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공동체통일방안’ 유효한가…발전적 보완인가, 전면 수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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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공동체통일방안’ 유효한가…발전적 보완인가, 전면 수정인가?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2.10.22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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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통일부, '민족공동체통일방안 성찰과 대안 모색' 학술회의 개최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은 21일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성찰과 대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민족공동체 형성이라는 당위적 명분과 점진적·단계적 추진이라는 합리성, 여야 간 합의의 산물이라는 정치적 성격 등 여러 면에서 국민적 지지를 받아 왔다. 그러나 제정된 이래 30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북핵 문제의 부상,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 남한 내 통일의식 약화 등 통일환경의 변화로 인해 수정 혹은 보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을 기초로 통일부와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은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성찰과 대안모색」이라는 주제로 한국의 통일방안의 발전적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학술회의는 세 명의 전문가 주제발표에 이어 8명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발제는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인 박영호 박사가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효용성과 쟁점: 대안 모색”을 주제로 첫 발표를 했으며,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의 전재성 교수가 “심화되는 북핵 문제와 한반도 통일방안의 미래”를 주제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원장인 김병연 교수가 “경제통합과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주제로 각각 발표를 진행했다.

토론에는 권은민 김&장법률사무소 변호사,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조비연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정병국 전 국회의원, 천해성 전 통일부 차관 등이 참여했다.

 

 □ 3명의 발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박영호 박사(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효용성과 쟁점: 대안 모색”

지난 30년 동안 한국은 ‘글로벌 중추국가’로 성장한 반면 북한은 실질적 핵보유국이 되었고, 남북한은 정치사회구조와 국제적 개방성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등 한반도의 대내외 환경은 크게 변화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통일정책의 비전과 전략으로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여전히 유효한가. 만약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효용성에 문제가 있다면 어떤 쟁점을 생각할 수 있는가. 어떤 방향으로 한국 통일정책 비전의 현실적 구현으로서 발전시켜나갈 것인가. 

o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효용성

첫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민족공동체‘의 용어가 말하듯이 남한과 북한이 공유하는 혈통·인종적 한민족, 오랜 공통의 역사와 문화, 언어와 생활양식 등을 토대로 교류·협력하고 신뢰 구축하여 경제와 사회의 통합을 이뤄나가고 궁극적으로 하나의 국가로 통합하는 통일을 이루자는 구상이다. 오랜 단일 민족국가의 정체성에 호소하는 힘이 있다. 

둘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1970년대 초 남북대화를 시작한 박정희 정부 이후 역대 정부의 통일정책이 진화한 결과로서 비교적 합리적이고 체계화된 통일구상을 담은 방안이다. 남북관계의 개선을 통한 점진적·단계적인 평화 통일을 상정하고 있다. 노태우 정부 이래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으로서 일종의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져 있는 상태다.

셋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특히 정치권을 필두로 극렬하게 분열되어있는 작금의 한국 사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해 보이는 정치권과 제 사회집단, 각계각층의 의견수렴, 즉 국민적 합의 과정을 매우 충실하게 거쳤다는 점에서 더할 나위 없이 모범적인 민주주의 정치과정의 산물이다.

 

