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용량 배터리 향한 ‘양극 소재’의 비밀 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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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용량 배터리 향한 ‘양극 소재’의 비밀 풀다
  • 임병태 기자
  • 승인 2020.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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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성과] 이현욱 교수(UNIST), 마우로 파스타 교수(Mauro Pasta, 옥스퍼드대) 국제공동연구팀 성과, 〈Nature Materials〉 게재

- UNIST-英 옥스퍼드大 연구진, 2019노벨화학상 받은 양극 소재서 진일보
- 실시간 투과전자현미경으로 성능 향상 원리 밝혀

한 번 충전해 멀리 달리는 전기차 ‘대용량 배터리’에 꼭 필요한 ‘양극 소재’가 개발됐다. 투과전자현미경(TEM)을 이용해 충전과 방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결과, 양극 소재 표면에 생기는 얇은 막이 성능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게 드러났다.

UNIST(총장 이용훈)는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이현욱 교수팀이 영국 옥스퍼드대 마우로 파스타(Mauro Pasta) 교수팀과 공동으로 ‘고용량 리튬 이온 배터리용 양극 소재(FeF₂ nanorod)’를 합성하고, 이 물질의 성능 향상 원리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휴대폰, 노트북 등 소형기기에 사용 중인 리튬 이온 배터리를 전기차처럼 많은 양의 전기가 쓰이는 산업 분야까지 확장하기 위해서는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energy density)를 현재보다 더 높여야 한다. 현재 리튬 이온 배터리에 사용 중인 음극과 양극 소재는 ‘리튬의 삽입(intercalation)과 탈리(deintercalation)’라는 원리를 이용하고 있어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지는 음극 소재로 ‘실리콘’이나 ‘리튬 금속’ 등을 활발히 연구 중이지만, 양극 소재 연구는 많이 부족한 편이다.

그나마 충·방전 과정에서 ‘리튬의 컨버전(conversion) 반응’을 이용해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질 수 있는 양극 소재 연구가 진행 중이다.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에서는 층층이 쌓인 구조(층상구조)로 이뤄진 양극 소재에 리튬 이온이 들어갔다(삽입) 나오면서(탈리), 충·방전이 이뤄진다. 이 경우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이 제한적이지만, 리튬이 양극 소재의 물질과 화학적으로 결합하면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리튬 이온이 양극 소재 사이에 들어가고 나오는 동시에 화학적으로도 결합할 수 있도록 하는 소재를 ‘컨버전 양극 소재’라고 부른다.

▲ 양극소재의 충방전에 따른 구조변화 이미지
▲ 양극소재의 충방전에 따른 구조변화 이미지

하지만 컨버전 양극 소재는 합성과정이 복잡해 모양과 크기가 불균일하고 다결정(polycrystalline)을 가지게 된다. 이 때문에 충전과 방전을 진행하는 동안 변형된 컨버전 양극 소재가 원형으로 되돌아오기 힘들다. 높은 비가역성(irreversibility) 그리고 소재 자체의 이온 전도도(ionic conductivity)도 낮아 양극 소재의 입자마다 리튬 이온이 고르게 반응하지 않는 단점을 가진다. 이뿐 아니라 컨버전 반응에 대한 원리, 그에 따른 구조적 이해가 부족해 실제 리튬 이온 배터리에 적용하기에 한계가 있다.

컨버전 양극 소재를 다결정이 아닌 단결정(single crystalline)으로, 또 그 크기를 20나노미터(㎚, 1㎚는 10억 분의 1m)보다 작게 만들면 ‘비가역성’과 ‘이온 전도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이에 공동연구팀은 양극 소재의 ‘제조 공정을 개선’해, 리튬과 양극 물질이 화학적으로 결합하면서도 충·방전 시 필요한 에너지 차이를 줄인 ‘이플루오르화철(FeF₂) 나노 막대 양극 소재’를 합성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특정 입자들을 분산용매에 뒤섞은 상태(콜로이드 졸)로 만든 후, 내부에서 계속 일어나는 반응으로 생성물을 얻는 ‘콜로이드 합성(colloidal synthesis)’으로 새로운 합성법을 개발했다. 단일한 전구체(precusor, 합성할 물질의 재료)를 이용해 단일한 단계(single step)만으로 소재를 합성하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이 합성법을 적용한 결과, 20㎚의 균일한 크기에 막대기 모양을 가지는 ‘단결정 이플루오르화철(FeF₂) 나노 막대(nanorod) 양극 소재’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 합성된 나노막대의 전자현미경 이미지
▲ 합성된 나노막대의 전자현미경 이미지

