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북아언어문화포럼과 국어정책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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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북아언어문화포럼과 국어정책 방향
  • 이관규 고려대·국어학
  • 승인 2022.10.2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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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2022년 8월 25일과 26일 이틀 동안 중국에서는 동북아언어문화포럼이라는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그것도 이례적으로 중국의 국제교육교류협회라는 공식 교육부 산하기관에서 주최한 것으로 대련외국어대학에서 주관을 하였다. 줌 온라인을 통해서 열린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중국, 러시아, 몽골, 일본, 한국에서 전문가 40여 명이 주제발표를 한 거대한 포럼이었다. 여기에는 각국의 국어정책을 총괄하는 국장, 원장들이 발표자로 참여하기도 해서, 명실공히 학문적 및 정치적 국제학술대회였다. 학문적이라 하면 각국의 국어정책이 학문적으로 발표되었다는 것이고 정치적이라 하면 본래 국어정책이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질 때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22년 6월에 중국동북아언어문화센터를 정식으로 출범시켰다. 중국에는 현재 24개의 국가급 언어연구소가 있는데, 그 가운데 동북 3성, 즉 길림성, 요녕성, 흑룡강성에서 유일하게 이 연구소가 지정되어 출범하였다. 그 첫 사업으로 동북아 5개국의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이번 국제학술포럼을 연 것이다. 이번 포럼은 북경 교육부와 대련외국어대학에 회의장이 설치되었고 몇 개의 유명한 온라인 매체에서 생방송을 하였는데, 참석자들만 해도 4만 7천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이러한 질적인 내용과 양적인 규모를 볼 때, 중국 당국 차원에서 심혈을 기울여서 치른 국제학술포럼인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에서는 왜 갑자기 없던 동북아언어문화연구센터를 출범시키고 대대적인 학술행사를 연 것일까? 이번 학술대회의 대회장을 맡았던 중국 대련외국어대학 총장의 말을 통해서 보면 그 목적을 알 수가 있다. 동북아시아의 언어문화적 다양성과 상호교류라는 전체 주제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은 동북아국가에서 사용되는 언어와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특히 동북아지역이 언어적 및 문화적으로 상호 발전하는 것을 모색한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각국의 언어정책 책임자들이 자기 나라의 국어정책을 소개하였으며, 더 구체적으로는 전문가들이 자국의 국어정책, 국어교육, 국어운동, 국어연구 등 다양한 내용을 발표하였다.

 

사진: 필자 제공

전체 포럼은 총 4개 분과로 나뉘어 있었다. 제1분과는 ‘동북아국가의 언어생활과 언어정책’, 제2분과는 ‘세계화시대, 동북아지역의 언어문화 국제교류: 코로나 이후 동북아지역 언어교육의 기회와 도전’, 제3분과는 ‘동북아지역 언어와 문화의 교류와 상호 이해’, 제4분과는 ‘동북아지역 언어자원(데이터) 구축과 연구: 동북아지역에서 한자 사용과 문화간 교류’로 세분화되었다. 이를 통해서 중국에서 어떠한 의도로 동북아언어문화연구센터를 만들고 또 왜 출범한 지 오래지 않아 국제학술포럼을 열었는지 짐작할 수가 있다. 동북아국가들의 언어문화를 통한 교류를 표방하면서, 각국의 국어정책, 국어교육, 국어운동, 국어연구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언어가 지닌 국가 및 민족의 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각국에서 어떻게 관리하는지 알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 인공지능시대에 기초적으로 필요한 각국의 언어자원, 즉 언어데이터 처리 현황 및 연구 상황도 파악할 필요도 있었을 것이다.  

잘 알다시피, 현재 중국은 거의 모든 결제수단이 휴대전화로 이루어진다. 심지어는 구걸하는 사람도 동냥을 휴대전화로 받는다고까지 한다. 이는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정보로 사용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잖아도 유구한 역사적 문화전통을 지니고 있는 거대한 중국이 드디어 현재의 언어문화적인 면에까지 관심을 갖고 있다. 동북아국가, 아니 동북아지역의 언어문화연구센터를 중국 동북 3성에 설립하고 활동한다고 하니까 여러 복합적인 생각이 드는 것은 물론이다.   

지금 현재 군사 대국인 중국이 경제 대국을 넘어 이제 언어문화 대국으로 발돋움한다는 생각을 하니,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답답한 마음이다. 필자는 ‘한국의 국어정책, 국어교육, 국어운동’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하였다. 중국에서 주최한 이번 동북아국제학술포럼에 참여하면서, 그곳에서 다루고 있는 것들을 보다 보니, 우리의 국어정책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 방향을 분명히 알 수가 있게 된다.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국어정책을 펼치는 태도는 과감히 떨쳐나가야 하겠다. 한국 안에서는 물론이고 동북아, 나아가 세계 속에 국어정책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관규 고려대·국어학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 고려대 평생교육원 원장, 국어교육학회·한국문법교육학회 회장, 문화체육관광부 국어심의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전공분야는 국어학, 국어교육학, 한국어교육학, 국어정책학이며, 저서로는 ≪학교문법론≫, ≪학교문법교육론≫, ≪남북한 어문 규범의 변천과 과제≫, ≪북한의 학교문법론≫, ≪한국어의 탐구와 이해≫, ≪체계기능언어학 개관≫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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