o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쟁점

첫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발전적 보완’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
둘째, 대한민국 사회와 인구구조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민족공동체가 전제로 한 혈통적 단일민족 국가의 정체성에서 벗어나고 있다. 민족공동체의 ‘민족’은 이제는 혈통적 한민족으로만 한정해서는 안 되며 새롭게 성격 규정할 필요가 있다.
셋째, 남북관계, 대북정책, 통일정책에서 관행적으로 거론되는 민족 동질성의 회복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자유민주 통일의 목표에 부합하도록 규정해야 한다.
넷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기능주의적 통합 방안으로서 남한과 북한이 화해‧협력의 과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경제와 사회문화공동체를 형성하고 최종적으로 정치공동체인 국가통합을 이루어 통일을 완성하는 방안이다. 그런데 지난 30여 년의 남북관계와 북한 체제의 성격은 이러한 접근과는 부합하지 않는다.
다섯째, 평화적 통일의 목표를 고려할 때, 북한의 본질적 변화 필요성을 반영하지 않는 통일방안은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 북한 체제의 변화가 전제되어야 하며 따라서 남한과 북한이 각자의 통일방안을 고수하는 현실에서는 근본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남북기본합의서의 제1조 상대방의 체제 인정과 존중이 실제적, 제도적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여섯째, 미·중 패권경쟁, 군비경쟁 본격화, 민주주의 진영 대 권위주의 진영 간 대결 등 ‘새로운 냉전구조’의 등장을 특징으로 하는 작금의 국제질서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등장한 냉전구조 해체의 국제질서와는 다르다. 특히 시진핑 중국의 대외전략은 주변국/약소국에 대해 ‘중화와 변방의 오랑캐’라는 과거 ‘중화종주권’의 퇴영적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o 대안 모색

첫째, 남한과 북한이 국내법 차원과 각방의 정책에서 서로의 국가적 실체를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신뢰 조성과 평화공존의 상호관계를 정립하기 위해 분단 극복과 통일 지향의 목표를 담으면서 통일을 이룰 때까지 유엔회원국으로서 정상적 국가 간 상호관계의 원칙과 행위규범, 관계양식 등을 담은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관계에 관한 기본조약」 (약칭 「남북기본조약」)을 체결한다.

둘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발전적 보완은 국가전략 차원의 대북·통일정책의 장기 전략구상과 동반해야 할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의 역대 한국 정부 대북·통일정책에서의 문제점은 전략과 정책의 단절성, 비일관성, 비전략성, 정권 지향성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남북관계가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그러한 현실을 맞지 않으려면 국가전략 차원에서 지혜를 모아 장기통일전략구상을 잘 세워 정권의 교체와는 상관없이 지속성이 있고 일관적이며 전략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한 목적을 위해 가칭 ‘2048 통일대계(大計)’ 전략위원회를 구성·가동할 것을 제안한다. 

 

▶ 전재성 교수(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심화되는 북핵 문제와 한반도 통일방안의 미래”

지난 30년 동안 통일방안이 북핵문제 협상안과 유기적으로 통합되지 못했고,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는 속에서 동북아 역내 갈등도 한층 심화되었으며, 남한 내부적으로 통일의식이 약화하는 통일환경의 변화가 있었다.

통일방안의 개선을 위해서는 민족공동체 개념의 다층화, 화해협력 단계의 세분화, 남북연합 단계의 구체화, 통일국가 개념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남북 간 교류협력을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북한과 신뢰구축 및 비핵화 이후 북한의 발전에 대한 한국의 계획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으며, 이 과정에서 국가연합의 초기구상을 적용하여 비핵화 이후 북한의 흡수통일 위협감을 줄이는 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3단계 통일방안을 유지하면서 각 단계를 비핵화 협상과 경제공동체 형성 및 국제협력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를 세분화, 구체화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제안한 ‘연성복합통일론’을 보완, 구체화하여 실행 가능한 방안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을 제안한다.

1. 북핵 문제 해결과정과 남북연합

남북 간 교류, 협력을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북한과 신뢰구축, 비핵화 이후 북한의 발전에 대한 한국의 계획을 구체화

2. 단계 세분안

현재의 3단계 통일방안을 유지하면서 통일환경 변화의 여러 측면을 고려하는 노력

① 통일 기반 공고화 단계 – 통일에 대한 열의가 저하되는 시대적 상황을 맞이하여 통일에 대한 문화적, 감성적 기반을 공고화하는 작업을 활성화
② 교류협력 개시 및 활성화 단계 – 남북 간 신뢰회복 및 북핵 문제 해결
③ 경제공동체 단계 – 북한의 본격적 개혁, 개방, 남북 간 경제공동체 수립
④ 국제화된 한반도 단계 – 국제적 대북 경제 협력 레짐 창설 단계
⑤ 남북간/국제적 평화체제 수립 단계 – 남북 간 평화체제 및 평화체제 보장을 위한 국제레짐 형성
⑥ 다차원적 민족공동체 단계 – 연성 복합 교류 활성화와 민족 동질성 회복, 한민족과 cosmopolitanism의 연계
⑦ 통일국가 단계 – 정치적, 행정적 통일을 위한 추진 단계

