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으로 찾은 공정분배원칙 … 볼츠만 공정분배원칙(The Boltzmann Fair Divi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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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으로 찾은 공정분배원칙 … 볼츠만 공정분배원칙(The Boltzmann Fair Division)’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2.10.10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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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IST 김채운‧김재업‧김철민 교수팀, 볼츠만 분포 적용한 新공정분배원칙
- 울산대 경제학과 박지원 박사 공동연구, Scientific Reports 논문 발표

 

                                 왼쪽부터 김채운 교수, 박지원 박사, 김재업 교수, 김철민 교수

 

“참여자의 주관적 ‘만족’이 아닌 자원의 ‘자연스러운 배분’을 통해 공정분배를 이루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평형상태에 있는 물리계가 가장 높은 확률로 자연스럽게 따르는 ‘볼츠만 분포(Boltzmann distribution)’를 적용한 완전히 새로운 분배원칙입니다.”

 

UNIST 물리학과 김채운‧김재업‧김철민 교수팀이 울산대 경제학과 박지원 박사와 함께 ‘물리학 원리에 착안한 공정분배원칙’을 고안했다. 통계물리학의 볼츠만 분포에 기반한 것이라 ‘볼츠만 공정분배원칙(The Boltzmann Fair Divisio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경제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생산하고, 이를 분배해 소비하는 모든 활동을 일컫는다. 기존의 경제학은 생산과 소비에 관해서는 심도 있는 연구가 이루어져 왔지만, 여러 상황에서 갈등의 씨앗이 되는 분배에 대해서는 합리적이면서 공정한 원칙을 제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각기 다른 상황의 모든 이해당사자를 만족시키면서 한정된 자원을 자연스럽고 공정하게 분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공정 분배(Distributive Justice)는 사회 정의(Social Justice)와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으며 오랫동안 인류는 공정한 분배 문제에 관해 끊임없이 논쟁을 벌여 왔다. 경제학자를 포함한 많은 학자는 공정한 분배 문제를 대표하는 케이크 자르기(cake-cutting) 문제를 풀기 위하여 ‘내가 자르고, 네가 고르기(Cut-and-choose)’와 같은 다양한 분할 방법을 제안했다. 하지만 기존의 방법은 매우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고 인간 행동에 대한 비현실적인 가정 때문에 실제 문제에 적용하기 힘든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볼츠만 공정분배원칙’을 사용해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공정하게 케이크(한정된 자원)를 자르는 방법을 제안했다. 물리학에서 영감을 받은 볼츠만 공정분배원칙은 케이크 자르기 참가자 중심의 분배 프로세스가 아닌 ‘나누어야 하는 케이크 중심’의 분배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했으며, 연구진은 "볼츠만 공정분배원칙을 이용해 가장 자연스러우면서도 편향되지 않은 분배 방법을 제안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볼츠만 분포는 물리계가 열적인 평형상태에 있을 때*, 그 물리계에 속한 원자나 분자가 가장 높은 확률로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에너지 상태 분포를 나타낸다. 일정한 온도로 맞추어진 방 안에 존재하는 공기 분자의 속력 분포도 볼츠만 분포에 기반하고 있다. 볼츠만 분포가 내포하는 ‘자연스러운 분배’의 개념을 경제학에 도입하면 공정분배원칙의 기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 열적 평형상태(thermal equilibrium): 온도가 다른 두 물체를 접촉한 후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두 물체의 온도가 같아진다. 이때 양방향으로 이동하는 열의 양이 같아져 열이 이동하지 않는 것과 같은 상태가 되며, 이를 열적 평형상태라고 한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볼츠만 분포에서 사용되는 물리학적인 개념인 ‘입자’, ‘에너지 상태’, ‘에너지 값’을 공정분배에서 고려돼야 하는 경제학적인 개념으로 치환했다. 입자는 ‘한정된 자원’으로, 에너지 상태는 ‘참여자’로, 에너지 값은 ‘참여자의 자원 생산에 대한 기여도’로 둔 것이다.

이렇게 적용하면, 한정된 자원이 참여자의 기여도에 따라 가장 자연스럽고 공정하게 배분되도록 설계된다. 볼츠만 공정분배원칙의 수학적 모델은 동등 분배 문제(Homogeneous division problem)와 차등 분배 문제(Heterogeneous division problem) 두 가지 모두에 적용할 수 있게 설계됐다(Park et al., Scientific Reports(2022), 12:16179). 

이번 연구에서는 볼츠만 공정분배원칙에 참가자들의 핵심요소인 기여도, 필요도 및 선호도를 성공적으로 통합했으며 참가자들의 총효용의 합을 극대화해 분배를 최적화할 수 있었다. 기존의 분배방법과 비교해 연구진이 제시한 모델은 현실적인 인적 요소를 통합할 수 있고 매우 간단해서 여러 참가자의 문제로 쉽게 확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박지원 박사는 “참여자의 기여도나 취향 같은 현실적인 요인들을 반영해 자원을 배분하는 볼츠만 공정분배원칙은 ‘사회적 온도’의 개념을 내포하는 상수(β값)에 의해 분포의 퍼짐 정도가 결정된다”며 “이 상수 값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 철학과도 결합해 최적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채운 교수는 “볼츠만 공정분배원칙에 내포된 ‘사회적 온도’의 값이 크면 참여자에게 폭넓게 자원이 배분되는 따뜻한 공동체가, 반대라면 소수의 참여자가 자원을 독식하는 냉혹하고 차가운 사회가 된다”라며, “우리 사회가 보다 따뜻한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정책 수립 등에 기준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고안된 볼츠만 공정분배원칙은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한 다수의 참여자에게 한정된 자원을 배분해야 하는 다양한 복잡한 문제에 적용할 수 있도록 일반화돼 고안됐다. 연구진은 “연구의 결과는 새롭게 제시된 볼츠만 공정분배원칙이 균형이 잘 잡힌 분배 방법이며, 특히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에게 우호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따라서 볼츠만 공정분배원칙을 이용한 분배는 사회 계층 간의 불평등을 감소시킬 수 있는 공정분배의 기준을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소득불평등 문제 해소나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 협상 등과 같은 복잡한 현실 세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됐다(논문명: The Boltzmann fair division for distributive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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