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은 왜 문화로 충돌할까?…문화소유권 논쟁, 그 이면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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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은 왜 문화로 충돌할까?…문화소유권 논쟁, 그 이면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2.08.28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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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의 시대, 한중 문화충돌』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총서 135호) | 김인희 엮음 | 임동욱·박정수·박영환·윤경우·김인희·신종원·권혁희 지음 | 동북아역사재단 | 2022. 07 | 300쪽

 

동북아역사재단이 한국과 중국의 문화소유권 논쟁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담은 《문화의 시대, 한중 문화충돌》을 연구총서 135호로 발간했다.

이 연구서는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중국이 시진핑 집권 이후 유독 한국하고만 문화 충돌을 일으키는 원인과 목표를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집필에는 김인희 동북아역사재단 한중관계사연구소 소장 등 7명의 학자가 참여했다. 저자들은 중국이 문화기원 논쟁을 일으키는 이유를 서구문화 유입에 따른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이데올로기 위협, 우월적인 문화관으로서의 중화주의 약화 우려에서 찾는다.

전체 내용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는 한·중 간 문화 충돌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고, 두 번째는 한·중 간 발생한 실제 문화 충돌 사례를 중심으로 원인을 살펴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한·중 간 갈등을 단순히 강한 민족주의를 가진 두 나라 사이의 갈등으로 본 기존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문화충돌을 한·중 간의 문제로 한정하지 않고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보고자 했으며, 중국 민족주의의 특징을 보다 자세히 살피고자 했다. 또한, 중국이 그동안 주장한 한국 문화의 중국 기원론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중국의 문화 공격에 탄력성을 가지고 대응할 것을 제안했다. 

문화는 정신적인 것과 연관되며 인간 활동의 모든 형식과 그 활동의 결과물을 지칭한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이 연구서를 통해 한·중 간의 문화 충돌이 단순한 감정적인 대립이 아니라 보다 심층적이고 다양한 요인이 내포되어 있음을 밝히고자 했다.

 

한국은 중국이 문화로 공격하는 유일한 나라 

최근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실시한 중국에 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80%가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고 한다. 한국인이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된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한·중 간의 문화소유권 논쟁이다.

동아시아에서 중국이 문화로 충돌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문화충돌의 핵심은 문화기원론을 중심으로 전개된 전통문화의 소유권 논쟁이다. 중국은 중국이 ‘발명’한 문화가 한국으로 전해졌으니, 문화의 소유권이 중국에 있다고 한다. 한국은 한국문화는 중국문화와 본질적으로 다르며 중국에서 기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따라서 양국은 문화의 기원을 밝히면 특정 문화의 소유권을 가질 수 있으며, 논란도 일단락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이 문화로 충돌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만약, 중국의 목적이 문화의 기원을 밝혀 소유권을 갖는 것이라면 왜, 다른 나라와는 소유권 논쟁을 벌이지 않는단 말인가? 그 이유는 중국이 문화기원 논쟁을 일으키는 목적이 다른 데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문화기원 논쟁을 일으키는 것은 서구문화 유입에 따른 자국 문화의 침식 우려, 그리고 우월적 문화관으로서의 중화주의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시작되었다고 판단된다. 
 

문화소유권 쟁탈전이 아니라 ‘문화의 충돌’ 

그동안 한·중의 문화충돌은 오랜 역사적 경험으로 유사한 문화유산을 소유한 한국과 중국이 소유권을 놓고 벌이는 일종의 문화 소유권 경쟁으로 해석되어 왔다. 그렇다면 중국은 마땅히 베트남, 몽골, 일본 등의 나라와도 문화소유권 논쟁을 벌여야 한다. 그런데 중국은 이들 국가에 대해서는 문화로 공격하지 않는다. 일본의 경우에는 문화보다는 역사적인 원인으로 갈등하고 있다. 

일찍이 헌팅턴은 탈냉전 이후 “새롭게 태동하는 세계 정치구도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위험한 변수는 상이한 문명을 가진 집단들 사이의 갈등이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헌팅턴은 세계 문명을 서방과 라틴아메리카, 이슬람, 힌두교, 유교, 일본 등 7개 내지 8개의 문명들로 나누고, 국가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하는 것은 이념의 차이가 아니라 전통, 문화, 종교적 차이 때문이라고 하였다. 헌팅턴의 예언대로 현재 세계는 문명 간의 갈등과 대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19년 말 시작된 코로나 19가 갈등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동양인에 대한 비하와 조롱, 폭력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그런데 문명 간의 갈등뿐만 아니라 같은 유교문명권에 속하는 한·중 간의 갈등은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양국의 문화소유권 쟁탈전으로 보이지만 한·중의 문화충돌 이면에는 매우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서구 문화 제국주의에 침식당할 것에 대한 중국의 우려, 방어적 성격의 중국 민족주의와 홍위병적 네티즌의 폭력성, 역사와 문화를 통한 한·중관계의 위치짓기 등 다양한 요인이 문화를 매개로 폭발한 것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한·중의 문화적 대립을 양국 국민들 간의 감정적인 대립으로 보던 기존의 시각을 탈피하여 세계 정치구도 측면에서 접근하여 ‘문화충돌’이라 표현하였다.    


