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 프랑스어와 퀘벡 문화의 독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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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 프랑스어와 퀘벡 문화의 독창성
  • 서덕렬 한양대학교·프랑스어학
  • 승인 2022.10.16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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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말하다_ 『캐나다 퀘벡 문화 담론: 퀘벡 프랑스어와 문화정책』 (서덕렬 지음, 한양대학교출판부, 300쪽, 2022.09)

 

이 책은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온갖 역사적인 시련과 고난을 딛고 한 송이 백합처럼 피어난 퀘벡 프랑스어와 퀘벡 문화의 독창성을 엿볼 수 있는 문화정책에 대한 담론이다. 오늘날 퀘벡 사람들에게는 퀘벡 프랑스어가 그들 삶의 환경과 정체성의 상징이 되었다. 프랑스와는 조금 다른 삶의 가치관과 그들 나름대로의 고유한 정체성을 갖고 평등한 권리를 향유하고 있는 퀘벡은 그들만의 고유한 프랑스어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고 있다. 따라서 퀘벡 프랑스어가 오늘날 그들의 정체성의 상징이 되기까지 그 언어의 역사와 삶이 어떠했는지 그리고 프랑스 본토에서 보다 훨씬 더 강한 프랑스어에 대한 애착을 넘어 집착을 보이고 있는지 역사적인 배경과 여러 학술 자료들을 바탕으로 고증학적인 시각에서 접근해 보았다.

캐나다 퀘벡에서의 프랑스어는 1608년 사무엘 드 샹플랭(Samuel de Champlain)의 퀘벡 상륙과 더불어 프랑스의 보호 아래 정착되고 발전되기 시작하였다. 영국의 동화와 미국의 병합 그리고 영국계 캐나다인들의 지배에서 벗어나 410여 년에 걸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퀘벡 프랑스어는 어떻게 발전되어 왔으며 어떤 언어적 지위에 이를 수 있었을까? 그리고 왜 대부분 영어권에 속하는 캐나다 여타 지역과는 달리 퀘벡이라는 역사적인 땅 위에서만 프랑스어가 확고한 지위를 구축하게 되었을까? 또한 퀘벡에서 현재 사용되고 있는 프랑스어가 과거에 퀘벡 사람들에게는 언어로서 어떠한 지위를 차지하였으며, 새천년을 살고 있는 오늘날에는 그들에게 이 언어가 그 무엇으로 표상되고 있는가? 퀘벡에서 프랑스어가 그토록 오랜 기간에 걸친 언어 분쟁에서 벗어나 오늘날 퀘벡 사회에서의 공용어로서 어떻게 굳건한 지위를 누리게 되었으며 현대를 살아가는 퀘벡 사람들의 정체성의 상징이 되었는가? 이러한 의문들을 중심으로 퀘벡 프랑스어가 발전해 온 과정을 통시적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말하자면 캐나다 퀘벡에서 프랑스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언어로서의 지위를 성찰하고 전망해 보며, 언어학적 실체로서 뿐만 아니라 삶의 터전과 집단 정체성의 토대로서 퀘벡 프랑스어의 역사와 삶의 진화 과정이 어떠했는지 상세히 드러내 보이고자 하였다. 사실 한 언어의 언어학적 발전 과정에서는 시간이라는 요소가 대단히 중요하다. 우선 언어가 존속되기 위해서는 삶을 공유하는 언어 공동체에서 받아들여지고 인정되어야만 한다. 따라서 언어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인 동시에 문화적인 지위를 필요로 하게 된다. 이러한 지위는 언어의 사용과 효용성을 보편화시키게 됨과 동시에 그 언어를 말하는 집단의 정체성을 강화시키게 된다. 오늘날의 퀘벡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퀘벡 문화의 요체가 되는 프랑스어의 역사와 삶을 깊이 있게 성찰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성찰은 퀘벡 문화의 삶을 전체적이면서도 통합적으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파악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아메리카에서 오랜 투쟁의 삶을 거쳐 온 프랑스어는 그 역사를 통해서 뿐만 아니라 프랑스어를 말하는 사람들의 문화적, 예술적 산물의 풍요로움을 통해 오늘날 국제어로서의 위상이 널리 인정되고 있는 중대한 언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새로운 국제적 상황과 커뮤니케이션  신기술의 발전은 프랑스어의 미래를 확고히 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또한 프랑스어를 말하는 잠재적 공간이 이미 정착되어 가고 있고, 이러한 공간은 프랑스어 사용자들이 살고 있는 작은 공동체가 프랑스어권의 중심부와 끊임없는 관계를 맺도록 해주고 있다. 

퀘벡에서 프랑스어 사용 빈도는 점차적으로 증가 일로에 있다. 특히 영어 사용자들에게 있어 프랑스어에 대한 지식과 수준이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1970년대 이후 이민 세대 젊은이들의 언어 전이(transfert linguistique)를 보더라도 프랑스어에 더욱 호감을 나타내는 양상을 띠고 있다. 그리고 공공 활동에 있어서도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외국인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요컨대 프랑스어는 원칙적으로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모든 퀘벡 사람들의 공용어가 되어가고 있다. 프랑스어를 말하는 것만으로도 외국인들에게까지 상당한 혜택이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프랑스어는 퀘벡에서 점점 더 유용하고 없어서는 안 될 수익성을 지닌 언어로서의 지위를 굳혀 가고 있다. 

