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는 교양교육의 계몽시대에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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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는 교양교육의 계몽시대에 살고 있는가?”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2.08.08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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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신간]

■ 화제의 신간_ 『교양교육 비판: 교양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실천적 사유』 (이하준 지음, 북코리아, 432쪽, 2022.06)

 

오늘날 국내대학의 교양교육은 어떠한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가? 다양하지만 특색 없는 교육상품의 진열장들인가? 아니면 실용주의라는 지배적인 시대정신을 쫒는 교양교육의 모습을 하고 있는가? 그것도 아니면 ACE 등과 같은 국책 교양교육사업의 평가지표에 조정되거나 반대로 자유교육으로서 교양교육의 본래성을 회복하려고 시도하고 있는가? 

저자 이하준 교수의 관점에서 볼 때 교양교육의 내용적 측면 특히 교육과정과 관련해 한국 대학의 교양교육의 특징적 양상은 ‘가벼운 교양과 진지한 교양의 혼재’, ‘융복합, 창의성, 인성 강좌 등과 같은 시대변화를 변화에 대응하는 중립적 실용주의와 고전교육 강좌와 같이 교양교육의 목적에 부합하는 교육과정의 혼재’, ‘직업 및 도구 과목의 확대’, ‘주지주의 중심 교양교육과 체험중심 교양교육의 혼재’, ‘진지한 교양예술교육의 전반적인 빈곤’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오늘날 국내 대학의 교양교육은 목적상실의 교양교육, 교육공학주의, 진정한 비판적 사고교육이 아닌 형식적 사고교육, ‘가벼운 교양’의 득세를 노정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니체, 칸트, 아도르노, 아렌트 등이 제공하는 중요한 전거를 바탕으로 하여 이와 같은 한국대학의 교양교육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다. 저자는 저술 동기와 의도를  머리말에서 아래와 같이 밝히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문제 삼는 것은 특수한 의미를 지니는 아비투스로서의 교양 개념이 아니라 보편교양과 보편교양 교육이다. 보편교양은 포괄적인 의미에서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내적 특성과 자질, 곧 ‘인간됨’을 의미하며, 보편교양 교육은 ‘인간됨’을 위한 교육행위 일반을 통칭한다. 

교양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층위의 행위자 그룹에서 보편교양 개념은 오늘날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교양’ 개념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된다. 동시에 교양 개념을 재개념화하거나 속류화된 교양 개념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전통적 의미의 교양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다. 저자가 볼 때 이론사적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차원에서 교양 개념은 다양하게 이해되어 왔다. 그에 따라 교양교육은 다르게 구현되었다.

해방 이후에 전개된 대학교육의 측면에서 볼 때 본격적인 의미의 교양교육은 2000년대 초중반에 비로소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시기 즈음에 전국 대부분의 대학에서 교양교육을 담당하는 독립기관이 설치·운영되었다. 2011년에 설립된 한국기초교양원은 교양교육에 대한 인식의 전환, 교육과정 및 콘텐츠 연구, 표준적인 교양교육과정의 개발 및 대학별 교양교육 컨설팅을 통해 교양교육 발전의 토대를 제공해 왔다. 

한국교양교육학회를 포함한 교양교육과 관련된 학회들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학문적 측면에서는 교양교육 관련된 연구물이 연간 수백 편에 달하고 있다. 연구흐름과 경향의 측면에서 볼 때 관련 기관이 설치되던 초기에 교양연구는 교양교육의 이념과 교양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가 높은 비율을 점유했다.

하지만 교양교육기관의 제도화 이후 교양교육 연구는 사례연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놀랍게도 교양교육에 대한 이론 정립을 위한 연구나 교양교육 제 분야에서의 이론적 논의를 찾아보기 힘들다. 교육 실험 보고 형식의 글들이 주를 이룬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이와 같은 교양교육의 연구경향에 대한 저자의 비판적 입장과 교양교육 현장이다. 저자는 교양교육의 개별 문제를 쟁점화하고 논구하는 데 있어 사례 중심의 경험연구,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환류논제를 넘어서기 위해 ‘교양교육의 이념-원칙-이론-실천전략-방향-영역별 고유 방법론-교육적 실천’ 사이의 내적 관계에 기초한 통합적 접근을 시도했다.

