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강국 한국?… 전문인력 부족·R&D 생태계 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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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강국 한국?… 전문인력 부족·R&D 생태계 열악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09.12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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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논점] NARS, 반도체 산업 및 기술환경 변화에 따른 전문인력 양성방안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과는 달리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연구개발 생태계도 열악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8일 '반도체 산업 및 기술환경 변화에 따른 전문인력 양성방안'을 주제로 한 '이슈와 논점' 보고서(작성자: 경선주 입법조사관)를 발간하고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세계 최초로 64메가 D램 개발에 성공한 이후, 메모리 분야에서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기반으로 반도체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굳혀왔다.

그러나 최근 인공지능 및 디지털 전환의 핵심기술로서 반도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중을 중심으로 한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반도체 산업에 대한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으며, 그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전문인력 부족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이에 보고서는 반도체 산업과 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동향과 전문인력 부족의 원인을 살펴보고, 반도체 인력의 양성 및 확보를 위한 해외 주요국의 정책과 지난 7월 우리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방안’을 분석해 향후 과제를 제시했다.

입법조사처는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고, 차세대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서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봤다. 우리의 경우 과거 메모리 반도체 호황기 동안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부족으로 인해 취약해진 연구개발 생태계가 우수 전문인력의 부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은 자국의 반도체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확대, 반도체 특화 교육 및 수학·기초과학에 대한 교육 강화 등을 통해 자국 내 전문인력 양성을 추진하는 한편, 해외 우수인력 유치를 위하여 적극적인 이민 정책과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최근 발표한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방안」을 통해 향후 10년간의 정책 방향을 제시한 상태다. 반도체 인력에 대한 양적 확대 및 질적 제고와 중장기 인력양성 지원기반 구축 등 산·학·연의 정책 수요를 대체로 반영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입법조사처는 다만 이번 정책이 수도권 대학으로의 쏠림, 불투명한 재정 지원 규모 및 인력 과잉 공급 우려 등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교육·훈련을 통한 공급 위주의 정책 방향과 핵심 인력의 해외 유출 방지를 위한 정책 미흡 등 일부 보완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봤다. 이와 관련 구체적인 정책의 입안 및 추진 과정에서 정부의 다각적이고 지속적인 개선·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보고서 내용 요약】

▶ 글로벌 반도체 산업·기술 동향

(1) 글로벌 공급망 재편

반도체 제조 공정은 크게 설계(design), 제조 (fabrication), 후공정(test & packaging)의 3단계로 구분되며,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공정 별로 요구되는 기술 및 자본 집약도의 차이에 따른 글로벌 전문화·분업화 체계를 구축해 왔다.

기술집약도가 높은 설계 공정은 반도체 원천기술 보유국인 미국이 글로벌 시장의 약 68%를 차지하고 있고, 제조 및 후공정은 노동 및 자본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만·중국 및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구축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 공급망의 공정별·지역별 분업이 고도화되면서 일부 지역이나 기업에서 발생한 자연재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생산시설 폐쇄 또는 지정학적 분쟁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공급망 전체가 불안정하게 되었다. 이에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제조기반을 강화하는 한편, 자국을 중심으로 한국·대만 및 일본 등이 참여하는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서 중국을 제외하려는 미국의 견제와 자국 내 급증하고 있는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하여 대규모 펀드를 조성하여 반도체 제조 분야와 연구개발 생태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첨단기술 보유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등을 통해 반도체 산업의 국산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 차세대 반도체 기술 확보 경쟁 심화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서비스의 확산으로 대용량의 데이터 처리와 알고리즘 수행이 가능한 고성능·저전력의 차세대 인공지능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첨단 공정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과 대만은 자국 기술이 포함된 소재·부품·장비 등에 대한 수출 규제 및 전문인력의 해외 유출 방지제도 등을 통해 자국 기업의 기술을 보호하고 있고, 중국은 미국의 대중견제 분야(설계 툴, 제조 장비, 소재)를 중심으로 자체 역량개발을 강화하는 한편,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여 우리나라, 일본 및 유럽 등 기술 선진국과의 협력 또는 외국 기술기업 유치․인수를 통한 기술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 전문인력 수급 현황 및 부족의 원인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고, 차세대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서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의 안보유망기술센터(CSET)는 반도체 제조 산업의 자국 복귀에 따른 신규 고용 규모를 향후 10년간 약 27,000여 명으로 분석하고 있고, 「중국 집적회로(IC)산업 인재 백서(2019〜2020년)」에서는 2025년 반도체 산업의 부족 인력을 약 30만 명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국내 반도체 시장에서 향후 10년간 약 12만 7천여 명의 신규 반도체 인력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나, 현재 직업계고와 대학(원) 등을 통한 전문인력의 공급은 연간 약 5천여 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반도체 인력수요 외에도 국내 반도체 전문인력 부족의 원인을 2010년부터 10여 년간 지속된 반도체 연구개발에 대한 정부의 투자 감소와 이로 인해 취약해진 연구개발 생태계에서 찾을 수 있다.

