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업적 평가, 정성평가 방식으로 획기적으로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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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업적 평가, 정성평가 방식으로 획기적으로 바꿔야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2.09.1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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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외 대학의 연구업적 평가제도 소개 - 정성적 측면의 연구업적 평가를 중심으로

 

연구윤리 위반행위가 발생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이나 가장 큰 원인은 연구자들의 ‘논문 수 채우기 부담’ 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로 인해 너무 많은 논문들이 학술발전보다는 연구업적 평가를 위한 실적용(publication list)으로 전락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2021)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교원들은 연구윤리 위반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 ‘연구자 간 치열한 경쟁과 양적 위주의 업적 평가 시스템으로 인한 성과 지상주의(36.9%)’를 지목하고 있다. 아울러 대학교원들은 연구윤리 위반 예방을 위해 가장 필요한 과제는 ‘성과에 대한 과열 경쟁을 완화하기 위한 평가제도 개편(29.9%)’이라고 응답했다.

현행 국내 대학들의 교원연구업적 평가방식은 대부분이 정량평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학교원들은 어쩔 수 없이 논문 편수를 늘리기 위한 경쟁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연구윤리 위반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부실학술활동 등 연구윤리 관련 소모적 논쟁을 줄이고 혁신적 성과 창출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대학교원들에 대한 연구업적 평가방식의 대수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한국연구재단은 연구업적 평가제도에 대한 연구자들의 인식을 조사하여 바람직한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최근 연구윤리보고서 <국내·외 대학의 연구업적 평가제도 소개-정성적 측면의 연구업적 평가를 중심으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저명 대학들은 연구업적 평가 시 연구의 품질, 영향력, 파급력, 기여도, 창의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정량적·정성적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국제적인 학술단체들은 DORA 선언과 라이덴 선언 등을 통해 연구평가의 다각화를 제안하고 있다. 

연구팀이 조사한 결과, 국내 대다수 대학의 연구업적 평가방식은 동료평가보다는 연구결과물이 수록된 매체의 지명도와 결과물의 양을 측정하는 정량평가 방식이었다. 한편, 국내 대학들은 정량평가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JCR 영향력지수 또는 논문 피인용 수를 활용하고 있으나, 이 또한 연구의 질적 수준을 적절하게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국내 대학들에 정착된 계량적 연구업적 평가제도는 여러 가지 환경 요인으로 인해 단기간에 동료평가에 기반한 질적 평가제도로 개편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한국 대학들이 글로벌 대학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연구업적 평가제도를 Global Standard에 맞게 정성평가 방식으로 개선해야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최근 국내 주요 대학들도 SCI 논문지표 등으로 대변되는 정량 또는 계량평가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Peer Review를 활용한 질적 평가제도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눈여겨 볼만한 사례는 한양대학교가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한 정년보장 심사의 Reference 심사제도이다.

대학교원에 대한 연구업적 평가제도는 해당 대학이 추구하는 가치나 비전 등이 반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한 단체나 기관에서 평가제도와 관련된 구체적인 가이드를 제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서는 연구업적 평가의 8대 원칙을 제안했다.

【보고서 내용 요약】

■ 우리나라 대학의 연구업적 평가제도

▶ 연구업적 평가에 대한 연구자들의 인식

설문조사 결과 약 53%의 연구자는 정량적 연구업적 평가가 부실의심 학술지/학술대회 참여를 유도한다고 응답했고, 약 60%의 연구자는 정성적인 연구업적 평가방식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아울러 연구업적에 대한 정성평가제도의 도입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연구의 질 향상”이고 가장 대표적인 정성평가 방식은 “동료평가(Peer Review)”라고 응답했다.

▶ 주요 대학들의 연구업적 평가규정 비교 분석

ㅇ 분석결과 1: 성과 유형별 연구업적 평가배점

① 학술지 논문게재 실적

학문계열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으나, KCI 등재지 논문보다 SCI 등재지 논문의 평가배점이 3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② 학술대회 발표 실적

학술대회의 평가배점은 국내발표보다 국제발표가 2∼3배 정도 많았다.