저자는 먼저 현실의 교양교육 비판을 위한 준거로 교양교육 전반에 대한 철학적·교육철학적 논의를 검토했다. 다음으로 교양교육 영역별 주요 쟁점을 명료화하면서 구체적인 대안적 교육과정을 제시한다. 

교양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적 비판을 수행하기 위해 저자는 개론 수준의 이론 소개와 교육과정 분석에 그치는 방식의 연구를 지양하고 본격적인 철학적 논의와 교육과정 분석의 균형을 맞추고자 노력했다. 교양교육의 개별 문제 개선을 논하는 경우, 저자는 이론과 함께하는 교육실천이라는 모토 하에 ‘이론-이론 재구성-재구성된 이론’에 근거한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탐구했다.

여기에 덧붙여 저자는 이론 내적 한계를 넘어서는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구체성의 사유를 보여주고자 했다. 구체성의 사유를 보여주지 못하는, 실천적 전략의 정교함과 방법론적 세련됨을 갖추지 못한 사변적 논변이나 화려한 장식어로 치장된 교양교육 이론은 하늘을 가르는 공허한 도그마나 지루한 후렴구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시도한 ‘지금-여기-시간’의 교양교육에 대한 철학적 비판은 교육공학주의, 기능주의 지양 이상의 성격을 갖는다.

교양교육의 목적과 방법론들에 대한 다양한 이해의 지형도에서 볼 때 이 책은 소위 교육경영 우선론자들, 편의주의와 실용주의적 가치를 제1원칙으로 삼는 교양교육 행정가들, 교육철학 없는 교육공학 만능론자들, 교양개념의 몰이해에 기초한 실행력있는 교육확신범들의 입장철학적 비판과 기술주의적 비판에 부딪힐 수 있다. 

이론적 대결과 긴장은 모든 이론적 논의의 운명이며 마땅히 존중되어야 하고 환영해야 할 일이다. 저자는 앞서 언급한 교육학자, 교양교육 행정가, 특수한 교양교육 실천가들만이 아니라 교양과 교양교육에 관심 있는 대중들의 논쟁적 문제제기와 이론생산적이고 실천지향적인 비판을 기대한다.

교양교육 비판을 수행하는 저자가 볼 때 ‘지금-여기-시간’의 교양교육 현실은 계몽시대에 던졌던 칸트의 질문에 주목해야 한다. 그는 “현재 우리는 계몽의 시대에 살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저자는 교양과 교양교육을 고민하는 사람들, 관련 종사자들에게 오늘도 내일도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이 물을 것을 요구한다. “현재 우리는 교양교육의 계몽시대에 살고 있는가?, 아직 교양과 교양교육에 관한 계몽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는가?” 

저자는 이 질문을 멈추는 순간 교양과 교양교육은 속물교양, 사이비교양, 유사교양, 교양으로 오인된 반(反)교양에 빠지거나 제도 속에 갇힌 딱딱하고 건조한 교양교육, 영혼 없는 교육과정의 주인-손님 놀이의 단편 연기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아울러 “우리 사회에서 누군가가 ‘교양’을 말하고자 한다면, 그는 먼저 살아 있는 교양과 교양 없는 교양교육 그리고 죽은 교양교육에 대한 사유를 진지하게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우리의 교양교육은 변화된 대내적 사회환경을 수용하면서 동시에 교양교육의 이념과 목적에 충실한 진지한 교양교육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저자: 이하준 한남대·철학

베를린 자유대에서 아도르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남대 탈메이지교양융합대학 철학교수로 일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전문위원으로 지냈으며 현재 한국동서철학회 부회장과 대전인문예술포럼 회장을 맡고 있다. <대학지성 In&Out>의 편집기획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연구서인 <부정과 유토피아>(2019), <아도르노의 문화철학>(2007), <호르크하이머의 비판이론>(2011)과 소개서인 <아도르노: 고통의 해석학>(2007), <막스 호르크하이머, 도구적 이성비판>(2016)을 출간했다. 세종우수학술도서 <철학이 말하는 예술의 모든 것>(2014)과 세종우수교양도서 <그림도 세상도 아는 만큼 보인다>(2019)로 선정된 책을 포함, 다수의 인문교양 도서를 냈다.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나>(2020), <#철학>(2021), <인문예술, 세상을 담다>(2022)를 포함해 영혼의 눈빛으로 태양을 바라보는 동학들과 협동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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