[연구그림] 합성된 나노막대의 전자현미경 이미지
연구진은 균일한 단결정 이플루오르화철(FeF₂) 나노 막대 소재를 이용해 컨버전 반응의 구조적 변화와 가역성 분석도 진행했다. 분석에는 투과전자현미경분석(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y, TEM)이 쓰였다. TEM 분석 결과, 방전 반응(Li⁺ + 3Fe²⁺F₂ + e⁻ → Fe²⁺ₓLi⁺₂₋ₓF₂ + Fe) 초기에 소재 표면에 2~4㎚ 두께로 불규칙한 ‘철/리튬플루오르(Fe/LiF) 층’이 형성되는 걸 발견했다. 이 층은 점점 규칙적이고 견고한 이중층으로 발전해 반응 끝까지 나노 막대의 외형을 유지했다. 그 덕분에 내부에서는 리튬(Li)과 플루오르(F)의 화학반응이 이루어져 리튬플루오르(LiF)가 소재 전체에 형성되면서 철(Fe) 입자가 고르게 분포됐다.

컨버전 양극 소재를 쓸 경우 충전 반응 시에는 양극 소재와 화학적으로 결합된 형태로 저장된 리튬 이온이 결합을 끊고 음극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 때문에 컨버전 양극 소재에서는 방전 반응보다 충전 반응에서 큰 에너지가 필요하고, 원형으로 돌아오기도 어렵다.(비가역적) 그러나 새로 개발한 이플루오르화(FeF₂) 나노 막대 양극 소재는 방전 반응에서 만들어진 이중층이 충전 및 방전 반응 동안 전체적인 구조를 유지하며 가역적인 컨버전 반응을 안정적으로 이뤄지게 돕는 게 발견됐다.

이번 연구를 통해 크기와 모양이 균일한 단결정 이플루오르화철(FeF₂) 나노 막대를 합성했다. 이 소재를 리튬 이온 배터리의 양극 소재로 적용하면 컨버전 반응의 가역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위태웅 UNIST 에너지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은 “방전 반응 초기에 나노 막대 표면에 형성된 불규칙한 막이 점차 견고한 철/리튬플로라이드(Fe/LiF) 이중층으로 바뀐다”며 “이 층은 충·방전 반응 동안 나노 막대가 가진 불안정한 특성을 보완해준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컨버전 양극 소재 자체에 대한 전기화학적 특성뿐만 아니라 전기화학적 반응에 따른 구조적 변화 등 컨버전 반응을 하는 양극 소재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를 높이는 연구로 평가되며, 2019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존 구디너프 박사가 1985년 제안한 형태에서 큰 진전이 없이 쓰이던 양극 소재의 개선에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현욱 교수는 “차세대 고용량 양극 소재는 도전적인 과제라 음극 소재에 비해 연구가 미흡한 편”이라면서도 “실시간 투과전자현미경 분석법으로 고용량 양극 소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만큼, 앞으로는 양극 소재에 관한 연구도 늘어나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 왼쪽부터 이현욱 교수, 위태웅 연구원
▲ 왼쪽부터 이현욱 교수, 위태웅 연구원

이번 연구는 재료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학술지인 ‘네이처 머티리얼즈(Nature Materials)에 2월 24일자로 공개됐다(논문명: Understanding the Conversion Mechanism and Performance of Monodisperse FeF2 Nanocrystal Cathod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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