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근대 감시 체제
상태바
자유와 근대 감시 체제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2.10.03 1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열린연단 〈자유와 이성〉 제17강_ 도승연 광운대 교수의 「자유와 근대 감시 체제」


네이버문화재단의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 아홉 번째 시리즈 ‘자유와 이성’ 강연이 매주 토요일 서울의 네이버 스퀘어 종로에서 진행되고 있다. 자유는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자기실현의 원리라고 할 수 있으며, 그간 인류가 걸어온 길은 자유 실현을 위한 투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합리성의 증대는 자유의 신장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여섯 섹션 총 44강으로 구성된 이번 시리즈는 고전 시대로부터 근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자유 담론을 검토함으로써, 자유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확장하고 미래 사회를 위한 새로운 비전을 열어보고자 한다. 자유의 이념과 지향에 관한 동서양의 지적 자산을 통시적으로 고찰하는 두 번째 섹션 ‘자유와 민주주의: 역사와 전개’ 제17강 도승연 교수(광운대 인제니움학부대학)의 강연을 발췌 소개한다.

정리   고현석 기자
사진·자료제공 = 네이버문화재단


자유와 근대 감시 체제


도승연 교수는 ‘자유’와 ‘근대’, 그리고 ‘감시’라는 “현실과 가장 맞닿아 있으면서도 동시에 두꺼운 의미의 깊이를 가진 주제어들이 제시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l Foucault)와 그의 『감시와 처벌: 감옥의 탄생』이라는 텍스트를 중심으로 논의를 펼친다. 구체적으로는 ‘자유와 근대의 감시 체제’에 대해 두 가지 “세부 주제를 통해 진행”코자 하는데 첫째 “『감시와 처벌』에 대한 내용적 검토”로서 “감옥이라는 소재를 통해 푸코가 근대의 주체 철학과 정치사상을 어떻게 뒤집고 확장하고 비판하고 있는가 설명하기 위해 ‘주체의 문제를 권력을 통해’ ‘권력의 문제를 주체를 향해’” 다룬다. 이는 “『감시와 처벌』로부터 촉발된 주체화의 문제가 이후 푸코의 연구의 핵심 주제로서 전개된다는 것을 밝히는 작업”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두 번째 논점으로는 “자유, 주체, 권력의 문제”와 관련해 “『감시와 처벌』 이후 제기된 권력의 이론적 약점을 정리”한 다음 푸코의 “후기 논의에서 ‘통치(government)’로 새롭게 설정된 권력의 이행을 통해 ‘구성하는’ 주체화의 차원과 그 과정에서의 자유의 가능성을 새롭게 점검”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다. 다만 “해당 통치성과 자유의 주제”가 방대한 작업인 탓에 “현대 사회에서 복합적 양상으로 진행, 변용되고 있는 감시의 문제를 통해 통치성의 공간으로서의 도시, 특히 현대적 판옵티콘(panopticon)이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 시티, 부정적으로 표현한다면 디지털 폴리스로서의 전자 감시 사회”에 한정하여 그 비판적 검토를 시도한다.  

 

지난 8월 27일, 도승연 교수가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 – 자유와 이성>의 17번째 강연자로 나섰다. 사진제공=네이버문화재단

들어가며

미셸 푸코(Michell Foucault, 1926-1984)로 하여금 ‘권력의 철학자’라는 명예로운 이명과 함께 세계적 수준의 사상가로서의 발돋움하게 했던 저서가 바로 ‘자유와 근대, 감시’를 주제어로 하는 1975년에 출간된 『감시와 처벌: 감옥의 탄생』이다.

