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오늘의 경제학은 경제학의 역사를 지우려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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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오늘의 경제학은 경제학의 역사를 지우려고 하는가?”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08.08 2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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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명의 경제학자들: 그들이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 | 류동민 지음 | EBS BOOKS | 288쪽

 

경제 문제란 결국 우리가 먹고살기 위해 겪을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문제들의 총체를 가리킨다. 경제학은 바로 이러한 경제 문제들을 요령 있게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이야기, 즉 내러티브(narrative)다. 이 책은 ‘재현의 경제학’, ‘내러티브로서의 경제학’을 선보이며, 사회과학적 문제의식과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경제학의 역사를 생생하게 다시 써내려간다.

애덤 스미스, 리카도, 맬서스와 밀, 마르크스, 레옹 왈라스. 케인스, 레딘, 그리고 박현채까지 어쩌면 현대인의 물질적 삶과 그것에 얽힌 생각의 얼개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9명의 경제학자들의 생애와 사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책은 각각의 경제학자들이 자신이 살던 시대의 경제 문제를 어떤 입장에서 어떻게 재현하려 했는지, 그들이 최선을 다해 극복하려 했던 점들은 무엇인지, 저 멀리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삶의 진실, 역사가 기억하는 위대한 경제학자들이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끝내 찾지 못한 것, 찾아냈다고 믿었던 것 혹은 믿고 싶었던 것을 추적한다.

재벌 기업들이 자금을 대는 신문사에서 법인세 인상을 반대한다거나, 건설 사주가 오너인 언론사가 은근히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보도를 내보내는 경우는 흔하다. 물론 논리는 매우 공익적이고 중립적인 듯한 외양을 취하지만 그 속내는 특정한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것이다. 체계 바깥에서 체계를 생각하는 메타(meta)적 사고를 통해, 지금 여기 ‘나를 위한 경제학’을 찾는다.

ㅇ 애덤 스미스: 이기심으로부터 세상을 구하는 방법 - 현 경제학의 시조가 되는 애덤 스미스. 18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산업혁명 초기의 충격 속에서 「국부론」을 저술했다. 당시 중상주의적 사고가 만연하던 사회에 던진 「국부론」이 갖는 의미를 살펴본다. 또한 「도덕 감정론」을 통해 이기심과 공감 등 자본주의적 윤리를 살펴본다.

ㅇ 데이비드 리카도: 노동이 가치를 만든다 믿었던 금융투자자 - 데이비드 리카도. 그가 평상에 천착했던 문제는 ‘노동자, 지주, 자본가 계급 간의 분배를 규제하는 법칙을 밝히는 것’이었다. 영국 자본주의가 한창 꽃피던 시대를 살면서 동시에 고전학파 정치경제학의 정점에 다다른 인물이었다. 그는 지인이자 논적인 맬서스와 곡물법 논쟁을 벌이며 새롭게 떠오르는 산업 자본 편에 서서 지주의 불로소득을 공격했다. 자유무역을 뒷받침하는 정교한 논리를 제공함으로써 피어오르는 영국 자본주의에 날개를 달아주기도 했다. 그가 제시한 자본주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만나본다.

ㅇ 맬서스와 밀: 모든 아들은 아버지를 딛고 일어선다 - 노동자 계급에 적대적이었던 「인구론」의 저자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 경제학자이자 사상가로서 「자유론」을 완성한 존 스튜어트 밀. 두 경제학자는 산업혁명으로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에서 동일한 문제를 고민했지만 각자 다른 대안을 제시했다. 사회 시스템의 균형을 유지하고자 했던 두 경제학자의 차이를 알아본다.

ㅇ 카를 마르크스: 자본주의는 과학적으로 비판될 수 있다 - 「경제학 철학 초고」, 「자본론」, 「공산당 선언」. 청년 시절 마르크스가 강조한 ‘소외’의 개념은 어떻게 당대 정치경제학을 비판하는 ‘자본론’으로 연결될 수 있었을까? 사상가로서의 마르크스에 대한 평가는 20세기 사회주의의 실험과 실패라는 역사적 사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현실사회주의의 실패를 오로지 마르크스 탓으로 돌리는 것도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마르크스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기도 힘들다. 21세기에도 마르크스를 읽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 그 물음에 답한다.

ㅇ 레옹 왈라스: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는 양립할 수 있을까 - 슘페터가 “모든 경제학자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경제학자”라고 추앙한 레옹 왈라스의 생애와 사상을 살펴본다.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결합이라는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에 매달렸다는 점은 흥미롭기 짝이 없다.

ㅇ 존 메이너드 케인스: 사상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희망 - 드디어 20세기의 경제학자를 만나본다. 대공황의 한가운데에서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을 썼다. 고전학파 경제학과 달리 불황과 실업이 일반적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제시한 케인스가 자신의 이론을 ‘일반이론’이라 칭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평생 최고 엘리트의 삶을 살아왔던 케인스. 엘리트 경제학자였던 그가 당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릿속에 재현한 경제는 실제로 어떤 방향으로 실현되었을까? 보수와 진보로부터 비판을 받았던 케인스의 엘리트주의적인 접근의 한계를 살펴본다.

ㅇ 블라디미르 레닌: 경제학은 혁명을 기획할 수 있는가 - 볼셰비키 혁명을 이끌고, 소련이라는 현실 사회주의 국가의 첫 번째 권력자. 혁명가이자 정치가였지만, 그의 경제학자로서의 면모를 살펴본다. 제정 러시아의 혼란한 혁명 속에서 레닌이 경제학자로서 건설하고자 했던 새로운 사회, 새로운 경제체제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레닌이 머릿속에 그렸던 경제의 재현은 실제로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살펴본다.

ㅇ 박현채 : 민족이라는 급진과 경제라는 현실 - 한국의 상황에 천착해 재야 경제학을 일궈온 박현채를 조명한다. ‘성장’에 대한 문화적 유전자가 지배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 대항 담론을 제안한 박현채. 박현채의 「민족경제론」이 지금의 한국 경제에 던지는 함의를 알아보고, 역사적 의의를 재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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