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30년…대외硏 "기존 협력모델 한계, 새 모멘텀 창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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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수교 30년…대외硏 "기존 협력모델 한계, 새 모멘텀 창출해야"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2.08.29 0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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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리포트]
- 대외硏, '한중 수교 30주년: 경제협력 성과 및 과제' 보고서 발표
- 한국의 中 무역 의존도↑…중국의 韓 의존도↓
- "구조적 변화 극복해야…지정학 리스크 대비 필요"
- “한중 경협 패러다임 전환 시급···공급망 안정 최우선 과제”

한·중 수교 30년을 맞은 양국의 경제협력 모델이 중국의 기술굴기, 미·중 전략 경쟁 심화 등으로 한계에 직면한 만큼 기존 한·중 경제협력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투자 선순환 고리 약화, 상호 공급망 의존도 비대칭성 심화 등 한·중 경제협력을 위협하는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이하 ‘대외연’)은 24일 발표한 '한중 수교 30주년; 경제협력 성과 및 과제' 보고서에서 "중국의 발전 전략 전환, 미중 전략 경쟁의 장기화, 중국 산업 고도화에 따른 한중 분업구조의 변화 등 한중 경제협력을 위협하는 리스크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첨단 제조 분야에서 중국의 대한국 투자 유치를 확대하여 한·중 공급망 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생산 네트워크를 넘어 혁신 생태계 구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외연은 “한·중 양국의 경제협력은 △초기 협력기(1992~2000년) △성장기(2001~15년) △성숙과 전환기(2015년~현재) 등 3단계를 거쳐 발전해 왔다”면서 “세계화 흐름 속 양국 경제협력은 비교우위에 기반한 상호 보완적 관계를 형성하며 긴밀한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생산 네트워크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한·중 교역 규모는 수교 이후 연평균 14%씩 증가해 2021년 3,015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1년 기준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2대 투자 대상국이고, 한국은 중국의 3대 교역국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중 수출 의존도가 계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대중 수출 의존도는 2005년 21.8%에서 2018년 26.8%로 확대된 이후 지난해 25.2%로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교역 규모는 꾸준히 늘었지만 201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한국의 대(對)중 수출증가율은 수입증가율보다 추세적으로 더 낮은 수준으로 전환됐다. 

반면 한국에 대한 중국의 수입 의존도는 2005년 11.6%로 정점을 찍은 뒤에 지난해 7.9%까지 하락했다. 수출 의존도는 2000년대 이후 꾸준히 4%대다. 세계무역 내 중국의 역할이 증대됨에 따라 한국이 미치는 영향력이 작아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1993년부터 이어져 온 대중 무역흑자는 29년 만인 2022년에 처음으로 3개월 연속(5~7월) 적자로 전환했다. 이달에도 적자를 쓴 것으로 확정되면 한중 수교 이후 최초로 4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대외연은 “최근 무역적자는 중국의 경기 둔화, 한국의 높은 수입 의존도, 주력 수출 품목의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반도체를 제외한 대중무역 수지는 지난해 이미 적자로 전환됐다”고 했다.

대외연은 "2010년대 접어들어 나타난 이러한 무역수지 추이 변화는 중국의 산업 고도화 및 제조업 기술력 상승, 한국기업의 현지 생산체제 구축 및 현지조달 증가, 한국 상품의 경쟁력 약화 등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대외연은 "상호 보완적 분업구조를 통해 빠르게 발전했던 한중 무역이 중국의 경쟁력 강화와 기술자립 전략에 따라 경쟁적 협력 관계로 변화했다"며 “코로나19 등으로 공급망 충격이 현실화되고 미중 경쟁이 장기화하면서 상호 공급망 의존도의 비대칭성 심화, 반도체 등 중간재에 대한 과도한 편중 등이 중요 과제로 부상했다”고 했다.

양국의 투자 현황을 보면, 중국의 대한국 직접투자 규모는 한국의 대중국 투자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2010년 이후 증가세를 보이다가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의 실적 또한 악화하고 있다. 

