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중일 고대 청동기전(展)」에 드러난 음흉한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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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중일 고대 청동기전(展)」에 드러난 음흉한 꼼수
  • 윤병렬 홍익대·철학
  • 승인 2022.10.0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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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최근 중국 베이징 국가 박물관이 “한중일 고대 청동기전(展)”을 통해 우리 국립중앙박물관이 제공한 전시 연표에서 무단으로 고구려와 발해를 삭제해버리고, 고조선의 건국연대를 기원전 2333년이라고 명시한 것을 “고조선 연대: ? ~기원전 108년”이라고 조작하였다. 이런 중국 측의 저의는 고조선 역사 전체를 부정하고, 자기들이 중국의 지방정권이라고 여기는 고조선 말기의 위만조선만 인정하겠다는 것과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통째로 자기들의 역사로 취급하는 역사 도둑질을 버젓이 자행하겠다는 태도이다. 우리 측에서 전시회를 개최한 중국 측에 시정을 요구하자 “학술 문제는 학술 영역에서 전문적인 토론과 소통을 할 수 있고 정치적 조작을 할 필요가 없다.”(조선일보, 2022/9/19, A35)는 터무니없는 변명을 했다. 과연 중국이 토론과 소통을 해 왔으며 정치적 조작을 하지 않았는가? 동북공정은 중국의 국가 차원에서 추진한 것이다. 블랙홀처럼 그냥 자기네와 조금만 관련이 있어도 자기 것이라고 흡입해버리는 전체주의적 발상을 대놓고 해왔던 것이다. 

오랫동안 치우를 무슨 악마처럼 그려내더니 최근엔 그것도 자기네 것이라 하고, 홍산문명-요하문명이 황하문명과 다를 뿐만 아니라 더 오래된 것을 알고는 이것도 자기네 것이라고 우겨버린 것이다. 그냥 블랙홀처럼 집어삼키겠다는 것이다. 고구려의 옛 땅을 자기네들이 현재 점령하고 있다는 이유로 그곳의 역사 유적에 중국의 것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권이라는 간판을 내걸며, 관광하는 한국인에게는 출입을 금지하는 엉큼한 짓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역사 도둑질을 마냥 우스꽝스럽다고 그저 무시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최근 반중감정을 일으켰던 사안들을 들여다보자. 한국의 김치를 단순하게 절인 채소인 파오차이라고 하여 중국이 김치 원조라는 식으로 세계에 떠들어대며, 삼계탕이나 상추쌈, 심지어 한복과 단오절 등의 원조가 중국이라는 식으로 우긴다. 그런가 하면 한국의 성씨가 중국에 있다는 것만으로 한국인의 뿌리가 중국인이라거나, 고분에서 낯선 유물이 나오면 중국 황제의 하사품이라는 식으로 몰고 간다. 그야말로 전체주의 블랙홀이다. 이러한 태도는 중국역사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굳어져 온 중화사상이라는 유전자이다. 중국만이 천하 중심이고 천자국이며, 사방은 모두 야만(동이東夷, 북적北狄, 서융西戎, 남만南蠻)이라는 극도로 오만한 태도인데, 중화사상은 어쨌든 이 야만국들을 굴복시켜 조공을 바치게 하거나 찍소리 못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중화사상에는 이웃 국가들과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이 이미 고착되어 있다. 친구인 척 하는 것은 쇼이거나 병법의 일환일 따름이다. 오로지 병법의 일환인 쇼를 모르는 것은 곧 화를 입게 되고 폭삭 망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티벳에 당나라 공주를 시집보내 티벳이 안심하고 있었을 때 귀신같이 집어 삼켜 중국으로 만들고, 한나라 또한 공주를 흉노에게 시집보내어, 흉노가 친구겠거니 하고 안심하고 있을 때 벼락같이 집어삼키는 것이다. 춘추전국시대부터 날마다 전쟁을 해왔으니 병법에 달인이 되었고, 삼국지니 수호지니 하는 유명한 책들은 모두 다 사람 죽이는 전쟁이야기들로 가득 찼다. 

우리의 조선시대도 소위 소중화(小中華)에 중독되어 저 흉노를 중국 따라 야만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안타깝게도 중국의 나팔수 노릇한다고 흉노를 천대시하다가 병자호란 같은 끔찍한 화를 입고 만 것이다. 유교는 선사시대 구석기부터 발원한 우리의 유구한 역사에서 조선시대에 한정되는데도, 이것이 마치 한국 전체 역사에 가까운 것처럼 착각하고 소중화와 공자왈(孔子曰) 맹자왈(孟子曰)하는 훈고학에 치우쳐 있기에, 역사의 “나무만 보고 숲은 못 보는” 외눈깔 소행을 저지르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인의예지를 신봉한 이웃나라들(중국, 일본)은 한결같이 정복과 침략을 일삼아 우리를 고통 속에 빠뜨리고, 우리 위에 군림하여 억압하지 않았던가? 유교에는 저 인의예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소위 천자 중심의 중화사상도 있고, 보편적 정의나 진리보다 더 높은 권력자의 자의(恣意)를 중심으로 하는 권력지상주의도 있다. 우리는 이 후자의 잔인한 모습은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심각한 문제는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는 우리의 태도인 것이다. 우리는 뭘 모르고 공자왈 맹자왈만 되뇌고 있다. 2017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이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라고 말한 것을 전했는데, 왜 우리 정치가들은 입도 벙긋하지 못하고 있었을까?(!) 친중한다고 호들갑 떨다가 돌아온 게 그건데, 아무런 대꾸도 못하고 있었으니 이거야말로 울화통 터지는 일이고 국민의 가슴에 상처를 안기는 것이다. 고시공부하여 출세한 사람들이라 자기 나라 역사도 모르는 사람들이 왜 정치를 하는가!

확실히 황하문명보다 앞선 고조선의 홍산문명-요하문명이 그 유물로 자명하게 드러났는데도, 그런데 이제는 이 문명조차도 자기네 것이라고 도둑질하는 데에 혈안인데도, 우리는 “그런가 보다”하는 방관적 자세를 취하고 있고, “강 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는 처지다. 왜 한국고대사 역사교과서 하나 새롭게 기술하지도 않고 방관자의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가! 우리 사학계는 오래전부터 사대주의 사학과 식민주의 사학에 물들어 있었기에, 저 홍산문명과 같은 새로운 사실이 등장하면 무슨 야사(野史)인 것처럼 치부해버리고 마는 실정이다. 중국은 대놓고 역사와 문명을 훔치고 동북공정을 통해 만리장성을 압록강까지 끌고 오며, 고구려를 손아귀에 넣고 있으며, 일본은 역사교과서 왜곡을 통해 자국의 입맛에 맞게 조작하는데,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역사마저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다. 역사가들도 정치가들도 꿀 먹은 벙어리 같다.


윤병렬 홍익대·철학

독일 본(Bonn)대학교 학·석·박사. 한국하이데거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홍익대학교 교양과 교수 역임. 현재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철학의 센세이션』, 『정보해석학의 전망』, 『노자에서 데리다까지』(공저), 『감동철학 우리 이야기 속에 숨다』, 『한국 해학의 예술과 철학』, 『철학적 인문학의 길』, 『배낭 속에 담아온 철학자의 사유여행』, 『선사시대 고인돌의 성좌에 새겨진 한국의 고대철학 ― 한국고대철학의 재발견』, 『고구려의 고분벽화에 담긴 철학적 세계관』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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