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차원적 복합 게임’으로 변모한 미중 전략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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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차원적 복합 게임’으로 변모한 미중 전략 경쟁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8.0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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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권의 미래: 미중 전략 경쟁과 새로운 국제 질서 | 이승주·전재성·김상배·유인태·김연규  외 1명 지음 | 21세기북스 | 336쪽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비교적 오래된 이슈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략 변화, 4차 산업혁명으로 표현되는 첨단 기술,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디지털 세상의 전개 등으로 경쟁은 새로운 양상을 띠게 되었다. 개별 쟁점이 다른 다양한 쟁점들과 연계하는 ‘다차원적 복합 게임’으로 접어든 것이다. 이것은 경제-안보 연계 전략으로 귀결된다.

그럼에도 미국과 중국의 대립을 다룬 기존 연구들은 대체로 무역, 환율, 안보, 기술 등 개별 쟁점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패권 경쟁의 변화된 양상을 입체적으로 조망하지 못함으로써 전체적 상을 보는 데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은 디지털과 첨단 기술, 희소 자원 등 새롭게 확장된 전장의 모습을 상세히 담았으며, 개별 쟁점이 어떻게 연계하여 경제-안보로 통합되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했다.

미국의 자국 중심주의와 상대적 패권 약화의 틈을 파고들며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패권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며 다시 세계 질서의 리더십을 회복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중국은 패권을 향한 야욕을 더 강하게 드러냄에 따라 각 분야에서 경쟁과 대립이 격화되었다. 특히 디지털과 첨단 기술 등의 새로운 전장이 추가되었다. 여기에 제3국의 자기 안보와 이해관계를 추구하는 대응 전략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패권 전쟁의 양상은 입체적으로 변모했다.

미국과 중국이 다양한 분야에서 펼치는 경쟁과 대립은 언뜻 보면 그 사안의 독자적 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모든 전장은 안보와 패권의 구축으로 모이는 형국이다. 예를 들어 첨단 기술은 더는 개별 기업이나 산업의 문제가 아니다. 가치 사슬로 이어진 국내외 산업 생태계, 개인정보 등 비전통 안보 분야 등장, 신무기 개발 경쟁과 군비 확대 등과 연계되어 안보와 패권의 문제로 확장된다.

또한, 미국과 중국은 기술·산업·경제 이슈에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투사하고, 양자·지역·다자 차원의 연계를 추구한다. 표면적으로는 개별 이슈에 대하여 양자 차원에서 접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더 심층적으로는 이슈의 연계와 장의 연계를 동시에 추구하는 입체적 접근을 하고 있다.

세계 질서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심화된 전략 경쟁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국제 질서의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분석하는 패권 전쟁의 양상과 본질, 전개 방향과 변화의 양상은 다음과 같다.

ㅇ 안보: 과거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국제적 리더십이 약화된 미국은 그 회복을 위해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그 핵심은 인도·태평양이라는 새로운 지역 개념을 바탕으로 한 중국 견제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대만과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반접근·지역 거부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세계 안보 지형의 변화가 동반되는 중이다.

ㅇ 기술: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신흥 첨단 기술을 놓고 미국과 중국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기술 주도권 경쟁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기술과 안보의 결합이다. 미래 국력 경쟁에서 첨단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짐에 따라 기술 경쟁력은 안보로 이어지는 것이다. 기업과 산업 차원을 넘어 패권과 안보의 문제로 확장된 기술 변수는 중견국 한국에 새로운 도전을 던진다.

ㅇ 무역: 다차원적 복합 게임으로서의 미중 전략 경쟁의 양상이 잘 드러나는 대표적 분야가 무역이다. 표면적으로는 미국의 무역 수지 적자 문제를 내걸었지만, 이는 불균형 해소 차원을 넘는 질적 문제이다. 공급 사실 재편이나 기술 경쟁 다양한 쟁점을 동시다발적으로 제기하고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투사하며 경쟁과 강등의 장으로서 양자·지역·다자 구도를 연계함으로써 자국에 유리한 세계 경제 질서를 구축하려 시도하고 있다.

ㅇ 디지털: 디지털은 패권이 부닥치는 새로운 전장이다. 무역 질서를 지탱하는 글로벌 다자주의 레짐에서 데이터의 초국경적 이동에 대한 국제 사회의 합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디지털 강국들이 각자의 디지털 무역 질서를 경쟁적으로 수립해나가고 있다. 기존 글로벌 다자주의 레짐에 대한 불만과 강대국 간 이익의 불합치가 보완재적인 다양한 국지적 국제 디지털 무역 레짐들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ㅇ 자원: 첨단 기술과 제품은 새로운 자원을 필요로 한다. 특히 희토류와 희소 금속은 ‘21세기판 석유’ 또는 ‘첨단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며, 그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이런 자원의 원재료 채굴, 중간 가공, 최종 부품 제조로 이어지는 글로벌 밸류 체인 장악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이 멀찍이 앞서가고 그 뒤를 미국을 중심으로 한 강대국들이 뒤따르는 상황이다. 희토류와 희소 금속의 국내 공급망 구축이 절실하다.

ㅇ 패권: 중국은 기술과 외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시장을 매개로 기술을 교환하는 시장환기술 정책을 취하였으나, 이를 버리고 자주창신과 공격적 법리주의 전략으로 이동했다. 이것이 미국을 자극하여 패권 경쟁을 촉발한 측면이 있다. 경쟁은 무역에서 출발하여 기술로 확장되었고 이제 비전통 안보 영역에서 무기 전쟁이 벌어졌다. 미국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은 국가자본주의에서 당-정 자본주의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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