③ 저서 출판 실적

국내전문서적의 평가배점이 KCI 논문보다 약 1.5배 높았고, 창작도서(사전, 문학류, 일반 교양서적 등)의 평가배점은 국내전문서적의 약 1/3 수준이었다.

ㅇ 분석결과 2: 학술지 논문에 대한 정성평가 요소

① JCR의 영향력지수(Impact Factor) 활용

많은 대학들이 JCR의 영향력지수를 활용하여 기준배점을 가산하거나, 학술지 수준을 구분하여 평가배점을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41개 대학 중 34개 대학(83%)이 JCR 영향력지수를 활용하여 연구업적평가에서 가산점 등을 부여하고 있다. 참고로 충남대는 JCR의 영향력지수뿐만 아니라 피인용수도 업적물 평가배점의 가산점으로 적용하고 있다.

② Document Type별로 학술지 논문의 평가배점 차등

41개 대학 중 8개 대학(20%)은 학술지 논문의 Document Type에 따라 평가배점을 차등 적용 중이다.

※ 특이 사례

한양대학교는 2019년부터 교원들에 대한 정년보장(테뉴어) 심사 시 ‘레퍼런스 제도’ 도입을 통해 대표업적에 대한 정성평가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 연구업적 평가제도 개선 관련 국제학술단체의 권고사항

▶ DORA 선언 (샌프란시스코 선언)

2012년 12월 1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미국세포생물학회의 연례회의(The Annual Meeting of The American Society for Cell Biology, 이하 ASCB)에서 연구산출물의 연구평가 방법 개선을 위한 권고안인 샌프란시스코 선언(The Declaration on Research Assessment, 이하 DORA 선언)이 발표되었다.

ㅇ DORA 선언의 주요 내용 

DORA 선언은 연구비지원기관, 연구기관, 출판사, 평가지표제공기관, 연구자 등 연구생태계 전반의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총 18개의 권고사항을 제시하였는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이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 첫째, 연구비 선정, 연구자의 고용이나 승진 시 성과평가지표로 학술지 인용지수(JIF)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
• 둘째, 연구평가 시 해당 연구가 출판된 학술지가 아닌 논문 자체의 가치로 평가해야 한다.
• 셋째, 논문의 글자나 그림 수, 참고문헌의 수 등 불필요한 제한을 없애고 연구의 영향력과 중요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온라인 출판을 장려해야 한다.

ㅇ 라이덴 선언(The Leiden Manifesto for research metrics)

라이덴 선언은 2014년 9월 네덜란드 라이덴에서 개최된 제19차 STI(Science and Technology Indicators) 컨퍼런스에서 Diana Hicks 등에 의해 초안이 제안되었고 최종본은 2015년 4월 22일 Nature지에 소개되었다. 

동 선언은 과학 연구 성과를 평가함에 있어서 계량지표(bibliometrics)의 올바른 사용을 위해 지켜야 할 10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 해외 10개 대학의 연구업적 평가제도 비교분석

연구팀은 THE(Times Higher Education), QS(Quacquarelli Symonds) 등의 세계대학 순위 상위 50개 대학 중에서 대학내규 등 문헌조사를 통한 비교분석이 용이한 10개 대학을 선정하여 세부자료를 조사했다. 10개 대학은 하버드 대학교, 스탠포드 대학교, 칭화 대학교, 북경 대학교, 토론토 대학교, 런던 대학교, 존스홉킨스 대학교, 미시간 대학교 앤아버 , 펜실베니아 대학교,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이다.

▶ 문헌에 나타난 질적 업적평가 요소

ㅇ 비교분석 10개 대학의 업적 평가 문서

• 비교분석 10개 대학은 업적평가 시 출판물에 대한 양적 접근을 모두 활용했다. 하지만 모든 대학이 질적인 요소를 심사할 수 있는 다양한 평가 문서를 요구하고 있다.