서구 문화 제국주의에 침식당할 것에 대한 우려 

한·중 문화충돌의 원인 중 하나는 중국이 서구 문화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중국 정부는 문화 제국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의 국가 이념에 반하는 문화상품에 대한 제제를 가하고, 문화 애국주의를 강조하여 다른 나라의 문화상품이 중국으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

2004년 단오 논쟁 당시 중국 언론은 한국 단오제를 ‘서양의 명절(洋節)’이라고 하거나 한국문화(특히 K-pop)를 서양문화와 동일시하였다. 이는 한류를 서구 문화 제국주의의 일부로 인식했음을 말한다. 단오 논쟁은 겉으로 보기에는 전통문화의 소유권 논쟁이었지만 사실은 서구 가치관의 유입을 차단하고 한류를 저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중 간의 문화충돌은 중국 정부가 주도하였다. 2004년 『런민일보』는 단오절에 대한 보도가 오보였음을 인식한 후에도 수정하지 않았으며, 중국정부는 한국이 중국 단오절을 강탈하려 하는지 관심이 없었으며, 2009년 중국이 단오절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한 후에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시진핑 정부 이후 한·중 간 문화충돌이 더욱 심화하는 원인은 시진핑 정부가 ‘문화쇄국’과 ‘애국주의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정부는 정치적으로는 서구의 자본주의 사상과 문화 확산으로 사회주의 이념이 훼손되어 공산당의 집권 정당성이 약화하는 것을 막고, 경제적으로는 한류를 필두로 한 글로벌 경쟁체계 속에서 다른 나라의 문화상품이 중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한편 자국 상품의 판매를 늘리는 이중 효과를 노리고 있다.
 

 

2018년 중국 허난성의 중소 도시인 루산에서 성대한 단오절 행사가 열리고 있다./사진제공=동북아역사재단

벌떼처럼 일어나 공격하는 홍위병적 민족주의

민족주의는 문화와 역사의 재해석을 통해 민족문화를 형성하여 구성원들의 국가에 대한 충성을 이끌어낸다. 오랜 역사적 경험을 가진 한국과 중국은 특정 문화와 역사를 자국에 유리하게 해석하고 귀속하는 과정에 갈등이 등장했다. 특히, 특정 문화의 소유권 문제는 민족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한·중 국민 간 감정 대립으로 나타났다. 

전통적 중화사상에서 발로한 우월의식, 아편전쟁 이후 외부세력에 당했다는 피해의식에서 나온 우환의식, 21세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키워가는 과정에 등장한 초조함이 중국 민족주의를 더욱 극단적인 배타성으로 나타나게 하였다. 이러한 강박관념과 불안한 욕구로 인해 중국인들은 자국에 대한 다른 나라의 태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최근 중국 민족주의는 일절 타협하지 않고 적을 몰살시키는 자비심 없는 홍위병 스타일의 민족주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는 중국 민족주의가 이데올로기적 선동과 선전 그리고 대중적 동원과 폭력에 극단적으로 익숙한 민족주의라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네티즌들이 주변국과의 작은 문화 갈등이나 충돌에도 쉽게 극단으로 치달아 벌떼처럼 일어나 공격하는 것은 중국 민족주의가 홍위병적 대중 민족주의 성향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정부 들어 한국에 대한 공격이 증가하고 공세적으로 바뀐 것은 중국에서 문화를 이데올로기 투쟁의 도구로 보는 시각과 이데올로기 선전, 선동에 능한 홍위병적 네티즌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국자들의 심장을 뛰게 하는 마르지 않는 샘물, 중화주의  

중화주의는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것으로 중국 애국자들의 심장을 뛰게 하는 마르지 않는 샘물이다. 중화주의는 국가주의라든가 민족주의를 의미하는 네셔널리즘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보잘 것 없는 개념으로 한층 종교적인 것이다. 중화주의 원천은 역사와 문화인데, 중국인들의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역사를 초월한다. 

