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대생 330명 자퇴…이공계열 이탈 심화·의약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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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대생 330명 자퇴…이공계열 이탈 심화·의약대로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9.21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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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년 만에 최고치…이공계 86%
- 서울대 간판보다 의·약대 선호

 

지난해 서울대에서 330명의 학생이 자퇴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98년 이후 23년 만에 최고치다.

21일 국회 교육위원회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최근 10년간 서울대 자퇴생은 총 1,990명이었다. 자퇴생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93명에서 2020년 264명으로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1학기 25명, 2학기 305명 총 330명으로 큰폭으로 증가했다. 

2004년 328명(종전 최고치)을 기록한 이후 또다시 300명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10년 전인 2012년 120명에 비해서도 2.75배 늘었다. 지난해 서울대 입학생은 3153명이었다. 올해는 8월 기준 11명이 자퇴했지만, 보통 2학기에 자퇴 신청이 집중된다는 점에서 자퇴생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최근 10년간 학년별 자퇴생 현황을 보면 1학년(1,070명)이 53.8%으로 가장 많았고, 2학년(483명)이 24.3%, 3학년(303명)이 15.2%, 4학년(131명)이 6.6%를 기록했다. 단과대별로 보면 공과대학(551명), 농생명과학대학(489명), 자연과학대학(270명) 등 이공계열 학과가 1,310명으로 전체의 65.8%를 차지했다. 

사범대학 생물·화학·지구과학·물리·수학교육과, 수의과대학, 간호대학, 식품영양학과 등 이학계열 자퇴생으로 범위를 넓히면 전체 자퇴생의 84.2%(1676명)가 이공계열에서 나왔다. 반면 의·약학대학 자퇴생 수는 같은 기간 1%도 안 되는 16명에 그쳐 대조적 양상을 보였다.

자퇴생이 급증한 배경은 이처럼 이공계 학생의 이탈이 늘었기 때문이다. 서울대가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10년간 서울대 자퇴생 현황 통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대에서만 104명이 자퇴를 결정했다. 최근 10년을 통틀어 공대에서 100명 넘게 자퇴한 적은 지난해가 유일하다.

농업생명과학대 83명, 자연과학대 46명, 사범대(사회·체육교육과 제외) 28명 등 이공계 전반에서 자퇴생(284명)이 골고루 나와 전체 자퇴생 중 86.1%를 차지했다. 반면 의·약학계열은 2019년 이후 자퇴생이 한 명도 없다.

이과생의 의대·약대 선호 현상에 따라 서울대 ‘간판’ 대신 지방 의대라도 가려는 학생이 늘어난 것과 동시에 올해 14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 약학대학이 학부 신입생을 선발한 것도 자퇴생이 대거 나온 원인으로 꼽힌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약학대학 학부 신입생 선발과 맞물려 상위권 학생의 재도전 심리가 굉장히 커졌다”며 “공대뿐만 아니라 문과 학생 역시 전문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다시 공부를 해 지방의 의대로 가려는 학생들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 측은 자퇴생이 크게 늘어난 원인으로 코로나19를 지목한다. 이전에는 학생들이 전공에 대한 확신이 없다가도 교수와 면담을 하고 친구를 사귀면서 학과에 적응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코로나19 이후에는 학내 행사를 할 수도 없고 학교에도 못 가는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공부할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반수로 눈을 돌리는 학생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문 의원은 "대부분의 자퇴생들이 의·약학대 진학을 염두에 둔 것으로 향후 의대 증원 및 약대 학부전환이 실시될 경우 이공계 이탈은 가속화돼 과학기술 발전의 근간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서울대학교는 물론 교육부 등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종로학원이 대학알리미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년제 대학의 중도탈락(자퇴·미등록·미복학·제적 등) 학생 수는 9만7천326명으로 재적 학생 대비 4.9%에 달해 대학알리미 공시 이래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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