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에 대한 징계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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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에 대한 징계 체계
  • 심재우 한국학중앙연구원·조선시대사
  • 승인 2022.10.1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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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재우의 ‘법률과 사건으로 보는 조선시대’


갈수록 강화되는 공무원 징계

공무원이 명령을 위반한 경우, 혹은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태만하게 한 때에 국가에서는 징계를 내릴 수 있다. 법규정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공무원에 대한 징계는 견책 또는 감봉의 경징계와 정직, 강등, 해임, 파면의 중징계로 구분된다.

먼저 견책은 가장 가벼운 징계로 잘못을 꾸짖는다는 의미인데, 6개월간 승급과 승진을 제한한다. 감봉은 1개월 이상 3개월 이하의 기간 동안 보수의 일정액을 감액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정직은 신분은 그대로 지닌 채 1개월 이상 3개월 이하의 기간 동안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게 하는 징계이다. 강등은 정직 3개월에 더하여 1계급 아래로 직급을 내리는 징계이다. 마지막으로 해임과 파면은 모두 공무원 신분을 박탈하는 것을 골자로 하지만, 퇴직급여가 대폭 삭감되는 파면이 가장 무거운 징계에 해당한다.

 

대법원 - 소속 기관에서 징계를 당한 공무원이 징계가 부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사진은 대법원 내부 모습이다.

최근 공무원 징계는 갈수록 엄격해지는 추세이다. 예컨대 공무원의 성 비위 관련 징계를 대폭 강화했는데, 특히 카메라 불법촬영 및 유포,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공연음란 행위 등을 성폭력·비위 유형으로 새로 규정하고 감봉 이상의 징계를 내리도록 했다. 또 음주운전에 대한 공직 내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공무원이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 음주운전으로 한 번이라도 걸리면 공직에서 퇴출될 수 있도록 했다. 이른바 온정주의는 이제 옛말이 된 것 같다.


조선시대 관리 징계의 유형

앞에서 현재의 공무원 징계 제도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이제부터는 조선왕조 관리들을 대상으로 한 징계 체계를 알아보자. 당시 관원들이 잘못을 저지른 경우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최근 일본 교토대학(京都大學)의 한국사 연구자인 야기 다케시(矢木毅) 교수가 최근 수행한 연구에서 정리한 내용을 가져온다.

먼저 관리들에게 내려진 징계 가운데 가장 가벼운 것으로 거론할 수 있는 것이 ‘추고(推考)’이다. 관리들의 부정이 적발될 경우 대개 사헌부에서 당사자에 대한 서면 취조가 이루어지는데 이것을 추고라 했다. 그래서 관인을 추고한다는 것은 요즘 말로 하며 ‘시말서’를 내는 정도의 아주 경미한 처분으로 보면 된다.

다음으로는 관직에서 해임하는 조치가 ‘파직(罷職)’이다. 파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히 해임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복직에 제한이 있었다. 매년 6월과 12월에 열리는 조선시대 대규모 인사 조치를 세초(歲初)라고 했는데, 이 세초에서 국왕의 복직 허가가 내려지지 않는 한 파직된 자가 다른 관직에 취임할 수 없었다.

 

박세당 고신 - 1668년(현종 9) 박세당(朴世堂)을 이조좌랑(吏曹佐郎) 등에 임명하는 임명장. 조선왕조 관리에 대한 처벌 중에는 고신(告身)을 몰수하는 징계가 있었다. 의정부 장암 반남박씨 소장.

파직보다 무거운 처벌로는 ‘수고신(收告身)’이 있다. 당시 관직 임명장을 고신(告身)이라 불렀는데, 수고신이란 해당 관리가 가지고 있던 관직 임명장을 몰수하는 것을 말한다. 이 ‘수고신’ 처분은 사실상 벼슬에 다시 나가는 것을 금지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다음으로 ‘삭거사판(削去仕版)’과 ‘영불서용(永不敍用)’이 있다. 사판(仕版)이란 관원 명부를 말하는데, 앞의 ‘수고신’ 처분을 받더라도 관원 명부에 해당 관인의 이름이 그대로 남는다. 하지만 ‘삭거사판’은 관원 명부인 사판에서 아예 그 이름을 말소하는 것을, ‘영불서용’은 영원히 관인으로 출사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이상 파직, 수고신, 삭거사판, 영불서용은 관인으로서의 직권이 정지되는 징계처분이었지만, 이보다 더욱 무겁게 처분으로 한양 도성 문 밖으로 추방하는 조치도 있었다. 그것을 ‘삭탈관직(削奪官職) 문외출송(門外黜送)’, 줄여서 ‘삭출(削黜)’이라 불렀다. 이는 관직 임명장을 빼앗거나 관원 명부에서 제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추방이라는 훨씬 강제적인 처분이 내려지는 처벌이다.


