해왔으나 실제로 더욱 확장되고 공고해진 언론과 표현의 자유의 확립은 미디어의 진화와 함께 파생된 새로운 문제들을 적절히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도 언론과 표현의 자유와 서로 상충하는 기본권과의 적절한 비교 형량을 위한 구체적인 기준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디지털 미디어의 환경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가짜 뉴스, 사이버 모욕, 혐오 표현, 그리고 사이버 폭력이 우리가 보장하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의 보호 범주에서 어떻게 제외될 수 있는가에 대한 법리 형성을 위한 논의들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아울러 비교 형량의 기준이 일관성 있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우리 법원의 획기적인 인식의 전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법원에서 일관되게 주장해온 ‘사회적 필요성’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함께 관련 법의 개정도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이때 가짜 뉴스나 사이버 모욕, 혐오 표현, 사이버 폭력은 보호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공적 가치가 크지 않다는 점이 반영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법적 대응과 함께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과 디지털 윤리 교육도 실시되어야 상생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교육을 아동과 청소년들의 정규 커리큘럼에 포함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다만, 그것이 법적 규제이든 교육이든 그 목적은 규제 자체가 아니라 디지털 세상에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제대로 보장받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강연 바로보기: [열린연단]_ 디지털 미디어의 진화와 언론과 표현의 자유 (이재진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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