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미래: 네 가지 뉴노멀과 제4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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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된 미래: 네 가지 뉴노멀과 제4의 길
  • 이현훈 강원대·경제학
  • 승인 2022.10.09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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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말하다_ 『예정된 미래: 네 가지 뉴노멀과 제4의 길』 (이현훈 지음, 파지트, 308쪽, 2022.09)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30만 년의 역사상 처음으로 엄청난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다. 인류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디지털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인류는 노인사회, 양극화된 사회, 그리고 뜨거운 지구를 스스로 만들어 내고 있다.  

이 책은 우리 인류가 30만 년 역사상 처음으로 마주하고 있는 네 가지의 새로운 현실, 즉 뉴노멀(New normals)의 인류사적, 경제학적 의미를 설명하고, 이 네 가지 뉴노멀이 인류에게 어떻게 생존의 위험이 되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그런 다음 이를 극복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산업혁명 이후 걸어온 길에서 벗어나 제4의 길로 담대한 전환을 해야 함을 설명한다.
           
인류가 마주하고 있는 네 가지 뉴노멀 

(1) 첫 번째 뉴노멀: 디지털사회

호모 사피엔스의 30만 년 역사에서 세 번의 획기적인 전환점이라 할 수 있는 울트라 메가 혁명(Ultra-Mega Revolution)이 있었다. 첫 번째 울트라 메가 혁명은 만 년 전쯤에 시작되었던 농업혁명이다. 농업혁명 이후 인간은 더 이상 숲과 들을 떠돌며 사냥과 채집생활을 하지 않고 한 곳에 정착해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문명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인류의 두 번째 울트라 메가 혁명은 250여 년 전 쯤 영국에서 방적기나 증기기관 같은 기계를 발명하면서 시작된 제1차와 제2차 산업혁명이다. 이로써 농업 대신 제조업이 주력산업으로 등장했고 인류사회는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했다. 때문에 제1차와 제2차는 제조업을 뜻하는 ‘산업혁명’이다. 인류의 세 번째 울트라 메가 혁명은 제3차와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도 불리는 디지털혁명이다. 디지털 혁명으로 사피엔스 인류는 초고속 인터넷망으로 연결된 스마트폰으로 더욱 쉽고 빠르게 지식과 정보를 교환하고 교육, 생산, 놀이에서 더욱 효율적으로 협동하며 살게 되었다. 이제 디지털기술은 재료공학, 생명공학 등 다른 분야의 기술과 융합하면서 사회전체를 바꾸고 있다. 이로써 인류사회는 산업사회에서 디지털사회로 전환 중이다. 

(2) 두 번째 뉴노멀: 노인사회

인간의 기대수명은 수렵채집사회에서 농업사회에 이르기까지 30~40세 정도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공중보건과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유아사망률이 줄어들면서 기대 수명은 크게 증가했다. 현재 진행 중인 디지털혁명과 함께 인간의 수명은 더욱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반면에 출산율은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류사회는 인류 역사상 처음 경험하는 노인사회가 될 것이다. 

(3) 세 번째 뉴노멀: 양극화사회

현재 전환 중인 디지털사회에서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만들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수퍼 휴먼과 그렇지 못한 평범한 인간 간의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로봇은 인간의 육체노동뿐만 아니라 정신노동까지도 대체하고 있어 대다수의 평범한 인간은 일자리를 잃어버릴 것이다. 일자리를 잃어버린 대다수 인간은 결국 정부가 주는 기본소득에 의존해서 살아야 하는 사회가 올 수 있다. 

(4) 네 번째 뉴노멀: 홀로세

농업혁명이 만 년 전쯤 시작된 것은 기후가 홀로세(Holocene)로 접어들면서 온화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인간은 화석 연료를 태워 만든 에너지를 기반으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하면서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켜왔다. 이 때문에 산업화 이전(1850~1900) 대비 지구의 지표면 평균 온도는 1.1℃ 상승했으며 현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한다면 2040년 이전에 지표면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인류는 해수면 상승, 폭염, 태풍, 홍수, 가뭄과 같은 엄청난 기후 재앙을 겪고 있다. 지구 해양도 인간의 오남용과 기후 변화로 인해 많은 종류의 해양생물이 고갈되고 있다. 


