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 자신의 존재를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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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자신의 존재를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을까?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09.1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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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징어 게임의 철학 | 올리비에 딜리 지음 | 이상빈 옮김 | 청송재 | 212쪽

 

거액의 상금을 차지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456명의 사람이 서바이벌 게임에 뛰어든다. 승자는 단 한 명. 나머지 패자는 목숨을 잃는다. 전 세계 2억 명 이상이 시청한 드라마 「오징어 게임」 이야기다. 인간 목숨 자체가 유희의 대상인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는 엔터테인먼트로서 재미 이면에 심오한 철학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 책은 「오징어 게임」이 이 세계에 던지는 철학 담론을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전 세계인을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시청자 대중이 스스로 드라마 속 등장인물과 동일시한 결과라고 분석하고, 거기에는 철학 담론이 내재해 있다고 말한다. 드라마에서 노출되는 자발적인 노예 계약, 잔인한 신체적 폭력, 죽음까지도 허용하는 부도덕한 합의 등이 갖는 철학적 의미는 무엇일까? 저자는 주요 에피소드와 등장인물을 일일이 분석하며 철학사적 담론을 소개해나간다.

저자가 말하는 철학 담론은 신자유주의와 인간 존재의 가치, 민주주의적 의사결정 과정의 비민주성, 정의와 평등의 대립, 소외된 노동은 왜 존재하는지 등 차원 높은 담론들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오징어 게임」과 22명 세계적 철학 거장들의 견해를 연결한다. 그리고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찾으려 하는 담론의 끝이 새로운 유토피아적 지향점이라고 결론 내리고 우리는 진정 「오징어 게임」의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되묻는다.

저자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성공을 극도로 폭력적인 세계, 자발적 예속으로 인도하는 ‘민주주의’, 잔인함과 죽음 등에 대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하나의 현상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드라마 회차가 진행되고 등장인물들이 치르는 게임이 늘어나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여러 질문에 부딪히게 된다고 설명을 이어간다.

“인간 존재에 어떤 가치를 부여할까? 그것의 가격은 얼마일까? 민주주의가 예속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투표로 민주주의를 정의할 수 있을까? 정의로운 사회란 무엇일까? 자유롭다는 것은 선택의 결과물일까?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에 타고난 재능은 어느 정도까지 쓸모가 있을까? 노동은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까 아니면 소외시킬까? 돈은 사람들을 심하게 타락시킬까? 우리는 우리와 타인들의 목숨을 어느 정도까지 희생시킬 준비가 되어 있으며, 또 희생시킬까?”

저자는 「오징어 게임」을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서서 대단한 철학적 질문들을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한다. 저자는 그 철학적 질문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루소, 칸트, 니체, 홉스, 아렌트, 롤스, 플라톤 등 여러 철학자의 진지한 철학 사상의 도움을 받아 이 책에 내재해 있는 모든 철학적인 질문에 답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의 특징은 「오징어 게임」을 보면서 대부분 사람은 생각지도 못한 철학적 문제의식을 제시해 「오징어 게임」을 다른 관점에서 새롭게 보게 만든다는 점이다.

첫째, 드라마를 철학적 관점에서 해석한 책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세계관과 철학적 사유를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이 책은 드라마가 주는 오락성 재미에 빠져 모르고 지나치는 드라마 속 철학 담론을 다룬 책으로 일반인들의 드라마 시청의 지평을 확대해준다. 저자는 전 세계 2억 명 이상이 볼 정도로 대성공을 거둔 이「오징어 게임」 현상은 그 본질이 무엇일까를 스스로 질문한다. 그는 단지 드라마가 주는 재미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시청자 스스로가 드라마 속 등장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해 드라마 속 세계를 실제 세계로 받아들인 결과이며, 드라마 속 과격한 폭력도 이 세계에서 벌어지는 폭력에 대한 인식과 다르지 않고, 그리 충격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 세계는 어떤 세계일까? 저자는 스스로 자문하고 이를 철학적으로 분석해나간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찾아내는 드라마 속 철학 담론의 방대함과 깊이에 놀랄 것이다. 이 책은 보통 사람들이 이 드라마 속 세계의 본질을 알게 하고, 이 세계를 이해하는 세계관과 철학적 사유를 풍부하게 해준다.

둘째, 철학적 질문에 대해 고대 철학자에서부터 현대 철학자까지 철학사를 관통하며 각기 다른 이론을 비교해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쓴 책이다.

이 책은 몇 가지 중대한 철학 담론을 담고 있다. 인간 존재의 가치나, 동의, 민주주의에 대한 정의, 평등과 공정, 정의의 개념, 노동의 소외 등 주로 인간의 사회적 활동에 관한 것들이다. 저자는 이 철학적 담론을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고대 철학 거성부터 현대 철학의 새로운 이론까지 철학사를 관통하며 철학 사상을 비교한다. 각기 다른 이론을 독자에게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써 놓았다. 가령 자기 소유권을 다룰 때 로버트 노직의 자유지상주의와 이마누엘 칸트의 휴머니즘,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를, 민주주의와 국가 담론을 분석할 때는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 플라톤의 반민주주의론, 알렉시 드 토크빌의 온화한 민주주의론, 프리드리히 빌헤름 니체의 차가운 존재 등의 이론을 소개하고 분석하는 방식이다. 저자의 해박한 철학사에 대한 식견은 독자들이 철학사적 정통성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제기하는 질문들에 관해서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셋째, 이 책은 철학을 다루는 책이지만 어렵지 않고 아주 쉽게 읽히는 책이다. 철학에 흥미가 없는 사람도 재밌게 읽을 수 있으며 철학에 흥미를 갖게 만든다.

이 책은 철학 담론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이야기하듯이 쉽게 써놓았다. 주제에 따라 「오징어 게임」 속 장면과 등장인물을 인용해 이미지로 상상할 수 있게 주제를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독자들이 철학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또 저자는 이 책에서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해준다. 자기 소유권 문제와 동의를 주제로 다룰 때는 독일 마이베스의 식인 살인 사건을 예로 들었고, 희생자와 사형집행인 중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하는 주제에서는 독일 나치 당원의 전범자 아이히만의 재판 과정을 예로 들었다. 이처럼 예를 들어 설명하는 방식을 통해 역시 독자들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철학을 어렵게 여기거나 흥미를 갖지 못하는 사람들도 이 책을 통해 철학 이야기를 재밌게 읽고, 철학에 흥미를 갖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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