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신드롬에서 우영우 신드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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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신드롬에서 우영우 신드롬으로
  • 서이종 서울대학교·사회학
  • 승인 2022.07.31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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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우리 사회는 미·중 갈등, 코로나 사태 그리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으로 세계화의 물결의 대전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세계화 추세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지구촌의 선망의 대상이 될 정도로 국제시장을 적극 활용하여 중진국을 넘어 선진국으로 발전하는 데 큰 기반이 되었다는 점에서 1960대 이후 최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대전환은 곧바로 반세계화로 나아가지는 않겠지만, 지역블록화 등 재편을 통해 세계화를 늦추거나 멈추는 경향을 피할 수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전환 시대에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 사회는 기업현장의 전환 못지않게 정치적, 사회적으로 많은 정책 변화를 요청하고 있다. 동시에 그러한 기업 및 정부 정책 변화를 수행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리더십 또한 당면과제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걸맞은 리더십이 없다면 정책은 좋으나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지 못해 갈등이 더욱 심화되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극대화될 수도 있고, 아니더라도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 정도로 충실한 비전과 지속적인 실행력을 담보하지 못해 유야무야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대외환경 뿐만 아니라 정치적 대전환을 맞이한 우리 사회의 새로운 리더십은 원로의 자문 등 위로부터의 대응이 매우 취약한 상황에서 밑(일반시민들)으로부터의 갈망 즉 새로운 신드롬에서 찾을 필요가 있다. 이미 시민사회에서는 BTS를 결성하여 세계적 스타로 키운 방시혁 대표, 기생충으로 오스카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 그리고 피겨 스케이팅 스타 김연아, 피아니스트 임윤찬 등이 연이어 시민사회의 새로운 롤 모델을 보이며 세계적인 인재로 키워낼 때 필요한 자기개발 및 교육현장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우리 공동체를 이끌 리더십이라는 점에서 한동훈 신드롬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신드롬에 주목하고 싶다. 한동훈 신드롬은 자신의 전문적 영역인 법률행정에서의 철저한 학습력에 기초한 논리적 무장, 전문지식적 자신감 그리고 전문적 업무수행의 충실성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다. 한동훈 장관이 왜 신드롬인가 하는 점은 정치적 입장을 별개로 할 때 지난 정부에서 정책 및 행정 실패 상당 부분이 비전문가에 의한 것이라는 시민사회의 생각에서 비롯되고 있다. 

비전문행정에 대한 불신은 뿌리 깊다. 첫째, 우리 사회는 기업이나 언론사 그리고 정부조직에서 순환배치를 그 특징으로 하고 있다. 위로 갈수록 여러 가지 경험을 쌓지만 어느 한 분야에서도 전문성을 갖지 못한 사회이다. 때문에 높은 자리로 갈수록 자신의 영역을 넘어 정치적 사회적 관심으로 확장되어 사실상 감당이 되지 않는 터무니없는 탐욕을 부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경향은 민주화되면서 정보화되면서 더욱 심화되었다. 전문분야의 전문성이나 커리어 개발을 낡은 것으로 비난하거나 심지어는 무시하는 경향이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두루두루 얇고 폭넓은 지식을 갖는 사람이 한 분야의 전문가보다 훨씬 더 정치적으로 우리 공동체를 위하여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다. 군자불기(君子不器)의 사회문화도 그 원인의 하나다. 

둘째, 전문행정에서 사회적 배려의 정도에 대한 의문에서 비롯되었다. 사실 특정 장관을 임명할 때 전문성과 다양성은 현대행정의 정치적 기초다. 전문성만을 근거로 임명할 때 성별, 지역별, 계층별 다양성을 대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사회적 배려가 자칫 전문행정 실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점은 깊이 되새겨야 한다. 아마도 집값 파동도 그런 의미로 읽혀지는 듯하다. 

셋째 시민사회 전반의 학력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전문적인 논리적 사고력이 그만큼 정치적 호소력에서 중요해졌다. 이제 일반시민들도 교육이나 부동산 정책 하나하나의 역사나 특징, 그리고 문제점에 대한 지식수준이 상당하다는 사실이다. 특히 유튜브나 SNS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공유가 가능해짐으로써 추진되는 특정 정책의 문제점을 이용한 반대 대응이 거대한 집단행동으로 나타나 정책의 부작용이 극대화되는 경향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철저한 정책 준비와 더불어 논리적 호소력과 설득력을 갖지 못할 때 그 부작용만 고스란히 시민사회에 남겨줄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충분한 논리적 설득력은 정치적 리더십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빈약한 어설픈 논리나 감정적 대응은 비준비성 못지않게 비전문성을 ‘자폭’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동훈 신드롬이 우리 사회의 대안을 말해줄까? 시민사회에서 한동훈 장관은 풍부한 법률전문지식으로 법(절차)적 합리성과 공정성을 실행할 표상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의 신드롬은 취약하다. 자신의 전문영역을 넘어설 때 쉽게 ‘비전문성’을 노출할 가능성이 높고 ‘권력자’로서 여겨질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법률가이기 때문일까?

그런 의미에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매우 신선하다. 통상적으로 권력자로서 부각되기 쉬운 변호사이지만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신체적·정신적 이미지로 인하여 지적 우수성과 신체적 취약성의 이중성을 설득력 있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즉 법률지식적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자폐 스펙트럼은 자폐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공감하고 그 차별을 인식할 수 있는 태생적 능력을 부여하고 있다. 지적 우수성이 자신을 권력자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약자들의 다양한 삶과 차별에 대한 배려로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훈 신드롬보다 법만큼이나 ‘이웃’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진 우영우 신드롬에서 대전환기를 맞이하여 치밀한 비전과 더불어 호소력 및 설득력이 요구되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리더십의 원형을 찾고 싶다.        


서이종 서울대학교·사회학

서울대학교 학부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를 받았다. 1999년부터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학교에서 중앙전산원 부원장, 중앙도서관 관장,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으며 대외적으로는 한국죽음교육협회 부회장, 웰다잉문화운동 정책위원장, 웰다잉단체협의회 운영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공분야는 IT와 BT의 사회적 영향 및 형성과정을 연구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지식정보사회의 이론과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와 한국사회>, <과학사회논쟁과 한국사회>, <연구윤리>, <고령사회의 노년기 만성기 질환과 호스피스의 생명정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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