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없다?!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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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없다?! “뭣이 중헌디?”
  • 조은영 편집기획위원/원광대·미술사
  • 승인 2022.08.29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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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영 칼럼]

“현 정부에 교육정책이 없다?!” 요새 곧잘 들리는 말이다. 연일 보도되는 끝없는 당쟁, 검찰개혁 되돌리기 등은 국민 실생활과 거리가 먼 사안들이고, 교육정책은 “참사”로 회자되는 만5세 입학 학제개편, 외국어고 폐지, 그리고 수도권 대학 반도체전공 증설처럼 수도권의 인구집중화와 환경오염 가속화를 촉진하는 ‘뒤통수치는’ 정책들이다. 대체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feat. 곡성) 

마침 뉴스에 반세기 전 베트남전쟁 당시 일부 한국 군인들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관련 진상규명 요청을 베트남 피해자 측이 한국 법정에 제기한 일이 보도되었다. 일련의 기억이 상기된다. 그 진상을 모르고, 베트남전쟁의 역사 재구성 전문가도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해외생활 중에 겪은 관련 기억이다. 베트남전쟁은 베트남 지도층 극소수가 90% 이상 자산과 특권을 장악한 사회적 병폐 및 편향된 정치성향 등에 대한 민중의 누적된 분노가 복합적으로 표출된 결과로 본다. 요즘 국내에서도 유행어가 된 “공정, 상식, 정의, 평등”에 대한 당연한 민중의 염원이 좌절되면서, 반공 민주주의, 공산주의, 민족주의 같은 이념전쟁의 모양새로 터진 것이다. 베트남 상위 3% 지도층의 우방이었던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참여하고, 동맹이자 경제개발도상국인 한국에 절실했던 물자지원 대가로 반공과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기치 아래 한국군이 파병되었으나 전쟁에서 패했다. 

기억 하나: 워싱턴 DC 소재 미국국립기관 재직 시에 참석한 베트남 전쟁 관련 세미나에서 종종 한국 참전도 논해졌다. 미국이 한국에 제공한 경제원조와 국군 현대화, 현 KAIST의 설립배경, 그리고 지식을 “공짜로 얻어먹기만 하는(freeloading)” 한국 학계도 거론되었다. 항상 유일한 한국인 참석자였던 필자의 질문은 가령, 미국이 전쟁에 퍼부은 천문학적 비용으로 3% 기득권층을 돕는 대신에, 절대다수의 비기득권층 베트남 국민에게 해택을 돌렸다면 어쩌면 베트남은 미국의 원대로 지금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이상론적인 것이었다. 경제적 손실은 차치하고, 미국정부의 오판으로 혹은 가난한 동맹국에 태어난 탓에 참전한 전쟁에서 산화되고 심신을 부상당한 수많은 한국과 미국과 베트남 국민/군인의 안타까운 피해도 없었을 것이다. 

기억 둘: 일본 교토에서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에는 베트남전쟁과 한국군 참전이 다른 관점에서 거론되었다. 여러 국적의 구성원들 간에 일제강점기 당시 중국과 한국의 폐해가 거론되면, 의례히 한국은 베트남에서 자국 군인의 행위에 대해 배상하지 않으면서 왜 일본에 대해서는 요구하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정부주도의 조직적인 전쟁범죄와 참전군인 개개인의 일탈이라든가 하는 복합적인 차이에도, 왜 한국은 자국과 타국에 도덕적인 이중 잣대를 적용하는지 하는 논의가 뒤따랐다. 

역사적 비극 베트남전쟁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무엇보다도 국민의 피땀과 눈물과 세금으로 먹고 살며 나라살림을 맡은 이들이, 국민 90% 이상의 절대다수에게 절실한 민생문제 및 우선순위 사안보다 자신들의 이념과 기득권 유지에 관심 쏟는 정권들의 파국에 대해 무거운 교훈을 말한다. 국민 구성원의 극소수에 불과한 자신들의 기득권을 공교히 하다가 민심을 잃고 결국 권력을 잃는, 역사상 무수히 반복된 과오를 또다시 어느 정권도 반복하지 않기 바라는 것은 이상적이요, 반인간적인 소망인가. 요즘 민심에서 “공정과 정의와 평등”에 이어, “공정과 상식”도 한낱 유행어로 전락하고 있다. 세계 경제침체와 인플레이션에 코로나 상황까지 지속되면서 도처에서 아우성이다. 국민의 대다수가 학부모이고 학생이다. 교육은 시급하고 현실적인 당면문제이다.

대학들, 특히 소멸일로에 있는 지방소재 사립대학들은 생존자체가 불확실한 현실에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자구책 마련에 급급하고, 대학의 평생교육원 전환을 검토해야하는 실정이다. 위기상황에서 정부는 신중한 검토와 의견수렴도 없이 뜬금없는 정책발표와 뒤늦은 수습을 반복하더니, 이제 수장도 없이 표류하는 정부의 교육정책은 보이지 않은 채로 벌써 새 학기 개강이다. 현 정부에 교육은 없는가?! 대체 “뭣이 중헌디?”


조은영 편집기획위원/원광대·미술사

미국 델라웨어대학(University of Delaware)에서 미술사 석사와 박사 학위 취득. 국립 스미소니언박물관 Fellow와 국제학술자문위원, 미국 국립인문진흥재단(NEH)과 루스(Luce)재단 Fellow, 중국 연변대학 객좌교수, 일본 동지사대학 국제대학원 강의교수를 거쳤으며, 국내에서 현대미술사학회 회장, 원광대 평생교육원장, 대외협력처장, 국제교류처장을 역임했다. 현재 원광대 조형예술디자인대학 미술과 교수로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 위원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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