퀘벡에서도 프랑스어 자체가 경시되고 종속되어 왔던 과거 언어 풍조에서 벗어나 국제무대에서 사용되고 있는 표준 프랑스어에 가까운 형태로 천천히 그 방향을 선회해 가고 있다. 퀘벡 서민 프랑스어인 쥬알(Joual)을 통해 퀘벡 프랑스어는 언어로서 자가 조절과 동시에 프랑스어권 지역의 상호 이해 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완전하고 자율적인 언어 체계로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퀘벡 프랑스어는 다양성을 지닌 위대한 문화적 산물로 410여 년의 역사와 삶을 거쳐 온 무시할 수 없는 언어적 실체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퀘벡은 캐나다에서 뿐만 아니라 북아메리카 내부에서도 창의적이고 정체성이 확고히 뿌리를 내린 독특한 지역 사회로 꼽힌다. 이 지역 문화는 프랑스어권의 문화적 성격을 띠면서 이에 대한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오랜 세월에 걸쳐 공존과 발전을 거듭해 오면서 과거에 이어져 내려온 역사적 유산과 다양한 민족으로부터 나오는 풍부한 이질 문화의 수용에서 그 문화적 독창성을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퀘벡 문화의 독창성은 대부분 프랑스어권 국가의 성격을 보존하고 그에 대한 가치를 부여하며 발전을 거듭해오면서 이루어진 역사적 유산과 민족의 풍요로운 문화적 혼종에서 엿볼 수 있다. 다원적이면서도 세계를 향해 열려 있는 퀘벡 문화는 수십 년의 계획 속에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퀘벡 영토 전체에 걸친 문화 공급을 우선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책과 프로그램, 그리고 기구들을 정착시켰다. 그러나 역사적인 사건들과 개괄적으로 그려놓은 지정학적 사건들 외에도 인구 통계학적, 사회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요소들이 퀘벡 사회의 특수성과 맞물려 문화정책을 수립하는 밑바탕이 되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유럽 문화와 북아메리카 문화가 교차되는 갈림길로 묘사되듯이, 퀘벡은 역사와 인구 그리고 지정학적 환경 인자가 고스란히 투영된 사회이다. 캐나다를 구성하는 열 개의 주들 가운데 가장 넓은 면적과 인구 그리고 경제 수준에 있어 온타리오 주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하고 있는 퀘벡은 캐나다를 건국한 영토로서 프랑스 식민지 개척자들에게서 온 유럽 태생의 민족으로 구성되어 1608년에 퀘벡 시티가 탄생되면서 누벨 프랑스의 초창기 역사가 펼쳐졌던 곳이다. 

전 세계와 북아메리카 내부에서 문화적 독창성뿐만 아니라 풍요로운 문화적 다양성을 구가하는 프랑스 언어에 깊이 결부된 퀘벡 사회는 스스로의 프랑스 문화적 뿌리를 원주민과 영국 문화유산에 통합시켰다. 지리적으로 미국에 인접해 있고 이민자들이 퀘벡의 집단적인 부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으며 이질 문화를 수용하여 퀘벡 문화로 동화시킴으로써 퀘벡의 정치적 제도를 수립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되었다. 

오늘날 퀘벡 사회의 인구 통계학적 정세가 반영된 민족 문화공동체에 의해 영향을 받으면서  퀘벡 문화는 프랑스 문화의 원류와 원주민의 유산이 융합되어 이루어졌다, 흔히 유럽과 북아메리카 언어의 억양을 지닌 사회로 묘사되는 퀘벡은 현실과 역사, 지정학적 환경, 인구 등이 반영된 고유한 문화를 지니고 있다. 캐나다 내부에서 퀘벡은 오랜 세월에 걸쳐 내려오는 역사적 유산을 통해 그 독창성을 드러내 보인다. 17세기 초부터 북아메리카에서 프랑스 식민지의 존재, 1759년에서 1867년에 걸친 영국 체제 하의 감시와 문화유산, 1867년 캐나다 연방과 대다수 프랑스계 캐나다인들을 대표하는 퀘벡 주 정부의 탄생, 특히 퀘벡 사회가 가톨릭교회의 영향에서 벗어나 전반적인 분야에 걸쳐 현대화를 이루고,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여러 제도들을 개혁함으로써 퀘벡 사회에 근본적인 변화와 퀘벡 사람들의 의식에 큰 변화를 가져온 계기가 되었던 1960년대의 조용한 혁명(Révolution tranquille)을 통해서도 캐나다 나머지 주들과는 다른 그들만의 정체성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본서가 캐나다 퀘벡에 대한 여러 독자들의 관심을 충족시키기엔 미흡한 점이 적지 않으나, 여기에 제시된 연구 자료나 필자가 몬트리올과 퀘벡에 있는 본 연구 관련 전문 기관들을 방문하면서 얻게 된 귀중한 자문과 통계 자료들이 차후 캐나다학 연구자들에게 널리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후속 연구에도 가치 있는 정보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서덕렬 한양대학교·프랑스어학

한양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10대학에서 프랑스어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학교 프랑스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캐나다 몬트리올대학교 방문교수로 퀘벡 프랑스어를 연구했고, 캐나다 정부초청 교수로 퀘벡 문화정책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저서로 『기초실용프랑스어』, 『심화실용프랑스어』, TEF(Test d'Evaluation de Francais), Cours de Langue et Culture Francaises 1, 2, Connaître la Culture Canadienne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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