한·중의 문화충돌은 중국의 극심한 중화주의가 근대 이전의 위계 구도를 그대로 드러내면서 한국문화를 표상하는 김치, 한복 등 문화요소가 중국문화에서 기원하였다고 주장한 것이 원인이다. 중국이 전통 음식이나 의복과 같은 한민족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것들에 대한 문제 제기를 통해 우월적 위치짓기를 시도한다면 한·중 간의 대립은 점점 더 첨예화 할 것이다.  

고대 중국에서 문화는 문명과 야만을 구분하는 기준이었다. 문화를 가지고 있는 화하족은 문명에 속하였으며, 문화가 없는 이적은 야만에 속했다. 문화는 화하족만이 ‘발명’할 수 있었으며 이적은 화하문화의 ‘교화’를 통해 야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러한 문화관념은 지금도 중국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인들은 한국 중국의 도움으로 야만에서 벗어났음에도 감사하지 않고 도리어 중국문화를 빼앗아 몰래 유네스코에 신청하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문화가 중국에서 기원하였거나 일방적으로 주변에 전파한 것만은 아니다. 추석은 신라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현재로서는 신라의 추석이 중국 중추절의 형성에 영향을 주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나 중추절보다 이른 시기에 명절로 자리잡은 것은 사실이다. 고려시대 접선(摺扇)과 고려청자는 송나라에서 크게 유행하였다. 송나라 멋쟁이라면 도포자락 안에 접선 하나쯤은 넣어둬야 했다. 원나라에서는 고려의 풍속이 크게 유행하였는데, 이를 고려양이라 한다. 일부 학자는 이러한 현상을 현재의 한류에 빗대기고 한다. 명나라 때는 조선의 마미군이 크게 유행하였는데, 마미군을 만들기 위해 전마의 말꼬리를 잘라 군사적 역량이 대대적으로 약화되었다고 한다. 이로 보아 문화는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서로 교류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고대 중국이 예악문화를 통해 이적을 교화하는 방식으로 천하질서를 형성하고자 하였다면, 현재는 중국문화를 전파하여 인류운명공동체를 형성하고자 한다. 그러나 우월적 문화관에 입각하여 문화기원론을 주장하고 타민족의 문화정체성을 훼손한다면 중국이 원하는 ‘인류운명공동체’는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 필자들의 핵심 주장 

ㅇ 1장 세계화와 문화 제국주의·임동욱
중국은 서구 문화 제국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의 국가 이념에 반하는 문화상품에 대한 제재를 가하고, 애국주의를 이용하여 다른 나라의 문화상품이 중국으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

ㅇ 2장 중국 민족주의와 한·중 문화충돌·박정수
중국 네티즌들이 주변국과의 작은 문화 갈등이나 충돌에도 쉽게 극단으로 치달아 벌떼처럼 일어나 공격하는 것은 중국 민족주의의 방어적 속성과 홍위병적 대중 민족주의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ㅇ 3장 한·중 문화교류와 충돌, 단오절 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박영환
단오 논쟁은 전통문화의 소유권 논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서구 가치관의 유입을 차단하고 한류를 저지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주도한 것이었다. 

ㅇ 4장 중국의 한류 수용과 저항 태도·윤경우
전통적 중화사상에서 발로한 우월(優越)의식과 아편전쟁 이후 서구 열강에 당했던 역사적 굴욕 경험에서 비롯된 우환(憂患)의식 그리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한 21세기 강국의 꿈을 키워가는 과정에 생겨난 초조함이 극단적인 배타성으로 나타났다. 

ㅇ 5장 시진핑 정부의 문화정책과 한·중 문화충돌·김인희
시진핑 정부에 들어 한국에 대한 공격이 더욱 증가하고 공세적으로 바뀐 것은 중국에서 문화를 이데올로기 투쟁의 도구로 보는 시각과 이데올로기 선전, 선동에 능한 홍위병적 네티즌이 주도하기 때문이다.  

ㅇ 6장 중국 중추절의 신라 기원설과 ‘문화발명권’·신종원
신라 추석은 국왕부터 서민이 모두 즐기는 명절로 신라시대 명실상부한 2대 명절 중 하나로,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한국의 명절이자 축제다.

ㅇ 7장 글로벌 시대 문화다양성의 가치와 문화유산·권혁희
중국이 전통 음식이나 의복과 같은 한민족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것들에 대한 문제 제기를 통해 우월적 위치짓기를 시도한다면 한·중 간의 대립을 점점 더 첨예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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