지성사적 차원에서 『감시와 처벌』의 주체의 부정은 인식과 실천의 토대가 되는 근대 주체 개념의 허구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근대 정치사상의 전제가 되는 사회계약의 주체 개념을 동시에 부정함으로써 정치사상사의 주류 담론의 존재론적 토대를 흔들었다. 하지만 근대의 자율적 주체의 허구성을 폭로하기 위해 도입한 푸코의 방법론은 매우 구체적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첫째, 니체로부터 빌린 푸코의 계보학적 전략은 권력 작동의 대상으로서 인간의 신체의 표면, 그 공간성을 분석의 대상으로 삼았으며 이는 시간의 흐름에 기반한 역사적 차원이 아닌 공간적 전회에 기반한 공간적 장치와 배치를 문제화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현실의 문제를 보다 구체적 차원에서 도출,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둘째, 어쩌면 『감시와 처벌』보다 더 유명한 ‘판옵티콘(panopticon)’이라는, 감시를 대표하는 근대적 메타포를 도입함으로써 푸코는 생명을 빼앗고 신체를 부수는 권력이 아닌 ‘유순한 신체(docile body)’로서 구성된 주체의 자발적 예속화를 권력의 주된 효과로서 제시하였고 실제 이러한 분석은 향후 권력 작동의 수준과 단계, 범위를 보다 미시적이며 거시적 수준에서 진행할 수 있는 중요한 단초를 제공하였다.

『감시와 처벌』로부터 본격화된 푸코의 주체화 문제는 생명관리 권력을 거쳐 향후 근대의 자유주의적 통치성, 현대의 신자유주의 통치성에서의 스마트 시티의 등장과 같은 우리에게 주어진 사회적 현실의 문제를 새롭게 분석, 비판할 수 있는 도구 상자로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자유와 권력은 서로의 부재로부터 찾을 수 있다’는 상호 배타적 관계에 대해 거부하고 권력의 작동은 자유를 전제함으로써만 가능하다는 푸코의 주장은 자유와 권력, 주체와 권력에 관한 근대적 전제를 뒤흔들어놓았다. 

 

1. 『감시와 처벌』에 대한 내용적 검토와 푸코 효과

1) 고문형으로부터 감금형으로의 형벌 체제의 변화의 배경에 대하여

『감시와 처벌』은 감옥의 탄생을 부제로 가진다. 근대 계몽주의 시대에 이르러 과거의 고문형은 인간주의적 개혁을 거쳐 신체를 구금하는 감금형으로 전환된다. 18세기의 형법 개혁자들은 잔인감과 과도함을 최소화하기 위한 계몽주의적 전환을 형벌 방식의 진보로서 간주한다. 하지만 푸코는 이것을 권력의 작동과 효과를 경제화하기 위해 고안된 처벌 방식의 질적 전환으로서 이해한다. 

푸코는 화려한 의식과 사회적 비용과 역전될 수 있는 힘의 비용을 치르지 않고 감금이라는 공간적 격리가 진정으로 효과적인 ‘처벌’이 될 수 있었던 보다 중요한 근거를 신체에 대한 권력의 새로운 작동 방식에서 보았다. 즉, 감금형에서 행사되는 권력이 억압하고 부수는 힘이 아니라 수감자의 신체의 모든 것(일상적 활동, 태도 등)을 감시함으로써 축출되는 지식을 토대로 이를 실제 권력의 효과로 현실화하는 방식, 달리 말해 수감자를 특정한 인간형으로 주조하는 지식-권력의 새로운 작동 방식을 포착, 주목하였다. 이처럼 근대의 감금형은 단순히 폐쇄적 공간에 버려두는 ‘격리’와 다르고, 죄인의 신체에 피의 각인을 새기는 ‘고문’과도 다르며, 혹은 더 멀리 고대 사회에서 행해지던 낯선 세계로의 ‘추방’과 처벌의 방식과 그 효과가 완전히 다르다. 감금형에서 작동하는 권력의 속성은 특정한 공간에서, 특정한 지식의 실제화를 통해 특정한 대상을 개념화하고, 주조하고, 구성하는 예속화하는 힘으로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감금형의 형벌은 휴머니즘적 가치로의 진일보, 형벌 체제의 발전으로 받아들인 세간의 평가와 달리 신체에 관한 모든 것을 지속적으로 관리, 통제하여 신체의 능력을 특정 장소에 적합한 유용함으로 생산함으로써 더 ‘잘’ 처벌하는 경제적(효율적) 방식으로 기능하는 권력 작동의 극적인 전환이었다. 즉 근대의 형벌은 감금형이 함축하는 ‘처벌의 타당성과 집행의 공정함, 사회적 선의 지향’과 같이 법률적 차원에 의존하면서 동시에 규율과 기술로서의 주체를 예속화하는 지식-권력의 차원이라는 이중적 토대를 통해 구축, 유지되고 있었던 것이다.

