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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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8.01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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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 |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 김진성 역주 | 서광사 | 840쪽

 

국내에서 처음으로 『형이상학』 전체를 완역한 바 있는 김진성 정암학당 연구원이 이전 번역본을 개정하여 출간한 서광사의 새 판본으로 2007년 출간된 이전 번역본이 받은 학계의 비평과 일반 독자들의 의견들을 숙고하여, 가독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전면적으로 수정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형이상학을 학문으로서 최초로 정립한 철학자였다. 그는 『형이상학』에서 이론철학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들을 다루면서 정점에 이른 자신의 사상을 보여준다.

『형이상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묻는 근본 물음은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이다. 이 있음의 의미를 파헤치면서 그는 ‘있는 것’들의 으뜸가는 원인(또는 원리)들을 찾아 나선다. 이런 탐구 과정에서 ‘있는 것’들 중에서도 실체가 양, 질, 관계 등의 다른 모든 범주들의 원인으로, 실체들 중에서도 으뜸 실체인 형상이 다른 모든 실체들의 원인으로, 으뜸 실체 중에서도 영원불변의 신이 천구들을 움직이는 이성(nous)들과 더불어, 있는 것들 모두의 궁극적인 원인으로 드러난다. 신은 ‘자신은 움직이지(변하지) 않으면서 다른 모든 것들을 움직이는 으뜸가는 것’(부동의 원동자)으로서 모든 존재와 변화의 시작점에 서 있다.

『형이상학』의 1권은 “모든 인간은 본래 앎을 욕구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앎에 대한 본래적인 욕구는 가장 낮은 단계의 감각에서 시작하여 기억, 경험을 거쳐 최고 단계의 기술이나 학문의 형태로 구현된다. 최고의 학문인 철학은 의아하게 생각함 또는 여김(驚異, thaumazein)에서 비롯한다. 인간은 주변의 사소한 일들에서 ‘왜 그럴까?’라는 물음을 던지며 점차 그 관심의 영역을 넓혀 천체 현상이라든지, 보이지 않는 영원불변의 대상들에까지 모든 것들의 원인을 찾아 나서며 앎을 얻고자 한다.

그런데 원인들 중에서도 어떤 사물이 있게 된 가장 가까운 원인이 있는가 하면 그것의 궁극적인 원인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은 사물의 으뜸가는 원인을 알아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자신이 『자연학』에서 구분한 네 가지 원인의 틀에 맞춰 사물들의 원인들 또는 원리들에 관한 이전 철학자들의 이론을 검토한다.

2권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진리의 탐구는 한편으로는 어렵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쉽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모든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출발하지는 않는다는 근본 생각을 바탕으로, 이전 사람들이 이루어 놓은 성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더 나아가 무한정 원인을 찾아갈 수 없으므로 사물들이 갖는 원인들의 수와 종류는 어느 정도로 한정되어 있으며, 학문에 따라 다양한 강도의 엄밀함이 그 탐구 방식에서 요구된다고 설명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여러 번에 걸쳐 형이상학을 ‘찾고 있는 학문’으로 언급한다.

그는 이 학문이 성립하기 위해서 거쳐 가야 할 어려운 물음(aporia) 14개를 3권에서 나열한 후, 나름의 해결책을 부분적으로 제시하면서 이 물음들에 대해 가능한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을 철학적 대화술의 방식으로 논의한다.

특히 ‘형이상학은 모든 종류의 원인들 및 원리들을 탐구하는가?’, ‘있는 것들의 원리인 실체와 더불어, 있는 것들 모두에 타당한 모순율과 같은 원리를 탐구하는 것은 형이상학의 과제인가?’, ‘실체들의 종류는 얼마나 많으며, 형이상학은 모든 종류의 실체들을 모두 다루는가?’라는 물음들은 최고 학문으로서의 형이상학의 가능성과 영역을 규정하는 대표적인 물음들이 된다. 이 14개의 물음들은 4권, 6권-10권, 13권과 14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면서 해결이 시도된다.

5권은 ‘철학 사전’의 성격을 띤 부분이다. 『형이상학』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 전반에서 쓰인 주요 개념 30개가 일상적인 쓰임새와 더불어 설명되어 있다. 11권의 앞부분에는 3권, 4권, 6권에 대한 요약이 담겨 있으며, 뒷부분에는 『자연학』 2-3권, 5권의 논의가 발췌되어 있는데, 이 권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제자들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12권은 독립적인 저술의 형태를 띠지만 아리스토텔레스가 3권에서 제기한 난문들에 대한 답변이 우연찮게 이루어지고 있다. 『형이상학』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며, 집중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한 이곳에는 최고의 존재인 신에 관한 논의가 담겨 있다.

여기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신을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다른 것을 변화시키는 것(不動의 原動者)으로서, 자연의 모든 과정의 근원적인 힘으로서 파악한다. 감각되지 않는 실체로서의 신과, 천구를 움직이는 이성들에 관한 이 부분의 논의는 7권의 실체론과 9권의 잠재/가능 상태와 발휘/실현 상태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며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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