3. 연성복합통일방안 재고찰

o 연성복합통일론은 2009년 이후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소가 제안한 통일 방안임. 이 방안은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도 변화된 통일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대북 정책과의 일관성, 그리고 대북 정책과 한국의 외교정책 간의 조화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의 발전과 변용이라고 할 수 있음.

o 통일을 위한 국제정치의 변화, 남북 간 균형 및 국내의 변화, 특히 한국 내 다양한 세력들의 목소리 강화 및 편차 증대 등의 요소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음.

o 그러나 연성복합통일론은 한국의 통일방안 논의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는데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음.
첫째, 최종상태를 네트워크적 상태로 상정함으로써 기존의 통일 최종상태인 하나의 국가와 인식의 편차가 너무 컸다는 점임.
둘째, 북핵 문제 등 현안을 해결하는 구체적 단계와 유기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 불확실했음. 북핵 문제, 더 나아가 평화체제 문제, 국제적 대북 협력레짐의 문제를 더욱 구체화할 필요가 있음.
셋째, 주변국, 특히 미중 양국이 대결적으로 변화될 경우 남북 간의 통합 공간이 쉽게 마련되지 않고 지정학적 대결의 장으로 화할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함. 

o 결국 연성복합통일에 대한 국내적, 국제적, 그리고 북한으로부터의 명확한 지지세력을 얻어 추동력을 얻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함.  앞으로의 통일방안은 연성복합통일론의 혁신적인 부분은 보존하되 좀더 구체화되고 실행가능한 방안으로 발전될 필요가 있음.

 

▶ 김병연 원장(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연구원), “경제통합과 민족공동체통일방안”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북한의 체제이행과 남북경제통합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한계가 있음을 지적한다.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는 경제가 교류협력의 대상 정도로만 설정돼있다. 경헙만 있고 통합은 애매하게 정리된 상태에서 통일로 가도록 설정돼 있다. 

남북 간 경제 관계에 관한 전반적 합의가 전제된 경제통합이 아닌 개별 사업 위주로 경제교류만 담긴 게 한계였다. 보다 구체적으로 남북연합 단계에서 경제통합이 명시되어야 하며, 경제통합은 북한의 체제이행과 단계적으로 조응해야 함을 강조한다.

경제통합의 단계는 자유무역지대-->관세동맹-->공동시장-->경제 및 화폐동맹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생산물 시장통합으로 시작하여 생산 요소의 통합, 그리고 제도의 통합 단계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체제이행은 북한의 정치적 제약과 남북 소득의 비대칭성을 고려하여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정치적 제약과 소득의 비대칭성>

o 정치적 제약
• 실험에 입각한 단계적 이행과 통합
• 시장경제가 변방에서 성장하여 사회주의 변화를 유도 – 사유화, 가족농화 등

o 소득의 비대칭성
• 북한 물가 수준이 갑자기 상승하지 않도록 관리 – 경제통합이 체제이행에 앞서지 않도록, 그리고 외국 자본 유입 규모의 관리도 필요 
• 생산물 시장 통합의 경우 남한 생산물의 북한 유입은 단계적으로 진행 
• 노동이동의 자유화는 경제통합의 완성단계에서 허용함
• 화폐통합은 남북화폐의 균형환율에서 결정되도록 설계함

<결론>

• 남북연합 단계에서 경제통합이 명시되어야
• 혹은 남북연합 대신 경제통합 단계를 설정하기를 제안함
• 경제통합은 북한의 체제이행과 단계적으로 조응되어야
• 체제이행은 북한의 정치적 제약과 남북 소득의 비대칭성을 고려해 이루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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