한데 흥미로운 것은 감금형의 경우 활동과 태도 등 그의 신체에 관한 모든 것을 감시를 통해 제한하지만 정작 처벌받는 것은 그의 신체를 관통하여 구성된 그의 정신(영혼)에 있었다는 점이다. 푸코는 특정한 유형의 인간형, 주체로의 주조야말로 결과적으로 더 잘 처벌할 수 있는 처벌의 방식이었음을 감금형을 통해 제시하였고 이러한 권력의 작동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 전략과 장치를 규율 권력(disciplinary power)으로 칭하였다.

규율 권력은 ‘공간에 따른 개인의 분할을 실행’함으로써 개인을 분류하고 개별화하는 동시에 시간을 통제하는 방식을 유용한 시간, 즉 ‘시간으로부터 이용 가능한 순간을, 그리고 매 순간 항상 많은 유효 노동력을 이끌어냄’으로써 개인의 활동을 통제하고 지속적인 복종을 강제한다. 판옵티콘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분할과 통제의 기술을 개인에게 적용하고 신체를 비대칭적 관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감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감시를 규범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2) 『감시와 처벌』 이후 제기되는 비판들, 이른바 푸코 효과들

① 공간론적 전회와 계보학의 활용에 따른 ‘신체’의 부상

푸코는 현상학의 초월적 주체 개념을 소거하고 역사적으로 주체의 형성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분석 틀이 필요했고 그 방법론이 계보학임을 명시한다. 이때의 계보학적 연구는 언제나 시간적인 차원이 아닌 공간적인 차원의 탐구의 우선성을 전제하는 것이다.

첫째, 푸코가 계보학에서 다루는 공간은 담론이 형성되는 공간, 즉 진리 게임이 작동하는 공간으로서 등장한다. 푸코가 범죄와 형벌 등의 주제가 특정한 시대에 담론의 대상으로 포착, 해석, 평가되는 일련의 과정으로 추적돼야 한다고 했을 때, 이 물음은 특정 일탈 행위에 관한 담론의 내적 논의가 아니라 그것이 작동하는 구체적인 공간과 사건에 대한 질문이 된다. 

둘째, 푸코의 특이성은 그가 자율적 근대의 주체를 부정하고 권력의 작동의 결과물로서 구성되는 예속적 주체를 주장함에 있어 주체의 본질이라고 여겨졌던 정신(영혼)이 아니라 그동안 간과되어왔던 신체를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푸코에게 신체는 신체는 권력의 효과가 표적하는 대상이며 그 효과의 작동을 이끄는 수단이다.

마지막으로 푸코는 주체와 지식, 권력의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와 연관된 특정 공간, 병원, 감옥, 소년감화원 등의 구체적인 물리적 공간의 생성 구조와 배치, 통제의 과정을 치밀하게 분석하는 작업가로서 유명하다. 계보학자로서의 푸코가 다루는 신체가 담론의 공간 안에서 특정한 실제 공간에 의해 만들어진 신체라는 공간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계보학적 작업은 언제나 공간과의 분투였다.

따라서 『감시와 처벌』로부터 촉발된 푸코 효과는 방법론적으로는 공간적 전회, 계보학을 활용함으로써 ‘담론적 공간, 신체에 대한 주목, 실제 공간에 대한 분석’의 구체성을 확보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내용적으로는 신체에 관한 계보학적 분석에 기반하여 선험적 인식의 토대인 주체 개념을 거부하고, 주체의 예속화를 주장했다는 점인데 마지막으로는 마르크시즘적 권력관과의 대결에서 찾을 수 있다. 

