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수요 맞춤형 융합 교육의 실현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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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수요 맞춤형 융합 교육의 실현 조건
  • 조석연 신한대학교·역사학
  • 승인 2022.09.1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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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쿠스]

최근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급격한 시대 변화에 대학 교육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해를 거듭하며 점차 빠르게 변화하는 유망산업 분야와 사회적 수요에 따른 현장의 요구 변화에 전통적 학문 분야들의 뿌리 위에서 자리를 잡아 온 대학 교육의 대응이 현저히 늦을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대학 교육의 본질적 역할이자 사회적 책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그간의 대학 교육에도 보다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거세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대학들도 이미 하나의 전공으로는 사회 수요에 부합하는 인력을 배출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 아래에서 학문 간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융합형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로 다전공 제도를 운영하거나, 학과 간 융합전공을 신설하는 등 나름의 방법으로 융합 교육을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사회 진출 인구의 직업과 전공 일치도 통계를 보면, 대졸자 기준 약 40%의 인력만이 자신의 전공과 비슷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같은 결과를 뒤집어 보면, 사회진출 인구의 10명 중 6명이 대학의 전공과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으며, 이들의 사회진출 시 재교육에 따른 사회적 시간과 비용 투자가 뒤따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통계 결과를 통해서만은 그 성과를 제대로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실제 교육 현장에서도 그간 융합 교육의 실질적인 효용성과 성과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는 지금까지 이해되어왔던 학과 간 융합 형태의 융합 교육에서 더욱 진화한 형태의 융합 교육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과 보다 근본적인 교육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이른바 ‘작은 학위제’로 알려진 ‘마이크로디그리(Micro-Degree)’ 교육과정은 주목할 만하다. 2012년경부터 해외에서 시작된 마이크로디그리는 특정 분야 직무에 꼭 필요한 필수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습자에게 해당 분야의 역량을 인증하는 이수증 또는 작은 학위를 제공하는 제도이자 모듈형 교육과정이다. 마이크로디그리가 특별한 점은 해당 직무 분야 경험에 대한 경쟁력을 증명할 수 있는 공식적인 인증자료로서의 기능뿐 아니라 대학은 이를 정규 학점으로 인정해 졸업증명서 또는 학위증명서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유명 글로벌 기업들이 마이크로디그리를 이용해 해당 직무역량에 필요한 교육을 직접 실시해 이수자들의 채용 기회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변화에 국내 대학들도 마이크로디그리 도입을 검토해 일부 시행하고 있다. 마이크로디그리는 매우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학습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복수전공 및 다전공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생들의 진입 장벽이 낮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국내 마이크로디그리는 대부분의 경우, 학과(전공)와 교양으로 이원화된 학사구조 속에서 학과 또는 교양대학이 운영 주체가 되어 진행되고 있다. 그 때문에 마이크로디그리는 아직 전공의 심화 교육 형태로, 또는 교양교육의 융합적 성격을 조금 더 부각하는 정도로 기능하고 있다. 물론 그것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급변하는 사회 수요에 맞춘 실제적 기술 및 실무능력 배양을 위한 역량기반 학습이라는 마이크로디그리의 교육 취지를 고려한다면, 사회 수요를 신속히 교육과정에 반영해 산업 현장과 대학 교육의 거리를 근거리로 유지·지속시킬 수 있는 보다 명확한 운영 주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은 학과와 교양대학의 이원화된 학사구조에서 마이크로디그리 교육과정을 분리해, 보다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교육과정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마이크로디그리 운영에 대한 전담 조직의 대학 내 위상 설정 및 그간 오랜 시간 유지되어 왔던 관련 규정 제·개정 등을 통해 기존 교육과정 체제가 지닌 유연성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대학의 적극적인 의지와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한 전제 속에서만이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의 모듈 선택의 폭 확대 및 현장 전문가들의 교육 참여 제고로 이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조건의 바탕 위에서 마이크로디그리는 현장형 융합교육 실현에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조석연 신한대학교·역사학

한국외국어대학교 사학과에서 한국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신한대학교 리나시타교양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신한대학교 마이크로디그리연구센터 센터장, 대학혁신지원사업단 부단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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