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위기의 시대, 새롭게 발굴한 마르크스의 생태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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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위기의 시대, 새롭게 발굴한 마르크스의 생태 사상!
  • 김지현 기자
  • 승인 2020.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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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마르크스의 생태사회주의: 자본, 자연, 미완의 정치경제학 비판 | 사이토 고헤이 지음 | 추선영 옮김 | 두번째테제 | 524쪽
 

생태 위기에 대한 전 지구적 경각심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환기되고 있는 지금 마르크스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했을까? 이 책은 마르크스가 자본주의에 환경 위기가 내재해 있음을 알았다고 주장하면서, 마르크스가 남긴 유산이 지금까지 이해되었던 것보다 훨씬 풍부하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1세대 생태마르크스주의자들을 비롯해 환경론자들에게 마르크스는 인간중심주의자, 기술중심주의자, 프로메테우스주의자에 지나지 않았다. 마르크스가 자연 자원의 희소성과 생태계에 가해지는 과부하 같은 생태 문제에 대해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은 채 무제한의 경제 발전과 기술 발전을 역사의 자연법칙으로 전제하고, 자연에 대한 완전한 지배를 설파했다는 생각은 여전히 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생각들은 소련의 해체 이후, 마르크스의 사상에 환경을 위한 여지는 없었다는 주장으로 굳어졌고, 이제 마르크스주의는 지나간 인간 중심 철학의 몰락을 보여 주는 한 예로 여겨질 뿐이다.

과연 마르크스의 사상은 환경 위기 시대에 어떠한 통찰도 내놓을 수 없을까?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 엄청난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인류에게 마르크스의 사상은 더 이상 아무런 의미를 전해 줄 수 없을까? 이 책은 사람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이러한 오해를 벗겨내고, 기후 위기 시대의 진정한 책임은 자본주의 체제에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 위기를 벗어나서 자본주의 체제를 변혁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마르크스로 다시 돌아가자고 주장한다. 저자는 꼼꼼한 문헌 분석과 새로운 자료 발굴, 19세기 시대사와 정치경제학, 철학, 농학사 연구를 통해서, 그동안 묻혀 있던 마르크스의 생태 사상을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저자는 마르크스 초기 저작을 둘러싼 기존의 휴머니즘 진영(프롬과 마르쿠제) 대 구조주의 진영(알튀세르) 사이의 논쟁을 넘어서, 『경제학 철학 수고』에 제시된 ‘인본주의=자연주의’라는 관점에서 드러나는 마르크스의 ‘자연’에 대한 관심, 그리고 직접적 자연, 특히 토지로부터 생산자의 소외가 초래하는 파괴적 귀결에 대한 그의 관심에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는 『자본론』의 서두에 등장하는 가치와 추상적 노동이라는 범주를 둘러싼 논쟁을 환기하면서, 추상적 노동을 ‘순수 사회적 형태’로 보는 일련의 독일어권 저자들의 관점에 대해 비판을 가한다. 오히려 추상적 노동에 내재한 ‘생리적’, 즉 ‘자연적’ 요소에 주목하지 못한다면 마르크스와 자연, 나아가 그의 자본주의 비판에 함축된 생태적 함축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는 마르크스-엥겔스 전집MEGA에 실린 마르크스의 미출간 원고들을 검토하면서, 마르크스의 최후 자연과학과 농화학 연구에 드러난 생태주의적, 생태사회주의적 관점을 세심하게 검토하고 있다.

2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 ‘생태학과 경제학’에서는 마르크스가 포이어바흐의 인간학에서 벗어나 어떻게 정치경제학 비판으로 나아갔는지, 그 과정에서 자연의 ‘소재적’ 특성이 어떻게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밝힌다. 더불어 물질대사 개념을 받아들이게 된 과정과 토지 소유의 문제가 자본주의에서 노동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텍스트를 바탕으로 한 치밀한 분석으로 밝힌다. 2부 ‘마르크스의 생태학과 마르크스 엥겔스 전집MEGA’에서는 마르크스 당대의 농업 이론가들(리비히, 프라스 등)이 토양을 둘러싼 여러 이론들을 내놓고 서로 주고받았던 논쟁들을 정리하면서, 데이비드 리카도의 수확체감의 법칙이 어떤 식으로 변주되었는지, 농화학파와 농업물리학파의 대립 속에서 토양 비옥도의 문제가 어떻게 자본주의 착취와 약탈 체제에 영향을 주었는지를 밝힌다. 이렇게 해서 저자는 자본주의 체제의 복합적인 모순을 자연과학 연구를 통한 마르크스의 시선으로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이러한 이론적 엄밀함과 탄탄한 문헌적 근거 위에서 이 책은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비판이 갖는 생태사회주의적 함축을 설득력 있게 재구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마르크스를 ‘생산력주의’ 패러다임에서 읽어 왔던 지난날의 해석을 풍부한 문헌적 근거 위에서 반박하면서, 저자는 마르크스가 자본주의에 내재한 반(反)자연적 성격을 얼마나 예민하게 비판했는지 논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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