② 마르크시즘적 권력관과의 대결: 권력-지식의 관계론적 권력으로

당대 지성사에 『감시와 처벌』이 끼친 푸코 효과로 한정한다면 그것은 ‘억압과 해방’의 도식으로 대표되는 마르크시즘적 권력관에 전면적으로 도전하면서 권력-지식에 관한 새로운 권력관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푸코의 권력관이 기존의 ‘억압적ㆍ법률적ㆍ경제적’ 차원의 권력에 대한 이해로부터 벗어나게 해주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공간, 신체’라는 억압이 아닌 사건들의 힘의 흔적을 추적할 수 있는 물질성의 차원에서 권력을 탐구하도록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을 제공하였기 때문이다. ‘권력의 철학자’로서의 푸코의 위상은 이렇게 새겨진 것이었다.

 

2. 통치로서 최종화된 권력에 대한 이해와 자유의 가능성

1) 규율 권력으로부터 생명관리 권력으로의 이행

푸코의 이러한 주장은 서구 근대 사상의 토대인 자율적 인식과 실천의 주체에 대한 부인은 물론 사회계약의 권리의 주체를 부인했다는 점에서 학계에 충격을 주었다. 비판의 핵심은 자유의 부인과 규범성의 부재에 있었다. 규범성의 부재, 저항의 가능성의 부재라는 규율 권력이 가진 이론적 난점은 설득적인 문제 제기였다. 하지만 ‘모든 곳에 권력이 있다’는 권력의 편재성으로부터 저항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묻는 자유의 가능성은 여전히 뜨거운 쟁점이 되었다. 이후 푸코는 『감시와 처벌』에서 사용했던 규율 권력을 포기하고 『성의 역사 1: 앎에의 의지』에서 생명관리 권력(bio-power)으로 이행한다.

‘생명관리 권력’이란 18세기의 자본주의적인 질서의 팽창과 함께 등장한 개인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그에 예속시키기 위한 일련의 일관성을 띠는 권력의 기술을 의미한다. 생명관리 권력은 두 측면으로 작동하는데 하나가 ‘인간 신체에 대한 해부학적 정치학(Anatamo politics of human body)’, 즉, 규율 권력의 측면으로서 개인을 지식의 대상으로 포착하여 특정 규범 체제에 따라 예속적 주체를 만들어가는 힘의 차원을 의미한다면, 또 다른 하나는 인간을 하나의 종, 혹은 인구로 대상화하여 성적인 장치들과 관련 그들을 과학적인 범주로 나누는 일련의 과정과 제도, 그것에 따른 실천의 측면[Bio politics of the population]이다. 

생명관리 권력으로부터 푸코가 분석의 대상으로 주목한 것은 근대의 성적 욕망, 섹슈얼리티(sexuality)이다. 섹슈얼리티는 ‘생명과 생명의 메커니즘을 명확한 계산의 영역으로 편입시키고 권력과 지식을 통해 인간의 삶과 권력의 변화를 작동시키는 요인’이면서 동시에 인구를 중심으로 하는 생명관리 권력의 교집합으로 위치, 기능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섹슈얼리티가 과학적 연구와 객관적 분석의 대상이 되는 순간, 개인의 성적 활동은 정체성을 이루는 판단 기준으로 작동할 뿐 아니라 인구 종과 관계하는 생명의 차원은 한 사회가 지향하는 규범적 가치와 행정적 목표에 의해 인구적 차원에서 조절, 관리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이 된다.

하지만 푸코는 생명관리 권력이 전제하는 ‘섹슈얼리티의 과학화’를 전면적으로 거부하며 이것은 서구인의 본성이 아닌 근대에 결정화된 사회적이며 역사적 구성물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푸코는 부르주아들에게 주로 행사되던 성적 욕망에 대한 억압 가설에 대한 거부는 물론 억압으로부터의 해방 담론 역시 권력의 내부적 효과라고 보았다. 궁극적으로 성적 욕망에 대한 특정한 방식의 해석과 이해라는 지식의 효과를 통해 개인을 정상, 혹은 비정상의 성적 주체로 인식하게 하는 인식과 경험의 작용이야말로 권력-지식의 작동임을 주장한 것이다.