• 후보자의 이력서는 본인의 연구에 대한 중요성과 가치를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며, 일부 대학의 경우는 후보자가 연구와 교육을 본인이 평가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 외부 추천서는 대부분의 학교가 요구하는 문서로 추천서를 입수하는 과정은 명문화되어 있으며, 학교는 추천서 요구 인원, 거절한 명단, 추천사유 등이 상세한 정보를 필요로 한다. 

• 내부 추천서는 동료 연구자, 선임 교원이나 지도 학생 등 다양한 계층에서 얻게 됩니다. 개인 적인 친분이 아닌 선/후배 연구자로서 후보자를 평가하며, 내부 추천서 역시 요구 인원, 거절 비율 등 과정에 대한 설명이 필요로 한다.

• 많은 학교가 강의에 대한 양적/질적 평가를 문서에 포함하며, 학교 보직에 대한 봉사, 상담이나 수상, 연구비 수주 등의 자료를 필요로 한다.

• 모든 학교는 학과나 학장의 폭넓은 평가서를 요구한다. 대부분 학장들이 학문의 특성과 성격을 반영하여 후보자를 평가하며, 질적인 기준을 포함한 평가서를 작성하여 상부로 전달 하는 구조이다.

ㅇ 조사 대학의 질적 업적 평가 기준

조사 대학은 대부분 학문(연구), 교육, 봉사 영역으로 업적을 평가하며, 일부 대학은 산학협력에 대한 평가 요소도 가지고 있다.

연구분야의 질을 판단하는 기준은 대학별로 다양하다. 각 대학이 추구하는 연구의 가치와 방향성을 교원들이 연구에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지, 연구분야에서의 중요성과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지를 다각도에서 평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ㅇ 조사 대학의 승진 심사 과정 

승진 심사에서 양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질적인 요소를 반영하므로 각 대학의 승진 심사 과정은 복잡해 보일 정도로 다양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이 평균 10단계 정도의 다면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3단계 평가를 진행하는 대학도 내부에서 위원회를 구성하여 다양한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ㅇ 조사 대학의 승진 심사 의사결정 과정

대부분의 대학에서 승진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은 다양한 단계에 걸쳐 진행되며, 한 개인이나 위원회에서 심사를 진행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학장이 승진 심사를 주도하는 경우에도 학과나 학부 내에 위원회를 두어, 다면 평가하는 과정을 넣고 있으며, 대부분의 대학 총장과 이사장 등이 최종 검토 단계에 참여하고 있다.

ㅇ 특이 사례

• 스탠포드대학 - 학장과의 면담
스탠포드에서는 승진 과정의 여부와 관계없이 학장과의 면담이 주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학과장이나 학장과의 면담을 통해 교수자의 능력과 자질에 대해 평가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는 개별 교수자가 어떤 방향성으로 어떻게 발전해야 할지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동료 멘토링으로 볼 수 있으며, 교원이 최고의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대학의 노력인 것으로 생각된다. 

•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 Imperial Expectations
임페리얼 칼리지는 대학의 기대(Imperial Expectations)라는 서류를 두어 교원들이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커리어를 지속적으로 계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Imperial Expectations는 ①변화와 기회에 대한 긍정적인 접근을 옹호, ②포용적 참여 장려 및 차별 철폐, ③팀내/팀간 정기적이고 효과적인 의사소통, ④다른 사람의 생각과 기대를 고려, ⑤긍정적인 결과 제공, ⑥기술과 전문성 개발 및 성장, ⑦계획/관리되는 업무 등 7가지 선언으로 구성되어 있다.

• 런던대학교 - DORA선언지지
런던대학교는 DORA선언을 지지하면서, 개별 연구결과의 품질을 판단할 수 없는 저널이나 비슷한 수준에 적용되는 특정 정량적 지표의 활용을 거부 하였다. 동 대학은 연구전략으로서 “대학 내에서의 발전과 프로필은 연구 커뮤니티에서 아직 완전히 인정하지 않은 분야를 발전시키는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연구비 수입 이나 인용횟수와 같이 특정 메트릭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대신 창의적이고 독특한 지적 성취를 적절하게 인정하고 보상합니다.”라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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