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언어를 사용한다는 자연사(自然史)적 사실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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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언어를 사용한다는 자연사(自然史)적 사실에 주목하라!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10.23 0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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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겐슈타인 새로 읽기: 자연주의적 해석 | 이승종 저 | 아카넷 | 492쪽

 

저자 이승종 교수는 비트겐슈타인이 사람의 자연사(自然史)를 철학의 문제를 해소하는 데 중요한 참조사항으로 활용하고 있음에, 그중에서도 특히 언어사용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 주목한다. 사람이 언어를 사용한다는 자연사적 사실이 비트겐슈타인에게는 철학적 문제의 해소에 가장 중요한 참조사항인 셈이다. 

주지하다시피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의미를 쓰임의 관점에서 해명했다. 저자에 의하면 언어의 쓰임은 소통과 이해의 행위를 동반하며 객관적 3인칭이던 자연과 타자는 이 과정에서 2인칭으로 다가와 1인칭인 나와 엮이게 된다. 사람의 자연적 현상을 통찰(通察)하고 기술(記述)함과 함께 언어사용을 매개로 한 2인칭적 소통 행위의 문맥 속에서 파악하는 것이 그가 이 책에서 표방하는 ‘사람의 얼굴을 한 자연주의’가 새로이 부각시키고자 하는 비트겐슈타인 철학의 핵심이다. 

즉 사람의 삶의 형식과 자연사가 각각 형식과 내용 면에서 사람의 언어사용의 최종적 의미 지평을 이룬다는 것이다. 사용을 통해 드러나는 언어의 의미를 사람의 자연사의 원초적 사실로 이해하는 저자의 자연주의적 해석은 비트겐슈타인을 분석철학, 특히 일상 언어 철학의 관점에서 독해해온 기존의 통념을 넘어선다.

전통적 의미의 논문이나 책을 서술의 형식으로 선택하지 않았을 뿐더러 자신의 사유를 그러한 틀에 얽매어놓는 것을 거부했던 비트겐슈타인의 스타일을 감안해, 저자는 그에 대한 해석이라는 일률적 방식을 고집하기보다 이를 다른 학자들과의 지상 논쟁(2장 5절, 3장 4절, 5장, 11장)과 토론(IV부)에 부쳐보기도 하고, 재구성(4장)이나 응용(7, 8장)을 시도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책의 I부는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에 대한 자연주의적 해석의 기틀을 잡아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1장 “자연주의와 해체주의”에서는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에 얽혀 있는 자연주의와 해체주의라는 두 갈래 흐름을 찾아낸다. 2장 “사람의 얼굴을 한 자연주의”에서는 사람의 삶의 형식에서 보았을 때 자연의 일반적 사실들에 얽혀 있는 사람의 행위가 비트겐슈타인이 추구하는 확실성의 최종 지평이 됨을 골자로 하는 사람의 얼굴을 한 자연주의를 제시한다. 3장 “삶의 형식”에서는 비트겐슈타인의 삶의 형식 개념에 관한 기존의 해석들을 다섯 개의 유형으로 정리하여 고찰한 다음, 이 해석들의 문제점과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해석으로 자연주의적 해석을 모색한다. 4장 “종교철학”에서는 비트겐슈타인의 종교관을 자연주의적 관점에서 해석한다. 5장 “토대와 자연사”에서는 비트겐슈타인의 토대와 자연사 개념을 주제로 샤인(Ralph Shain), 하상필, 김영건 교수와의 학술논쟁을 벌인다.

II부에서는 자연주의적 해석을 비트겐슈타인의 세부 주제에 적용시켜봄으로써 저 해석을 확장하고 검증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6장 “수학의 인류학”에서는 비트겐슈타인의 수학철학에 대한 더밋과 스트라우드(Barry Stroud)의 해석을 비판하고, 수학을 인류학적 현상이라고 본 비트겐슈타인의 언명에 주목해 수학의 인류학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모색한다. 7장 “수학철학의 주제들”에서는 비트겐슈타인의 수학철학을 증명, 집합, 논리주의, 괴델 정리 등 개별 주제에 독립적으로 적용시켜보는 작업을 수행한다. 8장 “해석과 언어게임”에서는 언어게임에 기반한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을 해석에 기반한 콰인(Willard van Orman Quine), 퍼트남(Hilary Putnam), 데이빗슨(Donald Davidson), 굿만(Nelson Goodman), 크립키(Saul Kripke) 등 미국의 분석철학자들의 시각과 비판적으로 대비시켜본다.

III부에서는 『비트겐슈타인이 살아 있다면』에서 개진한 모순론에 대한 요약과 후속 논의를 선보인다. 9장 “모순론”에서 『비트겐슈타인이 살아 있다면』의 주요 쟁점들을 후속 논의를 위해 한 편의 논문 형태로 새로이 정리한다. 10장 “모순과 타당성”에서는 모순에 대한 비트겐슈타인의 언명에서 논증에 대한 그 나름의 타당성 기준이 될 만한 것을 찾아내어 이를 널리 알려진 타르스키(Alfred Tarski)의 기준과 비교해본다. 11장 “모순 논쟁”에서는 『비트겐슈타인이 살아 있다면』에 대한 박정일, 이희열 교수의 비판과 이에 대한 답론을 선보인다. 끝으로 IV부에서는 이 책의 몇몇 장에 대한 초고를 학술 모임에서 발표해 주고받은 논평, 답론, 토론을 주제별로 범주화해서 실었다. 그 내용은 칸트와 비트겐슈타인, 의미와 진리, 삶과 자연 등 이 책의 중심주제들을 망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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