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김대중도서관, 고르바초프와 김대중의 대화록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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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김대중도서관, 고르바초프와 김대중의 대화록 공개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9.01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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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르바초프와김대중이희호사진-93년9월27일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은 8월 30일 서거한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1993년 9월 27일 만났을 당시의 대화록을 공개했다.

1992년 12월 대선 패배 직후 정계 은퇴를 선언한 김대중은 민간 자격으로 국제 평화 외교를 전개했다. 그 일환으로 1993년 9월 26일부터 9월 29일까지 러시아를 방문했다. 그리고 9월 27일 오후 4시(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과 만났다. 김대중은 고르바초프를 만나서 다양한 국제 현안 및 설립 준비 중인 아태평화재단과 고르바초프재단과의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번에 공개한 사료는 당시 만났을 때 두 사람이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이 자료는 냉전 종식에 관한 고르바초프의 솔직한 심경이 그대로 담겨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화 내용을 살펴보면 고르바초프는 소련의 해체와 냉전 종식이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의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고르바초프가 급격한 체제 붕괴 및 변화로 인해 발생한 사회경제적 혼란에 대해 우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자료를 통해 보면 원래 고르바초프는 냉전의 종식과 관련된 소련의 체제 전환에 대해 연착륙 방식의 점진적 이행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고르바초프가 김대중의 3단계 평화통일론을 지지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고르바초프는 생전에 김대중과 다양한 활동을 함께 전개했는데, 한반도 문제와 국제 평화에 대한 두 사람의 공감대가 이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을 이 사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대화록의 내용]

* 유의사항

- 대화록에 있는 표현을 그대로 옮겨 적었음
- 본문의 김총재는 김대중을 뜻하고, 고르비는 고르바초프를 의미

*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 면담

① 김총재님 인사말씀

 (A) 방러목적
 (B) 고르비에 대한 평가 – 20세기의 최대인물
  공훈은 : 냉전종식, 오랜 전체주의 종식(소련, 동구), 민주화-세계적 규모의 자유화
 (C) 고르비 역할에 대한 자신의 평가 부탁

② 고르비의 답변

나의 역할에 대한 평가는 역사가 하겠지요. 다만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냉전을 종식시켰으나 그렇게 빨리 종식될 줄은 몰랐습니다. 소련에서 처음으로 자유가 왕성해지자 그것이 국내 혼란을 초래했는데 그 혼란의 정도를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준비도 없었지요. 소방대가 불을 죽였으나 그후 나가는 출구를 찾지 못했습니다. 체제가 붕괴하게 되어 경제적인 유대뿐 아니라 인간들 사이의 유대마저 무너져버렸지요.
대외적으로는 헬싱키 인권조약, 파리의 평화안보협약 등 좋은 합의문이 있으나 동서구 사이뿐 아니라 서구(EC) 사이에서도 서로를 조정할 기구가 없었습니다. UN기구도 말만 강화 운운했지만 실질적으로 세계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세계 도처에서 평화유지를 위한 협력을 조정할 기구가 없지요. 대부분의 국가들은 국외 문제뿐만 아니라 국내 문제에만 관심을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UN와 EC를 재건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③ 김총재님이 한국 문제에 관해 통일관을 먼저 말씀드리고 고르비의 견해를 묻자: 

고르비의 답변 :
통일은 장래 목표로 해두고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면서 김총재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 CIS는 한국 통일을 위해 도울 용의는 있지만 한국 통일에 있어서 외부의 역할은 한계가 있다고 함. 남북협상을 계속 monitor할 기구가 필요하다. 이스라엘 PLO 타결도 일년전만 해도 상상도 못한 것을 해낸 것은 뒤에서 협상조절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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