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만해연구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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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만해연구 노트
  • 김광식 동국대·만해학
  • 승인 2022.09.04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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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에게 듣는다_ 『만해 한용운의 기억과 계승』 (김광식 지음, 인북스, 508쪽, 2022.07)

 

나는 한국 근현대불교를 연구하는 학자이다. 따라서 근현대기 고승은 내 연구의 대상이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인식한 인물은 만해 한용운이다. 이런 연고로 만해에 대한 평전과 연구서를 펴내고, 만해와 연관된 많은 글을 집필했다. 동국대에 개설된 만해 강의도 담당하고 있으며, 만해학회 회장도 역임하였다.

이런 바탕에서 이번에 『만해 한용운의 기억과 계승』을 펴냈다. 이 책의 초점은 만해의 생애와 사상에 경도된 기존 연구를 탈피하여, 만해학의 확장에 있다. 만해가 근대기를 대표하는 불멸의 인물로 인식된 것은 만해의 생애와 사상이 특별한 것도 있지만 만해를 기억하고, 만해사상을 계승·추모하려는 다양한 인물, 단체의 활동에 기인한 바가 크다. 그래서 나는 만해를 연구하면서 동시에 만해의 동지와 제자, 만해사상을 계승하려고 노력한 단체들의 다면적인 내용을 정리하겠다고 20년 전에 만해 연구의 기획을 하였다. 

필자는 이를 위해 문건, 증언, 보도기사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여 그 전모를 입체적으로 소묘하려고 했다. 이런 노력으로 10년 전 『우리가 만난 한용운』(참글세상, 2010)을 펴냈는데, 그 책에는 다양한 만해의 사진, 만해와 인연 인물(조지훈, 박한영, 이춘성, 최범술, 김관호, 만해 손자 등), 만해 일화 등을 수록했다. 이번에 펴낸 이 책은 그 후속 연구의 산물이다. 이 책의 1부에서는 만공, 이고경, 박광 등 만해의 동지, 그리고 2부에서는 만해의 제자인 경봉, 백성욱, 허영호, 김법린, 화산, 석주, 박영희, 조영암 등의 만해와의 인연을 수록했다. 이들은 수덕사, 해인사, 통도사, 범어사, 건봉사, 대흥사, 선학원, 동국대 등에서 만해를 만나 배우고,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이들은 만해 사후, 만해의 정신과 일화를 널리 전했다. 3부에서는 만해사상을 계승한 단체들의 활동을 정리했다. 만해전집 간행위원회, 대한불교청년회, 대학생불교연합회, 동국대, 만해사상연구회, 만해학회가 만해사상을 구현하기 위한 행보를 들추어냈다. 

이상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은 필자의 지난 10년간의 만해 연구의 산물이다. 내가 이 책을 2022년 7월에 펴내게 된 것은 필자가 금년도 8월 말로 동국대에서 정년퇴임을 하는 것을 자각하는 뜻도 배어 있다. 우울하고 지루한 일상을 또렷한 기분으로 정년을 맞이하면서, 만해 공부를 일단락 하고, 새로운 기분으로 만해연구를 하기 위함이다. 

 

                                                  만해 출가사찰 백담사, 1960년대 전경

한편 만해에 대한 추모 사업을 하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만해학회와 만해연구소(동국대)가 있고, 박물관이 4개 처(백담사, 만해마을, 남한산성 만해기념관, 홍성 만해체험관)에 있다. 그리고 매년 만해축전(만해마을)의 개최, 만해대상 및 만해문학상의 시상, 다양한 행사가 수 개 처(심우장, 선학원, 홍성 생가터, 망우리 공원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런 만해 추모사업의 내용 및 다면성에 대한 탐구도 만해학의 범주라고 본다. 이런 대상의 연구는 만해 문화사, 만해 DB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추후 필자는 이에 대한 연구를 추진할 예정이거니와 관심이 있는 학자들의 동참을 바란다.

그런데 내가 위에서 피력한 바와 같은 연구, 탐구를 하게 된 것에는 나의 만해 연구 이력에서 나온 것이다. 이는 나의 개인적인 이력이지만, 만해 연구사의 이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아 그 대강을 제시한다.

첫째, 나는 독립기념관에서 13년간을 근무하였다. 1985년 2월에 입사하여 1999년 2월에 퇴직했다. 이 기간에 나는 독립기념관을 개관하고, 운영하는 연구원 및 간부로 일을 했다. 독립운동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 다녔고,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후손을 만났다. 그런 가운데 내가 만해 연구와 관련된 것은 교육과장의 소임이었다. 독립기념관의 야외에는 수십여 개의 독립운동가의 시·어록비가 세워져 있는데, 그 담당이 나의 일이었다. 독립운동가의 핵심적인 애국정신이 담긴 시·어록을 관람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함이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비석 건립을 요청하면, 그 심사를 하고, 비석에 새길 내용을 조사하고, 제막식을 주관하는 것이었다. 이런 일을 하면서 나는 그 후손 및 연고자들을 만나고 그 비석의 주인공에 대한 역사를 자연적으로 알게 되었다. 요컨대 나는 그 일을 하면서 독립운동가도 중요하지만, 그 인물의 후손 및  추모자·계승자의 중요성을 파악하였다. 나는 그 무렵 3·1운동 민족대표 33인이었던 불교계의 승려인 만해 한용운(백담사), 백용성(해인사, 대각사)을 연구 대상에 올려놓고 있었다. 즉 만해와 백용성을 연구하면서 동시에 그들과 인연이 있는 단체와 인물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였다. 그때 만해의 따님(한영숙), 대한불교청년회의 간부, 만해 추모 인물을 만났다.