메모리반도체의 호황기 동안 정부는 반도체 연구 개발을 민간에 의존하며 관련 예산을 감축하였고, 단기성과에 집중한 산업계는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중·장기 연구개발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그 결과 대학 및 연구기관의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은 축소되었고, 핵심기술 개발 및 인력양성의 기반도 약화됐다.

▶ 국내·외 반도체 인력양성 정책

(1) 해외 주요국의 반도체 인력양성 정책

2022년 8월,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와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of 2022)」을 제정하여 반도체를 국가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할 핵심기술 영역 중 하나로 지정하고, 향후 5년(2023〜2027년)간 총 2,000억 달러(약 260조 원)의 재정을 기초과학 연구 및 인력양성 등에 투입하기로 했다. 특히 해당 법에서는 단기 인력양성 및 확보를 위하여 별도의 기금을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중· 장기 인력양성을 위하여 유치원 이전부터 대학원에 이르는 교육 과정 전주기의 STEM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반(反) 이민 정책을 추진했던 트럼프 정부와 달리 바이든 정부는 STEM 전공자의 미국 내 취업을 확대하는 친(親) 이민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해외 고숙련 전문인력 유치를 위한 비자 정책 확대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도 국내 인재 양성과 해외 인재 유치 정책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2020년 12월과 2021년 3월 중국 정부는 ‘반도체 과학 및 공정’을 1급 학과로 지정하고, 반도체 혁신 인재 양성 시스템을 체계화 하여 시장 수요에 맞는 우수 인재를 양성하라는 통지문을 전국 대학에 하달했으며, 이에 따라 베이징 대학 등 전국 주요 거점대학 위주로 반도체 학과를 신설하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 STEM 분야 학위를 취득한 중국인들의 자국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베이징대·칭화대·상하이 푸단대 내 박사 후 연구원 자리를 확대하고, 외국 국적의 우수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영주거류제를 확대했으며, 자녀교육·세금혜택 및 사회보장 등의 우대 정책을 제공하고 있다.

(2) 우리 정부의 반도체 인력양성 정책

최근(2022.7.) 우리 정부도 2031년까지 총 15만 명의 반도체 전문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로,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방안」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반도체 인력의 양적 확대 및 질적 제고 필요성과 인재 양성을 위한 지원기반 구축 등 그동안 산업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되어 온 정책 수요를 대체로 반영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향후 과제

첫째, 국내·외 반도체 산업의 동향과 산·학·연의 정책 수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반영할 수 있도록 총괄적인 추진체계의 마련이 시급하다. 발표된 인력양성 방안은 수도권 대학으로의 쏠림, 재정 지원 규모의 불투명, 인력 과잉 공급 및 추진 과정에서 부처 간 불협화음 등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바, 총괄 추진체계를 통한 지속적인 조율 및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산·학·연·관이 참여하는 대규모 R&D 사업의 지속적인 추진을 통해 연구개발 생태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정책 방향은 교육·훈련을 통한 인력 공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비메모리와 소재·부품· 장비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우수 인재가 성장·활약할 수 있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셋째, 수학 및 기초과학, 즉 STEM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우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반도체에 특화된 지식은 물론, 수학 및 기초 과학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우리 핵심 인력의 유출 방지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국 등 해외 주요국의 반도체 인력양성 정책은 자국 인력의 양성·유지와 해외 인력 유치의 두 가지 트랙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적극적인 이민 정책과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있다. 해외에서 STEM 분야 학위를 취득한 우리 우수 인재의 국내 복귀와 국내에서 양성한 인재의 해외 이직을 방지하기 위하여 정부와 산업계가 보다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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