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 “한국, 美 주도 반도체 공급망 재편 적극 참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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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EP “한국, 美 주도 반도체 공급망 재편 적극 참여해야”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2.08.14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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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보고서]
-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연구보고서 출간
-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구조와 리스크 분석, △기업 차원에서의 글로벌 반도체 산업 공급망 분석, △글로벌 공급망상에서의 한국·미국·중국 기업의 역할과 위치 분석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디지털 전환(DX), 4차 산업혁명(4IR) 실현에 따른 AI, 빅데이터, 메타버스, 자율주행차, 디지털 화폐, 블록체인 등 신기술의 발달로 지속적인 성장이 예견된 가운데 미국,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반도체 산업 글로벌 공급망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자유무역을 기반으로 형성된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분업구조는 기업의 혁신과 기술개발의 원동력이 되었으나, 이제 기술 민족주의와 함께 자국 내 가치사슬 형성을 도모하는 추세가 글로벌 반도체 산업 전반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날로 심화되어 가는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이 단기적으로 미국 주도 공급망 재편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우리 자체 공급망 안정화에도 나서야 한다는 국책연구원의 제언이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8일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중국 등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주요 행위자의 위상과 역할을 분석하고 우리의 대응 방향을 모색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정책과 함께 우리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 리스크 요인과 구조를 자세히 분석한 점이 특징이다. 

 

※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재 미국은 자국 주도 하에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기술적 우위와 제품기술 개발 역량을 기반으로, 제조공정 기술이 강한 한국 및 대만과의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조립, 검사 및 생산의 비교우위가 높아지고 있는 중국을 대체하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산업을 부활시키기 위해 R&D에 자금을 제공하고 있으며, 기술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법안으로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 법안은 반도체를 포함해 미국의 과학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중국의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며, 각종 조사나 중국에 대한 제재 조치에 있어서도 동맹국의 협조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상에서 반도체 소비 시장 역할을 할 뿐, 제조와 관련된 모든 핵심 기술들은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반도체 매출의 5%만 차지하고 있으며, 주로 공급망상 조립·테스트·패키징 부문에서 제한된 역할을 한다. 중국은 반도체 수입의존도와 공급망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반도체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유도하고 있으나,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대중 수출 통제, 투자 제재, 금융 제재는 중국의 반도체 자립도를 높이는 데 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기업 차원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구조 파악을 위한 네트워크 분석에서, 미국 기업과 함께 한국 삼성전자의 강세가 두드러졌고 중국 기업들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다만 중국의 화웨이(Huawei), 레노버(Lenovo), 샤오미(Xiaomi) 정도가 글로벌 공급망에서 어느 정도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들 중국 기업들은 반도체 생산에 직접 관여하지 않지만 PC, 스마트폰, 태블릿 등 IT 기기를 생산하는 기업으로서 반도체의 소비자 역할을 한다.) 설계와 제조에 특화된 중국의 하이실리콘(Hisilicon)과 파운드리에 특화된 중국 최대 반도체 기업 SMIC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영향력이 크지 않음을 확인했다.

반도체 생산기업은 아니지만 글로벌 공급망상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기업 화웨이를 살펴보면, 미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임을 알 수 있다. 화웨이에 물품을 공급하는 기업 중 미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가까운 43%에 달하며, 판매처 중 미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중국 반도체 기업 SMIC 또한 해당 기업에 물건을 공급하는 기업 중 미국 기업이 1/3가량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그 밖에 영국·독일·네덜란드 등 유럽의 기업들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기업의 높은 대외 의존도는 중국 자국의 반도체 산업의 자립화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분석되며, 이는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상에서 중국 기업들이 상당 기간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그동안 중국 및 미국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공급망 거점을 구축하여 지역별로 특화된 생산체제를 구축해왔다. 중국에는 패키징 업계가 많아 이를 활용하기 위해 웨이퍼 가공된 반제품 수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중국으로부터 수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현지 투자법인으로부터 한국으로 수출하는 기업 내 무역이 많다. 한편 글로벌 공급망에서 일본이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는 분야의 공급망 관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당분간 일본 소부장 산업에 의존 해야 하는 기술적 취약성으로 관련 품목의 공급망 관리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원천기술의 미확보로 인해 반도체 소부장 산업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것이 큰 리스크이다. 반도체 제조 기초 원료와 함께 반도체 공정 수입품목 중에서 한 국가의 점유율이 50% 이상을 차지하는 품목은 공급망 리스크 대상으로 간주하여 상시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반도체 주도권 강화를 위한 미중 디커플링 정책은 반도체 산업 공급망 구조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반도체 핵심기술 보유 선진국의 자국 반도체 기술 통제와 독점적인 기술 보유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지배력 및 동맹국 간 공급망 구조 강화는 향후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세계는 기술패권을 이용한 헤게모니 전쟁 중으로, 이런 ‘신냉전’ 속에서 일 본은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대해 지속적으로 견제할 것이며, 미국ㆍ일본ㆍ대만 반도체 동맹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도전이 될 수 있다. 우리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 내 진출한 다국적 기업과 중국기업의 반도체 수요를 충족하며 성장해 왔 으나, 향후 미국의 자국 반도체 기술 통제정책의 방향에 따라 상당 부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요인들로 우리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가치사슬의 전환 시대에 직면해 있고 공급망의 다원화 및 중복은 필수 사안이다. 우리 기업들은 단기적으로는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우리의 자체 공급망 안정화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특정 국가에 편중되어 있는 공급망을 분산시키기 위해 현재의 공급망 재편을 기획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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