제 4의 길로의 담대한 전환 

산업혁명의 시작과 함께 인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만들고 이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한 것이 고전학파에서부터 신자유주의에 이르는 경제학이다. 자본주의 체제는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켰고 환경파괴와 기후위기를 불러온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이에 저항해서 사회주의 이념이 등장했다. 그러나 볼세비키 혁명을 통해 사회주의를 표방하며 등장한 소련은 좌파 파시즘이라는 독재통치를 가져 왔고 특권계급이 생기며 새로운 형태의 빈부 격차가 나타났다. 게다가 개인의 소유권 부재에 따른 근로 의욕 저하와 계획경제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와의 체제 경쟁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영국 총리로 재임한 토니 블레어는 ‘자본주의나 사회주의가 아닌 제3의 길’을 내세웠다. 제1의 길인 자본주의와 제2의 길인 사회주의를 융합하려는 시도이다. 비슷한 시기에 집권한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프랑스의 리오넬 죠스팽 총리도 제3의 길을 추구했다. 비슷한 시기에 두 번째 집권한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도 이들과 비슷한 정치 철학을 갖고 있었다. 제3의 길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앤서니 기든스 교수는 서구사회에서 부르주아와 프롤레탈리아의 구분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으며 중간계급인 시민사회가 정치의 중심이 되어야 하고 정부와 시민사회 간에 진정한 파트너십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들어 자연 생태계는 점점 더 크게 훼손되고 지구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이 확인되면서 제1의 길(자본주의)도, 제2의 길(사회주의)도, 제3의 길도 아닌, 탈성장(degrowth)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탈성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 성장은 필연적으로 환경파괴와 기후위기를 가져 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멈추기 위해서는 성장을 멈춰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성장이 멈추면 선진국보다는 개도국, 부자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질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인류는 이제 새로운 길, 제4의 길을 가야 한다. 제4의 길은 인류가 마주하고 있는 네 가지 뉴노멀인 디지털혁명, 인구 고령화, 사회 양극화, 기후위기가 인류에게 주는 위험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길이다. 즉 현대를 사는 인류 모두뿐만 아니라 미래세대 그리고 지구상의 모든 생태환경이 서로 동등한 가치를 인정하고, 지속적으로 포용하고 상생하는 ‘지속가능한 참 발전(Sustainable True Development)’을 비전으로 하는 길이다. 

이를 위해 ‘지속가능한 참 발전’은 3대 목표로서 ①지속가능한 경제, ②지속가능한 사회, ③지속가능한 환경을 추구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경제는 지속가능한 참 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경제이다. 참 성장은 GDP의 성장률로 측정하는 일반적인 성장과 달리 GDP에서 환경 및 사회적 비용을 뺀 순수한 경제활동의 성장을 의미한다. 지속가능한 사회란 사회를 구성하는 다수의 사람들이 사회를 전복하려 하는 대신 현재의 사회 시스템을 평화롭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개선해 나가는 사회이다. 지속가능한 환경은 현재 세대가 누리고 있는 지구의 자연자원과 환경 서비스를 미래세대도 누릴 수 있도록 보전되는 생태환경을 말한다.

문제는 경제, 사회, 환경의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제1의 길은 경제 우선, 제2의 길은 사회 우선, 탈성장주의는 환경만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제1의 길은 사회형평성을 악화시키거나 생태환경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제2의 길이나 탈성장은 경제 성장과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제3의 길은 경제와 사회를 포용하는 길이지만 환경을 간과했다. 이 때문에 제4의 길은 ‘지속가능한 참 발전’을 위해 ‘포용적 참 성장’과 ‘녹색 참 성장’을 두 개의 성장 전략으로 추구한다. 포용적 참 성장 전략은 지속가능한 경제와 지속가능한 사회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전략이다. 녹색 참 성장 전략은 지속가능한 경제와 지속가능한 환경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전략이다. 

포용적 참 성장은 결과의 형평성보다 ‘기회의 형평성’을 높이는 정책을 필요로 한다. 무엇보다 교육 기회의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 교육 기회를 높이게 되면 사회적 형평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인적자원의 질적 수준을 높임으로써 지속가능한 참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제 활동 기회의 형평성도 높여야 한다. 경제 활동 기회를 높이게 되면 사회적 형평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인적자원이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배분됨으로써 지속가능한 참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녹색 참 성장을 위한 대표적인 정책으로 환경 관련 세금은 올리는 대신 소득세는 줄이는 그린세제개혁(green tax reform)을 들 수 있다. 경제활동에서 나오는 환경 외부성을 내재화시킴으로써 기업들은 환경부하를 줄이는 대신 낮아진 소득세율에 따라 생산 활동을 늘리려 할 것임으로 경제 성장과 환경 보전이라는 윈-윈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녹색에너지와 녹색 기술 투자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늘리는 것도 녹색 참 성장 전략 중 하나이다. 그린보조금(green subsidy)을 통해 기업들이 새로운 녹색 에너지와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참 GDP의 성장과 환경보전이라는 윈-윈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제1의 길부터 탈성장주의까지 모두 서구의 문화적 배경에서 나온 이데올로기이다. 서구는 인간사회에서 너와 나의 구분이 분명하고, 인간과 자연 간의 관계에서는 인간이 자연을 지배 또는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은 동양에서는 인간사회를 “우리 집”과 같은 표현처럼 너와 나 대신 “우리”로 생각한다. 그리고 자연과의 관계에서도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이제 서구의 이데올로기가 불러 온 인류의 위기적 상황을 동양의 문화가 기반이 되는 새로운 이데올로기, 제4의 길로 극복해야 한다.  


이현훈 강원대·경제학

강원대학교 국제무역학과 교수 겸 국제도시훈련센터(IUTC) 원장. 미국 오레곤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 취득 후, 유엔 아태경제사회이사회(UN ESCAP) 선임환경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사무국 선임분석관으로 근무했으며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세계』와 『Post-COVID Asia: Deglobalization, 4th Industrial Revolution and Sustainable Development』, 『Korea’s Economic Miracle: Fading or Reviving』, 『세계화·정보화시대의 신무역학원론』, 『한국경제: 과거, 현재, 그리고 21세기 비전』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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