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 모든 답은 빅 히스토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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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 모든 답은 빅 히스토리에 있다!
  • 이근영·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 경영 대표
  • 승인 2020.02.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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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 화제의 책_ 『세상이 궁금할 때 빅 히스토리: 빅뱅에서 당신까지』 (신시아 브라운 지음, 이근영 옮김, 해나무, 2020.01)
 

‘히스토리’라고 하면 문명의 시작부터 현재에 이르는 5천 년 정도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가끔 그 시간은 약 2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부터 시작되기도 한다. 하지만 ‘빅 히스토리(Big History)’는 ‘히스토리’의 대상을 우주의 시작부터 현재로 확대한다. 인간만이 아니라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역사가 빅 히스토리의 대상이라는 뜻이다. 연구의 범위가 갈수록 좁아지는 분과학문의 현재 경향과는 정반대의 길이다. 하나의 작은 주제에 대해 평생을 연구해도 알기 어려운데 우주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우주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부가 가능한 일일까? 이런 시도는 왜 시작되었을까? 자연히 이런 물음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빅 히스토리’라는 용어를 만들어내고 처음 가르치기 시작한 데이비드 크리스천(David Christian)에 따르면 ‘빅 히스토리’는 ‘인간의 역사를 가장 잘 이해하는 방법은 무엇일까?’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크리스천은 ‘인간의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인간이 속해 있는 생물의 역사를 알아야 하고, 생물의 역사는 그것들의 터전이 되는 지구 역사에 대한 이해 없이는 불가능하고, 지구의 역사는 태양계의 역사 안에서, 그리고 태양계의 역사는 우주의 역사 안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빅 히스토리’는 이렇게 인간의 역사는 우주 전체의 역사와 떨어져 이해될 수 없다는 ‘통합적 사고’의 필요성에서 시작됐다. 이런 통합적 사고를 위해 빅 히스토리는 우주론, 천체물리학, 지구시스템과학, 생물학, 역사학 등 다양한 분과학문의 연구 성과에 기초해 빅뱅부터 현재에 이르는 모든 것의 역사를 이야기하려고 시도한다.

신시아 브라운의 “세상이 궁금할 때 빅 히스토리(Big History, small world)"는 이런 이야기의 한 예이다. 책은 우주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138억 년의 역사를 8개의 임계 국면으로 나눠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 임계국면은 우주의 시작인데 약 138억 년 전 아무것도 없던 상태에서 어떻게 시간과 공간이 출발했고, 그와 함께 우주의 4가지 힘(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 그리고 수소와 헬륨 같은 단순한 원자들이 나타났는지를 설명한다. (우리 몸 안에 주로 물의 형태로 존재하는 모든 수소는 이때 만들어졌다. 우리는 이렇게 우주의 시작과 직접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임계국면은 약 137억 년 전부터 나타나는 우주 최초의 복잡한 체계인 은하와 별의 시작을 다룬다. (현재 은하의 생성은 멈췄지만, 별은 지금도 여전히 우주의 어디에선가 만들어지고 살다가 사라지고 있다.) 지구는 태양이라는 별을 도는 행성이며, 태양은 우리 은하의 일부이기 때문에 은하와 별의 탄생은 지구의 이해에도 필수적인 지식이다. 세 번째 임계 국면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원소의 탄생이다. 우주가 시작될 때 만들어진 수소와 헬륨을 제외한 모든 원소들은 별 안에서 그리고 거대한 별이 폭발할 때 만들어진다. 인간을 포함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물질들은 이렇게 별에서 만들어진 원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지식으로 세상을 보면 주변의 모든 것들이 별처럼 빛나 보일 수도 있다!) 네 번째 임계 국면은 그렇게 만들어진 원소들이 모여 약 45억 년 전에 태양과 지구를 만드는 과정과 그 역사다. 태양은 인간이 의존하고 있는 거의 모든 에너지의 원천이며 지구는 자신만의 역사를 갖고 있는 호모 사피엔스의 유일한 삶의 터전이다. 다섯 번째 임계점은 지구에서 생명이 처음 나타난 약 40억 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생물의 역사다. 어떻게 하나의 원시세포에서 현재와 같이 복잡한 생명계가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호모 사피엔스의 위치는 무엇인지가 주된 이야기다. 여섯 번째 임계점은 약 6백 만 년 전부터 시작된 호미닌의 진화다. (호미닌은 인간을 포함해 이족보행을 하던 인간의 모든 선조를 아우르는 말이다.) 일반적인 역사책에서는 짧게 다루어지지만, 시간의 길이로만 보면 지구상에서 인간이 살았던 거의 모든 시간이 인간이 수렵채집을 했던 이 기간에 해당된다. 대개의 빅 히스토리 연구자들은 약 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빅 히스토리의 마지막 임계 국면으로 다루곤 하는데 신시아 브라운은 그 기간을 두 개의 임계 국면으로 분리해 제시한다. 신시아 브라운의 책에서 일곱 번째 임계 국면은 기원전 약 9500년부터 기원후 1500년까지인데 농업제국의 역사를 다룬다. 마지막 임계점은 기원후 1500년부터 현재까지이며 세계화의 시대로 설명하고 있다. 농업 이후 인간의 역사를 하나로 보건 둘로 나누건 일반적인 역사와는 확연히 다르다. 일반적인 역사가 다양한 사건들을 다룬다면 빅 히스토리는 거대한 규모의 구조와 양상을 다루기 때문이다. 따라서 알렉산더 대왕이나 프랑스 혁명 같은 친숙한 소재들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인구, 자원, 기후의 변화 같은 주제들이 주요 관심사가 된다.

이렇게 우주의 시작부터 현재까지를 하나의 이야기로 전개해 보면 호모 사피엔스가 우주의 시간과 공간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호모 사피엔스는 우주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수없이 많은 사건들의 결과로 (우리가 아는 한) 우주에 유일하게 등장한 어찌 보면 축복받은 지적 생명체이지만, 동시에 과도한 에너지 사용으로 인해 환경을 파괴하고 기후를 변화시켜 자신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고 있는 기이한 존재다.

빅 히스토리에 대한 비판은 찬사만큼이나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하나의 분과 학문이나 주제에 정통하기도 어려운데 다른 사람들의 연구 업적을 바탕으로 해서 우주의 시작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지적 오만이라는 지적이다.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비판이다. 하지만 공부를 하고 학문을 하는 이유가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빅 히스토리적인 접근법도 충분히 존재할 만한 가치가 있다. 내가 빅 히스토리를 공부하면서, 번역서를 내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근영·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 경영 대표

빅 히스토리를 한국에 소개하고 보급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제2회 유미과학문화상을 받았다. 데이비드 크리스천의 『시간의 지도: 빅 히스토리』와 신시아 브라운의 『빅 히스토리: 빅뱅에서 현재까지』를 포함해 30여 권의 번역서와 저서가 있다. 빅 히스토리 연구소의 소장으로 연구 및 저술 활동을 하고 있으며, 대학, 사회단체, 기업 등에서 빅 히스토리를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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