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지는 빛에서 원하는 ‘색’만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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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지는 빛에서 원하는 ‘색’만 뽑는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09.19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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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CH 이기라 교수팀, 미(Mie) 산란 강하게 일으키는 구형 나노입자 대량 생산 기술 개발
- 특정 파장의 빛만 반사…위조 방지 장치·라이다 센서에 활용 가능성 ↑

 

                             POSTECH 화학공학과 이기라 교수(좌)·고분자연구소 문정빈 박사(우)

하늘의 구름은 왜 하얗게 보일까? 우유는 왜 흰색일까? 이는 빛이 구름 속 물방울 또는 우유 속 기름방울과 만나 생기는 미 산란(Mie Scattering) 때문이다. 미 산란은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의 크기와 빛의 파장이 비슷할 때 일어나는 산란을 말한다. 입자의 크기를 일정하게 만들면 특정 파장의 빛만을 반사해 염료 없이도 특정한 색을 띠게 할 수 있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공학과 이기라 교수·고분자연구소 문정빈 박사 연구팀은 미 산란을 강하게 일으키는 구형 금속 산화물 나노입자의 대량 생산 기술을 개발했다. 입자의 크기를 조절해 반사되는 파장과 물질의 색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도 있다. 
 
비정질(원자 배열이 불규칙적으로 흩어진 비결정의 상태) 상태인 이산화티타늄(TiO2)에 열을 가하면 무질서하던 입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된다. 다만, 이때 이산화티타늄의 모양이 뾰족뾰족한 침상형 또는 평평한 판상형으로 바뀐다는 한계가 있었다. 물질에 들어 있는 탄소가 열에 의해 공기 중으로 흩어지며 모양이 흐트러지는 탓이다. 

이러한 이산화티타늄에 빛을 쏘면 입자들이 제각기 다르게 산란하며 색이 흐리게 보였다. 어느 방향의 빛을 받아도 일정하게 미 산란을 일으키는 구형의 이산화티타늄이 필요했던 이유다.

연구팀은 이산화티타늄 나노입자에 열을 가해, 탄소가 포함된 구형 루타일(Rutile)† 나노입자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이 입자는 빛의 굴절률이 매우 높아 미 산란을 강하게 일으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빛을 사방으로 반사하는 기존 물질과 달리, 특정 빛만 강하게 반사해 육안으로도 선명한 색을 볼 수 있었다.
† 루타일: 이산화티타늄(TiO2)의 다형체(polymorph) 중 천연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형태의 광물.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됐으며, 가시광선 영역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결정 중 굴절률이 가장 높다. 

이 연구성과는 향후 위조 방지 장치 또는 자율주행 자동차용 라이다(LiDAR) 센서의 성능과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술로 이목을 끈다. 입자가 가시광선과 근적외선 영역에서 파장에 따라 다른 색을 띠기 때문에, 특정 파장에서만 보이거나 특정 파장만을 검출하는 소재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국제 학술지 ‘케미스트리 오브 머터리얼스(Chemistry of Materials)’에 최근 게재된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한국도레이과학진흥재단, 삼성전자 산학협력과제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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