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미래 ‘초고령사회’와 대학의 ‘고령사회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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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미래 ‘초고령사회’와 대학의 ‘고령사회연구’
  • 송완범 고려대학교·일본사
  • 승인 2022.09.04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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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쿠스]

한국의 가까운 미래를 예측할 때, 누구라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라면 '초고령사회'의 등장일 것이다. 이른바, '초고령사회'란 보통 65세 이상의 고령자 비율이 나라 전체 인구의 2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게 되는 것을 이른다. 최근의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5년경이 되었을 때 한국의 전체 인구 중 고령인구는 약 20.3퍼센트에 이르게 된다고 하니 수년 후에는 어김없이 '초고령사회'가 되는 셈이다. 

아래의 표를 보자면, 서구의 여러 나라들에 비해 동아시아에 속해 있는 나라 중 2005년에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을 제외하고도 한국과 중국이 각각 2025년과 2033년에 '초고령사회'로 접어들게 됨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초고령사회'의 등장이 초래하는 문제는 이제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2030년을 전후하면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 전체의 글로벌한 문제일 것이다. 

더구나 한국의 경우 문제의 심각성이 두드러지는 포인트는 고령자인구가 7퍼센트인 '고령화사회'에서 20퍼센트인 '초고령사회'로 바뀌는데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시간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25년이다. 이는 프랑스(143년), 미국(88년), 이탈리아(81년), 독일(77년)은 물론, 현재의 '초고령사회'의 문제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일본(35년)보다 빠른 속도로서 국가 전체가 위기의식을 갖고 사회전반에 걸친 철저한 준비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절박한 시기임을 의미한다. 

우선, 예상되는 '초고령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첫째, ‘고령자의 고령화’가 진행되는 것에 의해 노인이 노인을 간호하다 보니 가족 공동체의 붕괴를 수반한다. 둘째, 혼자 사는 고령자 세대가 증가하는 것에 의해 고독사의 증가 현상이 두드러진다. 셋째, 도시 지역의 급속한 고령화는 물론이고, 지방의 인구 감소에 의해 지자체가 소멸한다. 넷째, 고령자가 많이 죽는 사회는 '저출산'의 영향도 있어 인구 감소를 초래한다. 

이상의 문제들이 가져오는 단순한 결론은, 고령자의 증가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걷어 들일 수 있는 세금이 줄어들며, 세금의 부족은 사회 활력과 국가 성장력의 저하로 이어져 결국에는 국력의 쇠퇴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만 보고 있을 것인가? 다른 말로 과연 한국은 '초고령사회'에 대한 대비책을 갖고 있는 것인가? 한국의 대학들은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한 대학 존립의 위기론을 호소하면서도 국가와 사회공동체의 재난일 수 있는 '고령사회‘ 연구에 진지하게 매달린 적이 있었던가? 

본인은 한국에서의 일본 연구자들의 시선이 왜소화하고 있는 경향에 대한 반성으로, 2011년도에 일본 도호쿠(東北)지방에서 발생한 미증유의 ‘3.11 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재난과 안전’을 키워드로 삼아 ‘동아시아안전공동체’라는 개념을 구상한 적이 있다. 이와 연계하여 본인이 속해 있는 연구소 산하에 2020년 7월부터 ‘고령사회연구센터(이하 ’고사연‘)’를 운용하고 있다. ‘고사연’을 만든 배경에는 2011년 이래의 ‘재난과 안전’ 연구에서 얻어진 ‘동아시아안전공동체’의 지속적인 추구라는 사명감이 있다. 더불어 동아시아의 고령문제가 갖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은 또 다른 미래의 ‘재난’이 아닐까 하는 문제의식도 당연히 내재한다. 

관련 성과로서는 『2022 대한민국이 열광할 시니어 트렌드: 에이지 프렌들리(Age Friendly)』(비지니스북스, 2021.12.07)가 있다. 이 책의 특징은, 고령자 혹은 시니어에 대한 20세기 초에 만들어진 낡은 ‘노령담론(narrative of aging)’에 기초한 진부한 생각을 넘어, 앞으로 맞이할 시니어 문제에 프렌들리하게 접근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접근 방법으로는 미래의 고령사회에 대비한 준비가 아직 터무니없이 부족한 한국 사회와 개인에게는 자극과 준비의 기회를, 그리고 국내 기업과 시장에게는 시니어친화 산업에 대한 경향성 풍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향후 대학 내의 총체적 학지를 결집하여 한국의 미래에 해결책을 제시하고 나아가 동아시아, 인류 전체의 미래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연구 허브를 선제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고사연'을 구상할 즈음에 적어 둔 다음의 메모가 있다. 첫째, 가까운 미래에 닥쳐올 고령사회라는 먹구름을 한국의 장래와 접목시켜 해결방안을 대학이 제시해 보자. 둘째, 방법론으로서는 초고령국가 일본의 경험(성공 및 실패)을 한국 사회에 투영해 보자. 셋째, 대학의 연구 제안을 가까이 있는 행정, 나아가 중앙정부의 과제와 접목시켜 보자. 넷째, 학·관·산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여기서 얻어진 제안은 한국 나아가 동아시아모델, 나아가 인류 전체에 도움이 되게 하자. 이상의 메모는 아직 생명력이 있을 것으로 자부하면서 각필하기로 한다. 


송완범 고려대학교·일본사

현재 고려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며 글로벌일본연구원 부원장 겸 고령사회연구센터장이다. 고려대학교 사학과 졸업. 일본 東京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시아고대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동아시아일본학회 부회장, 한국일본사상사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동아시아세계 속의 일본율령국가 연구-百濟王氏를 중심으로-』, 『2022 대한민국이 열광할 시니어 트렌드: 에이지 프렌들리(Age Friendly)』, 『근현대 지식인과 한일 역사화해』, 『調和的秩序形成の課題』, 『동아시아 국제관계사』, 『한・일 상호간 集團居住地의 역사적 연구』, 『목간에 비친 고대 일본의 서울 헤이조쿄平城京』 등 다수의 저역서 및 연구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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