한국의 대중국 직접투자는 최근 대형 첨단산업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1992년 수교 당시 1억4000만 달러에서 2021년 66억8000만 달러로 약 48.5배 늘어났다. 그러나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률이 하락하며 투자 단위 당 수출입 유발 효과는 떨어지는 중이다. 

반면 중국의 대한국 투자액(도착금액)은 1992년 약 280만달러에서 2015년 17억7000만달러로 최대치를 기록한 뒤 2021년에는 4774만달러로 축소됐다. 2020년 기준 중국의 대세계 투자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0.9%에 불과하다.

대외연은 “재중 한국기업의 대중국 투자 단위당 대중국 수출 유발 효과는 2005년 2.1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래 지속 하락해 2020년 0.6을 기록했다”며 “한국의 대중국 투자의 수출입 유발 효과가 떨어지고 있어 대중국 투자와 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점검·전환 및 대중국 투자의 신모멘텀 창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중 간 직접투자는 한국의 대중국 투자 위주로 단방향의 비대칭 구조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첨단 제조 분야에서 중국의 대한국 투자 유치를 확대하여 한·중 공급망 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생산 네트워크를 넘어 혁신 생태계 구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 부문 협력도 은행업을 중심으로 진출하다가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 통화스와프 등 금융당국간 협력으로 확대됐고, 최근 중국 금융시장 개방에 따라 보험과 증권 등 진출과 자본시장 협력 범위가 확대됐다. 대외연은 “다만 중국 진출 금융기관의 수익 양극화, 원·위안화 무역결제의 낮은 활용률 등 과제에 직면했다”고 했다.

이에 대외연은 "기존의 협력 모델은 한계에 이르렀다"면서 "미래 한중 경제협력은 지난 30년의 구조적 변화와 과제를 극복하면서 고도화하고 신(新) 모멘텀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새로운 모멘텀 창출이란 중국의 경쟁력이 크게 오른 가전·자동차·휴대전화·철강 등에서 벗어난 신규 투자처를 찾는 방안을 가리킨다. 특히 신산업·서비스업 등에 대한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고 연구원은 덧붙였다.

 

또한 대외연은 "동시에 글로벌 지정학·지경학적 리스크에 대한 대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 "과거에는 대중국 투자 시 주로 경제적 요인을 검토했다면 앞으로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따른 리스크, 중국 정부의 정책 및 규제 리스크 등 비경제적 요인도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예컨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바이오 등 산업은 최근 미국이 중국에 대한 기술 견제를 본격화한 분야인데, 이는 한국이 중국에 많은 투자를 했거나 이미 양국 사이에 긴밀한 공급망을 형성한 터라 향후 협력 확대가 예상되는 분야다. 이에 미중 경쟁에 따른 우리 기업 피해 등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외연은 미래의 한중 경협 방향으로 ▲민간 주도의 경제협력 활성화 ▲종합적인 양자 경제협력 플랫폼 구축 ▲지역·다자 체제에서의 개방·포용주의 견지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또한 지정학·지경학적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한·중 공급망 안정'을 위한 협력체계 구축도 촉구했다. 대외연은 “한국의 중간재 중 28.4%가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고, 한국 중간재 수출의 27.9%가 중국으로 향한다”며 “한국의 경제안보 정책은 한·중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외연은 무역 분야에서는 △상호 공급망 안정화 협력 강화 및 채널 구축 △무역구조의 질적 제고 △한·중 FTA를 포괄적 협력 플랫폼으로 업그레이드 등 협력방안을 제시했다. 투자 부문에서는 △신산업 서비스업 등 대중 투자 신 모멘텀 창출 △M&A등 투자방식 다각화 등을 제안했다.

한편 중국 정부가 2050년까지 현대화된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위한 장기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책·규제가 바뀔 수 있음에 대비해야 한다고 연구원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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