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가 개성을 추구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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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가 개성을 추구한다고?
  • 김영명 한림대학교 명예교수·정치학
  • 승인 2022.08.28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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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명의 생활에세이]

 

나 대학 다닐 때 글재주 많은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그 녀석이 대학 신문에 기고한 콩트를 보고 어떤 문학 평론가가 요즘 젊은이들의 감성이 어쩌구저쩌구 했던 기억이 난다. 석기 시대 때부터 “요즘 젊은 애들은 버릇이 없어!” 하고 어른들이 한탄했다고 한다. 수천 년 된 그런 기록이 있다니까, 구석기 시대에도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요새는 MZ 세대니 뭐니 해서 젊은이들을 특별 취급하는 것 같은데, 그들이라고 예전 젊은이들과 특별히 다를 것은 없다. 그냥 기성세대들과는 사고방식이나 행동 양식이 다르니 기성세대의 눈에 새롭게 보일 뿐이다. 청년 세대를 지칭하는 용어가 어제 오늘 생긴 것도 아니다. 이미 삼십 년 전에 이미 신세대니 Z 세대니 오렌지족이니 하면서 20대 청년들을 지칭하는 용어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런 과거의 용어들은 별로 긍정적인 느낌을 주지 않았는데, 최근의 MZ는 기성세대의 ‘꼰대스러움’과 다른 참신한 세대라는 느낌을 강요하고 있는 듯하다. 정치권에서도 청년 세대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전체적으로 젊어져야 한다면서 경력과 자격 미달의 젊은이들을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 발탁하는 일이 잦아졌다. 하지만 그 결과가 썩 좋지만은 않아 보인다.

청년 세대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청년들을 발탁해야 한다면 노인 세대의 복지를 위해서는 노인들을 발탁해야 하나? 아무도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다. 장애인의 이익은 장애인 단체가 대변하는데, 노인의 이익을 위해서는 왜 노인을 발탁하지 않고, 오히려 노인보다 어린 꼰대들마저 물러나라고 난리가 날까? 젊은 게 벼슬인 것이 확실한 모양이다. 그래서 경력도 없는 20대들이 벼슬도 하고 말이다. 우스개로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점점 뭔가 진지해진다. 

시대 흐름이 그러니 뭐 그렇다고 치더라도 나는 “개성을 추구하는 MZ 세대” 이런 말은 듣기 싫다. 틀린 말이기 때문이다. 이는 현상의 본질을 모르는 상투어일 뿐이다. 젊은 사람들 중에 누가 개성을 추구한단 말인가? 물론 늙은 세대와 많은 면에서 다르다. 그러나 늙은 세대와 다르면 그것이 개성인가? 청년 기업가가 반바지에 티셔츠 입고 회사 가면 그것이 개성을 추구하는 일인가? 아니다. 그것은 그 업계에서 정형화된 복장일 뿐이다. 전부 정장을 하는데 나만 간편복을 입어야 그것이 개성 추구다. 화가랍시고 빵떡모자 쓰고 빨뿌리 입에 물면 개성 추구인가? 상투적이고 뻔하고 그래서 개성 없는 모습일 뿐이다. 교복을 줄여 입는 여학생들은 개성을 추구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또래 집단에서 뒤처지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 개성 추구이기는커녕 또래 집단에서 하는 그대로 흉내 내는 획일성의 발현일 뿐이다.

나이 든 사람들은 젊은이들을 보고 “좋을 때다!” 하면서 부러워한다. 그러나 정작 그들에게 물어보라, 정말 좋을 때라고 생각하는지. 물론 젊은이들은 늙은이들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의 젊음에 행복해 하지도 않는다. 젊은 시절은 공부와 취직, 결혼, 육아 때문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고민과 번뇌가 많은 시절이다. 좋기는 뭐가 좋아? 늙은이들이 부러워하는 것은 젊은이들의 싱싱한 젊음이다. 그것도 주로 육체의 젊음이다. 그러면 늙은이들아, 다시 20대로 돌아가서 그 어려운 미래 준비를 다시 하고 싶니? 적어도 나는 그렇지 않다. 나는 젊은이가 하나도 부럽지 않다.  젊은 시절의 고뇌를 다시 느끼고 싶지 않다. 차라리 몸이 좀 늙은 것이 낫겠다.  

세대 간의 차이에 대해 상투적으로 오고 가는 말들 중 이치에 안 맞는 것이 많은 것 같아 주절거려 보았다. 달리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김영명 한림대학교 명예교수·정치학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명예교수로 한국정치외교사학회 회장, 도쿄대학교 동양문화연구소 객원연구원, 한글문화연대 대표 등을 지냈으며, 한국정치학회 학술상, 외솔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 『담론에서 실천으로: 한국적 정치학의 모색』, 『단일 사회 한국: 그 빛과 그림자』, 『이게 도무지 뭣하자는 소린지 모르겠고: 한국 불교, 이것이 문제다』, 『대한민국 정치사』, 『한국 정치의 성격』, 『정치란 무엇인가: 김영명 교수가 들려주는 정치 이야기』 등 다수가 있다. 최근 수필집 『봄날은 간다』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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