유배형, 사형과 유사한 징계 몇 가지

지금까지 조선시대 관리에 대한 징계의 유형을 가벼운 추고부터 무거운 삭출에 이르기까지 살펴보았는데, 이제는 유배형이나 사형의 형벌과 비슷한 징계를 소개한다.

관원에 대한 사사(賜死) - 관원에 대한 사사는 형률로서의 사형과 유사하나 국왕이 내리는 징계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김윤보의 『형정도첩』 수록.<br>
관원에 대한 사사(賜死) - 관원에 대한 사사는 형률로서의 사형과 유사하나 국왕이 내리는 징계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김윤보의 『형정도첩』 수록.

먼저 ‘부처(付處)’이다. 이는 중도부처(中道付處)의 줄임말인데, 당사자의 고향이나 그가 소유하고 있는 농장 위치 등 생활 여건을 고려하여 배소(配所)를 지정하여 추방하는 것을 말한다. 다음으로 중도(中道)에 거처를 정하는 부처보다 훨씬 먼 곳, 즉 변방이나 섬에 배소를 정하는 것은 ‘원찬(遠竄)’이라 하였다.

한편 ‘부처’, ‘원찬’ 징계를 받은 경우에는 배소의 고을을 벗어나지 않는 한 비교적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었으나, 이보다 무거운 ‘안치(安置)’ 명령이 내려질 경우 사정은 달랐다. 안치는 배소에서의 생활이 한층 엄격하게 제한되어 사실상 배소의 가옥에 연금당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익히 들어본 ‘위리안치(圍籬安置)’는 배소의 가옥을 가시나무 울타리로 둘러 외부와의 교통을 완전히 차단해버리는 것으로 안치 중에서도 무거운 처분이라 할 수 있다.

끝으로 ‘사사(賜死)’는 가장 무거운 처벌로서 국왕이 사약(賜藥)을 내려 자살을 강요하는 것을 말한다. 결국 죽는다는 점은 같지만, 국왕이 은전을 베풀어 사대부로서의 명예를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형률에 의한 사형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죽은 자에게 내려지는 징계

지금까지 살펴본 것은 현직 관원, 즉 살아있는 자에 대한 징계 제도인데, 이 외에도 이미 죽은 자에게 국왕이 징계를 내리는 경우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추탈관작(追奪官爵)’이다. 추탈관작 명령이 내려지면 관리의 자손이 가문의 보물로 가지고 있던 해당 선조의 고신(告身)은 모두 몰수, 소각되었다. 이는 죽은 사람에 대한 명예를 박탈하고, 자손들이 양반으로서의 신분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보다 무거운 것으로 ‘노적(孥籍)’이 있다. 이는 죽은 관리의 처자식을 연좌(緣坐)시켜 노비의 적에 올리고 그들의 재산까지 몰수하는 처벌을 말한다. 앞서 본 추탈관작은 관리 가문의 명예에 커다란 타격을 주는 것이지만, 그래도 관리의 자손까지 직접적으로 처벌이 미치지는 않았다. 반면 노적은 그 관리의 자손을 영원히 관계(官界)에게 추방하는 처분이 가해지는 것을 말한다. 

사실 죽은 관리의 가족에게는 연좌 처벌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당쟁이 격한 시기에 이 원칙을 무시하고 노적 처분이 내려진 경우가 간혹 있었다. 소론(少論) 4대신(大臣) 중 하나인 조태구(趙泰耈)가 죽고 30여 년이 지난 영조대에 노론(老論)이 정국을 잡게 되는데, 1746년(영조 22)에 그에게 ‘삭탈관직’을, 이어서 1755년(영조 31)에는 ‘노적’ 처분을 내린 것이 그 한 예이다.

 

고하도 이충무공 기념비(高下島 李忠武公 記念碑) -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탁월한 전략을 기리고 있는 목포 고하도(高下島)에 있는 비석. 남구만(南九萬)이 비문을 짓고, 조태구(趙泰耈)가 글씨를 썼다.

이처럼 조선시대에는 오늘날과 달리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이나 후손까지도 처벌이 미치는 징계가 있었다. 조선왕조 관리 대상 징계제도는 해명해야 할 부분이 아직 많이 있으므로 후속 연구가 조속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심재우 한국학중앙연구원·조선시대사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조선시대사 연구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규장각 조교,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를 거쳐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인문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선시대 법률문화와 사회문화사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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