규율 권력의 작동이 과거 ‘피의 상징학’을 멈추었다면 이제 서구인의 몸은 새롭게 등장한 생명관리 권력의 효과가 섹슈얼리티의 분석학으로 이동하면서 그 주체의 예속화가 이중의 방식에서 중첩, 강화되었다. ‘피의 사회’가 가고 ‘성의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① 자기 구성하는 주체화의 가능성의 모색: 통치성으로서의 권력

푸코는 종으로서의 인구의 생명을 관리하는 근대의 생명관리 권력이 국가적 수준에서 생명을 포섭하기 용이하다는 한계를 인지하고 있었고, 그에게는 동시에 억압과 해방을 상호 대척으로 전제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인간을 특정한 방식의 주체성으로 고착시키는 지배적 권력 관계들을 넘어설 수 있는 탈주의 가능성을 모색할 필요가 있었다. 푸코는 성적 담론의 확산에 따라 ‘고백하는 동물, 해석되는 몸’이라는 고착화된 주체로부터 탈피하기 위해서는 이제 성의 사회를 벗어나 ‘법이 없는 성과 왕이 없는 권력’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푸코 스스로 지식과 권력의 대상으로서 개인이 구성되는가의 문제에 몰두해 있었다는 것을, 그렇기에 주체가 자신을 구성하는 주체화의 측면을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기에 자신의 권력관에 대한 비판의 핵심인 자유의 가능성, 주체화 방식의 자발적인 측면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생명관리 권력보다 넓은 운신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통치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그리고 국가의 통치성과 끊임없이 대결하면서 자기 구성적 주체의 가능성을 도출하고자 했다. 이제 『성의 역사』 1권에서 처음 등장했던 생명관리 권력(Bio-Power)은 1976-78년의 저작과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을 뿐, 1978년 콜레주 드 프랑스의 첫 강의에서 등장한 ‘통치(government)’, ‘통치성(govermentality)’으로 그간의 자신의 권력에 대한 용어상의 변화를 최종화한다.

② 행위에 대한 행위로서의 통치와 자유라는 실천의 조건

통치는 행위에 대한 행위(conduct for conduct), 즉 특정한 행위들이 그들의 의도대로 유도하고 이끌어 가능한 결과를 이루려는 행위의 인도 방식을 의미한다. 통치로서의 권력의 실천은 행위의 가능성을 인도함으로써, 그리고 가능한 결과를 명령함으로써 구성된다. 통치가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될 때 ‘통치성(governmentality)’이라 명명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자기 통치와 혼용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통치성 안에서 자유의 가능성, 주체의 자기 통치의 가능성은 어떻게 확인될 수 있을까? 푸코는 언제나 권력은 자유로운 상대, 대상 없이는 작동할 수 없으며 권력은 자유가 아닌 지배의 대립항이며 자유는 권력 작동의 조건임을 강조해왔다.

그렇다, 푸코의 권력은 자유를 전제 조건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규율 권력에서 생명관리 권력으로, 다시 주체의 예속화가 아닌 자율적 주체화를 염두에 두면서 통치성으로 그가 권력관을 이행했을 때, 이 변화의 동인은 무엇인가? 그가 일관적으로 탐구했던 주체화가 그의 연구 목적인 한, 주체를 향하는 통로이며 분석의 수단인 권력관에 대한 변화는 언제나 주체와의 관계 안에서만 실행되었다. 푸코가 취하는 권력에 대한 접근 방식은 권력의 실체적 정의에 대한 수정이 아니었으며 오직 권력이 한 인간을 특정한 주체화를 이끄는 데 있어서 어떠한 효과를 발생시키는가를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만 수행되었던 변화였다. 중요한 것은 연구의 단계에 따라 구체화의 강도는 다를지라도 그가 권력을 통해 주체화를 검토하는 시기에 자유의 가능성은 늘 전제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푸코에게 주체화 문제에 있어서 권력은 자유를 전제함으로써 작용하는 것이었고 특히 통치성의 경우 자기와의 관계로서의 통치를 포함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조건으로서의 자유를 확인할 수 있지만 동시에 통치성과의 관계에서 획득되어야 하는 자유의 여지는 오히려 규율 권력의 예속화보다 어려운 지형에 놓여 있다. 푸코는 특정한 정체성을 고착시키려는 통치의 기술들에 저항하는 일이 우리가 누구인가를 밝히는 작업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무엇인가를 거부하는 일을 통해 가능하다고 역설적으로 주장한다. 오늘날 우리가 누구인가를 거부하려는 개인은 스스로를 주체로 만들어가는 권력의 방식들과 자기 자신을 떼어놓는 일이며, 이 거리화가 가능한 분석을 이끌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것이 발생한 특정한 힘들의 장 안에서, 그리고 그러한 힘들이 가능했던 역사적 배경 아래서 진행되어야 한다고 푸코는 강조한다. 간단히 말해서 이러한 자기 통치가 후기 푸코에서의 윤리의 측면이고 자유와 실존의 미학의 중심 주제이다.

