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유롭고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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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유롭고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꿈꾸다
  • 이정기 동명대·커뮤니케이션학
  • 승인 2022.08.2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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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에게 듣는다_ 『표현의 자유 확장을 위한 논리: 나와 타인, 모두의 권리를 위하여』 (이정기 지음, 이담북스, 413쪽, 2022.07)

 

책을 쓴 동기

표현의 자유를 연구하고 있는 학자로서 그 동안 <표현, 언론 그리고 집회결사의 자유>(한양대 출판부, 2011), <대한민국 표현 자유의 현실>(커뮤니케이션북스, 2016), <대한민국 표현 자유의 현실 2>(커뮤니케이션북스, 2020), <위축효과>(커뮤니케이션북스, 2021) 등의 저서를 집필했습니다. <표현의 자유 확장을 위한 논리>는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저의 5번째 책입니다. 제가 표현의 자유 연구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표현의 자유를 온전히 향유하고 있지 못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평소 저는 ‘왜 나는 억울한 상황에서도 이렇게 위축되어 있을까’, ‘왜 나는 불합리를 일삼는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나의 의견을 표현하지 못할까’와 같은 생각을 자주 했었고, 이러한 답답함을 학술적, 이론적으로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표현의 자유를 연구하는 연구자가 됐습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를 연구하고 있는 저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여전히 많은 순간 위축효과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제가 많은 순간 위축되어 있는 데에는 저의 소심한 성격 탓도 있겠지만, 특정 표현을 입 밖으로 냈을 때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 미지의 변수에 대한 고려(이른바 침묵을 강조하는 문화) 탓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는 그 동안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침묵은 금이다>와 같은 속담을 금과옥조로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또한 일제 시기, 군사독재 시기를 거치며 권력을 향해 비판적 발언을 하면 필연적으로 다치게 된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학습하며 살아왔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은 합리적 선택을 하는 동물입니다. 그저 평범하게 살기 위해 또는 다치지 않기 위해 자연스럽게 말을 아끼는 문화가 형성된 것 같습니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뭐 이런 자기정당화를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똥은 피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치워야 할 존재’라는 사실을 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공공장소에서 똥을 싸는 사람에게 “그래서는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쉬운 일입니다. <표현의 자유 확장을 위한 논리>는 공공장소에서 똥을 싸는 사람들에게 “그건 잘못된 일이야”라고 말해줄 필요가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상기시켜 보겠다는 의도로 기획됐습니다. 


책의 내용

<표현의 자유 확장을 위한 논리>는 제가 2015년부터 6년간 써 온 11편의 논문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표현의 자유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를 판례분석과 내용분석, 설문조사 등 다양한 방법론을 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정권에 의한 반대 언론인 탄압 사례, 대중문화 속 풍자와 이에 대한 권력자들의 고발 사례, 성 소수자 광고 등 소수자 문화에 대한 규제 사례, 대중문화 속 혐오표현과 혐오표현에 의한 위축 사례, 공익을 위해 내부고발을 한 공익 제보자의 비참한 현실, 정권마다 야당 지지자가 느껴는 두려움, 국가인권위원회가 바라본 표현의 자유 등이 그것입니다.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여러 가지 장애 요소들이 존재합니다. 이 책은 이러한 표현의 자유 장애 요소들을 진단하고, 어떻게 하면 이 장애물들을 걷어내고, 좀 더 자유롭고 건전하고 공정하게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가 담겨 있습니다. 소수자의 표현을 제한하지 않는 공적 환경을 만들고, 표현의 자유를 한 단계 확장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에 대한 저의 생각도 담겨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한 단계 확장시키기 위해 필요한 일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입니다. 혹자는 혐오표현이 차고 넘칠 정도로 한국 사회의 표현의 자유가 충분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는 왜곡된 주장입니다. 물론 한국 사회에 혐오표현이 넘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의 다양성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소수자들의 표현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공인을 대상으로 한 공적 표현의 자유 역시 상당히 위축되어 있습니다. 공인 대상 공적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 사례, 표현 자유의 다양성이 불충분한 다양한 사례는 제가 쓴 책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표현의 자유를 한 단계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두 가지 측면에서의 고려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 법적, 제도적 변화를 수반하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합니다. 1) 공익제보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공익제보자를 온전히 보호할 수 있는 법적 환경을 구축해야 합니다. 공익제보자를 배제시키는 기관이나 기업에 강력한 페널티를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2) 혐오표현을 강력하게 규제할 수 있는 법적 환경을 구축해야 합니다. 다수자들의 폭력적인 표현의 자유의 행사는 소수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표현의 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부당한 차별과 혐오표현에 반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 정부나 선출직 공무원과 같은 자발적, 정치적 공인에 대한 공적인 비판을 확장하고, 사인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인 현실적 악의(actual malice principle) 원칙 등을 도입할 필요성도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나 공인에 의한 전략적 봉쇄소송도 제한되어야 합니다. 이밖에 공인을 대상으로 한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인터넷 임시차단조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야당 미디어로 변모시키는 공영방송 사장 선임 방식 등도 재검토되어야 할 법리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시민(민간) 영역에서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1)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합니다. 시민 한명 한명이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 연령, 인종 등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모든 시민들이 스스로의 소중함을 자각하고,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2) 인권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 조성도 필요합니다. 다른 것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인식 형성이 필요하며, 다르다는 이유가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은 사라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초등학교 시절부터 대학, 시민사회에 이르기까지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을 확대해야 합니다. 3) 서열주의, 지역주의, 학력주의 등 끊임없이 사람 간의 위계를 나눔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권위주의도 타파해야 할 대상입니다. 침묵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문화적 규범을 넘어 평등과 상호존중의 문화가 꽃필 수 있을 때, 표현의 자유는 한 단계 더 확장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밖에 누구와도 위축 없이 합리적으로 토론할 수 있도록 어린 시절부터 토론교육을 수행하는 것도 표현의 자유 확장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끝으로

표현의 자유 위축은 인권의 축소, 민주주의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민 여러분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표현의 자유 연구자로서 저는 모든 시민들이 자유롭게 공적인 표현을 할 수 있게 될 그날까지, 표현의 자유의 다양성이 한 단계 더 확장될 수 있는 그날까지 열심히 연구 활동을 수행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정기 동명대·커뮤니케이션학

동명대학교 미디어대학 광고PR학과 교수.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강의교수, 한양대학교 창의융합교육원 교수학습지원센터 책임연구원(연구교수)을 거쳤다. 관심 연구 분야는 표현의 자유와 미디어 효과, 교육커뮤니케이션이다. 그동안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 부산울산경남언론학회 총무이사, 한국언론법학회 기획이사, 《한국방송학보》, 《방송통신연구》, 《미디어, 젠더 & 문화》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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