둘째, 나는 2000년부터 불교계에서의 구술사 작업을 시작하여 현재까지 추진하고 있다. 문헌 중심의 역사를 벗어나 새로운 차원의 역사 만들기 작업은 구술(인터뷰) 증언으로 시작되었다. 현재 각 분야에서 왕성하게 추진되고 있는데, 나는 불교계에서 그 사업을 선도하였다. 그래서 현재 20년간 고승에 대한 작업을 하여 13권의 책을 펴냈다. 고승은 입적을 하였기에, 그 제자 및 인연 인물을 만나 해당 고승의 정신, 비사, 인연 등을 채록하여 책으로 펴냈다. 이런 작업을 하면서 나는 500여명의 인물을 인터뷰하였다. 그 내용은 대부분 근현대기의 한국불교, 조계종단, 고승의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만해 관련 내용도 적지 않게 접하였다. 이 책의 주인공 인 화산·강석주·선진규·한계전·전보삼은 내가 대면하였고, 만공·이고경·박광·경봉·백성욱·허영호·김어수·김법린·박영희·조영암·최범술은 제자와 후손을 만났다. 내가 만난 인물과의 대담은 나의 만해 연구에 반영되었다.

 

셋째, 나는 백담사와 만해마을의 만해 사업에 적극 참여하였다. 나는 독립기념관의 근무를 마치고 불교계로 들어와서 만해사업의 중심에 있었다. 1996년부터 시작된 백담사에서의 만해사업, 2003년부터 시작된 만해마을에서의 사업을 추진한 주체는 만해사상실천선양회이었고, 그를 주도한 인물은 오현스님(백담사, 2018년 입적)이었다. 나는 1999년부터 오현스님과 인연을 맺어 그 사업의 중심부에 있었다. 만해자료 제공, 만해의 설명, 만해 사업의 추진 등 다양한 일을 했다. 서울에서 백담사와 만해마을을 오고 간 것이 셀 수 없을 정도이었다. 나는 그 현장에서 만해에 대한 자료, 비사, 인연담을 접하였다. 또한 만해 연구자, 숭배자, 기획자 등 다양한 ‘만해꾼’을 만났다. 이런 행보와 그때에 접한 다양한 이야기가 나의 만해연구를 충동하였다. 

넷째, 나는 만해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만해 고향인 홍성에도 왕래를 하였다. 1992년에 설립된 만해학회는 지금도 활동을 하고 있다. 나는 2대 회장으로 4년간(2015~2018)을 활동했다. 만해학회 회장을 하면서 만해학에 대한 어제, 오늘에 대한 현실을 직시하였다. 그러면서 만해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동향, 성격, 문제점을 분명하게 파악하였다. 그리고 나는 만해의 고향인 홍성에서의 만해 행사에도 적극 참여했다. 학술 발표, 강연, 인터뷰 등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만해의 집안, 후손, 북한에 간 자손(아들, 손녀), 추모 사업(주체, 한계 등)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다섯째, 나는 동국대에서 만해 강의를 했고, 만해연구소 설립 및 운영에 참여했다. 만해사업을 선도한 오현스님은 노년에 접어들자 당신이 직접 추진하는 만해사업을 접고, 그 사업의 거점인 만해마을을 2013년에 동국대에 기증하였다. 이를 계기로 동국대가 만해사업의 중심 기관이 되었다. 그때 동국대는 만해강의를 개설하고, 만해연구소를 설립하였다. 그러자 그 강의의 적임자로 내가 선택되어, 자연스럽게 만해연구소 설립 및 운영에 관여할 수 있었다. 이로써 나는 만해가 동국대 출신이라는 논란의 이면, 만해가 동국문학의 기원으로 인식된 이력, 동국대에서 계승 및 추모의 문제의 내면을 세밀하게 알게 되었다. 그밖에도 나는 만해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심우장, 선학원도 왕래하면서 그 곳을 거점으로 만해사업을 하는 주체, 인물들에 대한 내용도 접할 수 있었다.

이상과 같은 나의 이력이 자연스럽게 나의 만해 연구에 영양분이 되었고, 나의  학문을 신선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의 만해연구는 ‘현장’에 있었다고 고백한다. 사실과 현장에 의지한 만해학의 탐구는 내가 추구할 학문의 기준이다. 


김광식 동국대·만해학

동국대학교 특임교수. 건국대 사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문학박사). 독립기념관 책임연구원, 대각사상연구원 연구부장, 만해사상실천선양회 학술부장, 부천대 초빙교수 등 역임. 주요 저서로 《한국 근대불교사연구》 《불교 근대화의 이상과 현실》 《만해 한용운 평전》 《한용운 연구》 등 40여 권. 유심작품상(학술부문), 불교평론 학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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