 

③ 안전장치로서의 스마트 시티의 작동과 위험에 대하여

근대의 통치성은 서구 근대 국가의 인구를 대상으로 작동하는 권력이라는 점에서 생명관리 권력과 유사한 듯 보이지만 지식의 형태를 정치경제학으로, 본질적 수단을 안전장치를 취한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즉, 통치성은 인구를 중심으로 그들의 안전과 재화의 순환을 위한 권력의 힘이 우세해지는 경향성을 의미한다. 이때 안전이 우세해지는 경향성에서 고려되어야 할 요소가 금지나 억압의 경향이 아니라 최적을 위한 조절의 문제라면 이것이 현대 국가의 통치성에서 어떠한 안전 장치를 활용하는지 스마트 시티를 통해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 도시의 담론이 전제하는 통치성의 효과는 과거의 판옵티콘과는 질적으로 어떻게 다르고 이들은 어떤 기술을 통해 어떠한 권력의 효과를 발생시키는가? 첨단 기술적 장치가 도시에 적용되었을 때 도시 정책은 현대의 통치성과 어떻게 결합하는가?

기술적 차원에서 스마트 시티는 다음의 세 가지 차원의 기술적 요소를 통해 작동한다.

첫째, 스마트 시티는 일상에서 수집된 빅데이터의 전용에 통해 작동한다. 특히 빅데이터는 단지 가상 공간의 거대한 양의 데이터들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며 양과 다양성, 속도에 의해 공유적 가치를 독점적 가치로 전환하고 소유하는 실체적 개념을 의미한다. 이러한 디지털 아카이브의 포획 장치인 플랫폼이 독점적 위상을 가진다는 점에서 빅데이터는 스마트 도시가 작동하는 실체적 조건이 된다.

둘째, 기술공학적 성과를 도시 수준으로 확장, 적용한 에브리웨어(everyware)를 통해 스마트 시티는 작동한다. 이것은 실체로서의 빅데이터와 함께 스마트 도시를 작동시키는 환경적 조건이 된다. 마지막으로 실체로서의 빅데이터와 환경으로서의 에브리웨어가 오류 없이 인식되고 호환하기 위한 매체적 조건으로 생체 인식 기술(biometrics)이 개입한다. 몸의 생리적 특성으로부터 정보를 포획, 기록,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최근 현대 ICT 기술에 폭발적으로 연동되고 있으며 이는 다양한 삶의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빅데이터, 에브리웨어, 바이오메트릭스를 통해 우리의 일상적 정보가 포획되는 스마트 시티에서의 감시는 판옵티콘적 감시와는 어떻게 다를까? 기존의 감시가 특정 시공간의 대상에 대한 활동인 반면 전자 감시 사회는 무작위적이고 무한정적으로 소멸하지 않는 데이터를 자동 축적함으로써 작동한다. 그렇다면 빅데이터라는 실체와 에브리웨어라는 환경으로부터 포획, 독점화된 데이터를 특정한 가치로 만드는 것이 특정한 방식으로 해석되고 활용된다는 점에서 그것은 언제나 사후적, 그렇기에 자동적이며 예고적인 대상화를 이끌 것이다. 이렇듯 사회의 안전을 담보하고 범죄를 예방하는 스마트한 통치성은 개인의 안녕과 복지를 안전과 편리를 보장함으로써 자신의 프라이버시와 감시의 대가를 합법적인 거래로 이해하게 하는 전략을 구사하게 될 것이다.

