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가 발견한 불교적 진리, 저자가 발견한 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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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가 발견한 불교적 진리, 저자가 발견한 원효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08.01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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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효의 발견 | 남동신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496쪽

 

7세기 신라가 낳은 동아시아 불교의 거봉인 원효의 삶과 생각을 새롭게 탐색한 책이다. 원효는 7세기 신라가 낳은 위대한 불교사상가이다. 7세기는 신라가 고구려·백제와 격렬한 전쟁을 거듭하면서 마침내 삼국을 통일하는 매우 역동적인 시기로,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도래하면서 한국 사회의 불교화가 이루어졌으며, 동아시아에서는 당을 중심으로 국제질서가 재편되면서 불교가 지배적인 문화로 번영을 구가했다.

이러한 시기 원효는 일찍이 출가하여 승려가 되었지만, 요석공주와의 인연을 계기로 환속한 이래 거사로서 생의 후반부를 살았다. 그는 불교적 진리를 찾아서 방대한 대승불전을 두루 탐색하고 대략 70여 부 150여 권의 저술을 남긴 동시대 최고의 저술가였으며, 동시에 사회적 약자들을 불교식으로 구제하는 데 헌신한 실천가였다. 

그 자신은 신라를 벗어난 적이 없었으나, 그의 저술과 사상은 중국과 일본, 심지어 인도에까지 전해져서 동아시아 교학 불교가 확립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 7세기 말~8세기 초 절정에 달한 동아시아 교학 불교를 이해하는 데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그가 바로 원효이다. 원효는 교학 연구뿐 아니라 보살의 중생제도행을 실천하는 데에도 헌신했는데, 그런 점에서 8세기 화려하게 만개한 동아시아 불교의 선구자였으며, 교종을 대표하는 불교사상가였다.

원효 사상의 3대 핵심 개념은 ‘일심(一心)’, ‘무애(無碍)’, ‘화쟁(和諍)’으로, 이 세 개념은 기실 원효의 고유한 창안도 원효만의 전유물도 아니다. 그러나 원효의 빛나는 독창성은 바로 이 세 개념을 유기적으로 통합시켰다는 데 있다. 이 책은 3대 개념을 중심으로 원효의 사상을 고찰하되, 그것의 불교사적 의의를 드러내기 위하여 다음의 세 가지 관점에 유념했다.

첫째는 기왕의 민족주의 내지 일국사적 관점을 탈피하여 연구 시야를 동아시아 불교로 확장한 것이다. 원효는 동아시아 불교 교학의 절정기에 활동했기 때문에 원효 사상 또한 동아시아 불교사를 배경으로 접근할 때 비로소 그 불교사적 의의가 온전히 드러날 수 있다고 보았다.

둘째는 역사적인 관점이다. 원효는 주요 저서에서 일관되게 화쟁주의 관점을 견지했는데, 이는 그가 사상적 갈등과 대립의 시대를 살았음을 역설한다. 이 책에서는 원효 화쟁의 역사성을 선명히 하고자 7세기 중엽 현장(玄奘)에 의해 촉발된 신·구역(新·舊譯) 불교 사이의 갈등과 대립에 특별히 주목했다.

셋째는 환속한 이후 거사(居士)로서의 삶에 주목하였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승려 원효의 모습에 익숙하지만, 실제 그는 파계 끝에 속세로 돌아와 거사로서 삶의 반을 살았다. 거사란 세속적인 삶을 살면서 불교의 깨달음을 추구하는 대승불교의 이상적인 인간형으로, 원효는 특히 『유마경』의 주인공인 유마거사를 자신의 전범으로 삼았다. 이 책은 거사로서의 원효의 삶을 부각시킴으로써 역사적 실체에 가깝게 접근할 뿐 아니라 원효의 사상과 실천을 거사의 관점에서 새롭게 발견하고 있다.

7세기 동아시아 불교의 거봉인 원효의 삶과 생각을 탐색한 저자는 원효의 불교가 ‘승속불이(僧俗不二: 승과 속은 둘이 아니다)의 거사불교(居士佛敎)’를 지향하였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저자는 그것이 원효의 진면목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지라도, 온전한 원효상으로 나아가는 올바른 방향이라 본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제목인 ‘원효의 발견’은 원효가 발견한 불교적 진리이자, 동시에 저자가 발견한 원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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