 

나가며: 윤리와 정치의 만남은 자기 변혁의 실천 안에서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삶의 공기는 주체화에 관계하는 우리의 일상적 선택이 자유로운 자기 결정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그 가능 영역을 시장으로 설정한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주체의 실천은 규율이나 명시적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요구하지 않는다.

푸코는 “현대인들의 유별스러운 자기 자신 되기’와 같은 자기 윤리를 복원하기 위한 노력들이 그다지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기와의 관계를 소거시킨 정치권력에 대한 저항은 그 시작도, 종결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함으로써 자기와의 관계로서의 윤리야말로 매우 시급하고 근본적인, 정치적으로 불가결한 시도”로서 간주한다. 즉 그의 주장은 통치성이 여전히 권력 관계가 갖는 유동성, 변형과 역전 가능성의 전략적 장인 이상, 통치성에 대한 저항은 통치성의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개별화의 방식을 통해 획일적으로 그 전체를 포획하는 통치성의 유형에 대항하려는 대항 품행의 고안과 실천에 있음을, 나아가 이 대항 품행은 반드시 자기와의 관계를 이론적이며, 실천적으로 경유할 수밖에 없음을 말하려는 것이다. 푸코의 주장은 통치성 자체에 대한 부정이 아니며 대항 품행을 통한 자유, 실존, 삶의 원리에서의 정치와 윤리의 결합을 의미한다. 통치의 문제에 있어서도 푸코의 핵심적 주장은 정치가 아닌 도덕이며, 더 정확하게는 도덕을 중심으로 하는 주체의 계보학에서의 윤리, 그로부터 가능한 “윤리로서의 정치”로의 타진이라고 볼 수 있다.

푸코는 윤리란 도덕과는 구별되는, 즉 인간 자신의 존재와 자신이 행한 바, 자신의 행실에 대한 성찰의 방식으로서의 “자유를 상정하는 사려 깊은 형식”이라고 지칭한다. 따라서 이 윤리라는 이름의 성찰적 태도가 목표하는 비판의 대상은 현대의 통치성에서도 면면히 계보를 추적할 수 있는 주체화의 방식을 향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그렇다면 윤리의 항목 중 자기 통치의 핵심이 되는 복종의 양식은 주체에게 어떻게 재문제화되고, 검토되는가? 버틀러의 수행성의 원칙을 받아들여 푸코의 주체화의 구성을 적극적으로 사유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버틀러가 주장하듯이 주체의 수행성은 자신이 하는 행위의 반복을 단순하게 수용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복적 과정에서 전개될 때 자신이 채택한 복종의 원리와 논리를 문제화의 방식에서 자문하게 할 수 있다. 푸코는 결코 권력 관계 외부를 상정하는 해방을 말하지 않는다. 단지 통치성의 전략에 대한 변혁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변혁이 자기 윤리로부터 추동되었을 때 정치적으로 개입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가능한 다양한 줄기의 발견과 실천으로서의 변혁을 의미할 뿐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변혁은 통치성 안에서 자기 실천의 실패를 경험하거나 자신의 다양한 주체화의 방식들 사이에서의 거리, 소외, 차이를 경험한 자들에게 주어질 수 있는 질적인 전환으로서의 실존의 경험이다. 이 실천의 실패가, 다양한 주체의 형식들의 충돌이 자신이 채택한 복종의 원리에 대한 자문을 이끌고, 이 자문이 이끈 다양한 변화가 실존의 미학을 이끌 수 있는 실질적인 동력으로서 기능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윤리의 ‘가능성’이 정치의 ‘가능성’과 조우할 수 있는 변혁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강연 바로보기: [열린연단]_ 자유와 근대 감시 체제 (도승연 광운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