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장을 통해 환경보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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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장을 통해 환경보호를!
  • 민경국 논설고문/강원대 명예교수·경제철학
  • 승인 2022.07.2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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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국 칼럼]

기후변화와 싸우기 위해 국가는 시민과 기업의 자유를 매우 크게 제한하고 있음에도 국가개입이 너무도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 기후변화를 효과적으로 제압하기 위해 국가의 개입 권한의 대폭적인 확장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런 주장의 바탕에는 기후변화는 주로 자본주의의 탐욕적 인간행동에서 야기된 것이고 그런 행동은 환경정책을 통해서 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하지만 환경주의자는 그런 믿음이 과학적으로 입증한, 또는 적어도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그런 인식에서 영향을 받아 정치·법·사회철학의 전문가의 반(反) 시장·자유주의 정서가 형성된 것이다. 지구온난화 기후 변화의 장본인은 자유를 토대로 하는 시장과 자유사회라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이런 책임 전가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기후변화는 세계적 현상이다. 이 현상은 실험실에서 자연과학이 다루는 것처럼 임의로 반복하여 실험할 수 있는 것과 관련한 게 전혀 아니다. 그런 현상은 복잡계의 현상이다. 복잡계란 수많은 변수의 수많은 관계로 구성되어 있을뿐더러 그 관계들도 부단히 변동한다. 그런 복잡계에는 수많은 탄소(CO2) 배출자와 에너지 소비자들이 있다. 이들은 학습하고 그들의 행동은 항상 변동한다. 그래서 복잡계는 살아있는 현실 시간에 존재한다. 복잡계는 어제의 현상과 오늘의 현상이 다른 이유다  

이에 반하여 자연과학에서 이용하는 실험실은 닫힌 시스템이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계다. 몇 가지 변수의 고정된 관계로 기술할 수 있다. 어제의 현상과 오늘의 현상이 동일하다. 시스템을 구성하는 탄소 배출자와 에너지 소비자는 배움도 행동변화도 없다. 실험실과 같은 닫힌 시스템에서는 CO2가 온도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예측·확인할 수 있는 이유다. 

그런데 기후과학자들의 연구대상은 지구라고 하는 우리의 행성에서 발생하는 기후의 변화다. 그 행성은 실험실처럼 닫힌 그리고 단순 시스템이 아니라. 열린 복잡계라는 엄연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기온에 미치는 영향은 태양의 활동, 습도, 강우량, 구름, 기타 동식물의 행동 등 헤아릴 수 없이 많고 매우 다양하다. 다시 말해, 세계의 기후는 실험실에서처럼 멋대로 반복해서 수행하는 실험과 관련된 현상이 결코 아니다.  

그러므로 어떤 전문가도 장기간의 날씨를 결코 예측할 수 없다. 세계적 기후 현상은 열린 복잡계의 현상이다. 이를 믿음직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가 어떤 대상을 예측하고 설명할 수 있으려면 그 대상이 인간 두뇌보다 덜 복잡해야 한다. 하지만 인간 정신은 스스로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수많은 정신의 상호작용을 포괄하는 수많은 요소와 이들 관계에 관한 예측 설명은 불가능 영역에 속한다. 인간은 스스로가 우주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가의 물음조차도 모른다.  

인간 이성의 그 같은 구조적 한계 때문에 어떤 요인이 언제 얼마나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간이 기후변화에 주된 책임이 있다는 주장, 기후변화를 확대·재생산하는 것이 자본주의 체제라는 주장은 기후변화의 열린 복잡계를 닫힌 단순계로 축소하여 얻은 결과다. 즉 탄소량의 변화와 기온이라는 두 개의 변수 간의 관계로 기후변동을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학자들이 단순계의 그런 인식을 복잡계의 현상에 관한 예측·설명에 적용할 때 그런 인식은 이미 자신의 과학적 증거를 상실한다. 그들이 기후변동에 대한 책임을 인간의 탐욕에 전가하는 건 근거가 불확실한, 멋대로의 추측일 뿐이다. 그런 전가야말로 하이에크가 말했던 “치명적 자만(fatal conceit)”이 아니던가!  

요컨대 인간에 의한 탄소 방출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순수한 억측이기 때문에 탄소세, 자동차세, 탄소 방출권 매매의 강제도입은 정당성이 없다. 그런 정치적 간섭은 환경보호는 고사하고 기업과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뿐이다. 정치적 간섭은 죄 없는 자를 억측으로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과 다름이 없다. 

복잡계의 현상을 단순계의 그것으로 축소하여 얻은 인식은 결코 ‘과학적(scientific)’이 아닌 ‘과학주의(scientistic)’, 그래서 사이비 지식일 뿐이다. 그런 사이비 지식을 기초로 하는 기후정책으로 오늘날 온난화의 주범으로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게 인간과 기업이다. 

탄소 방출이 기후변동에 미치는 영향의 규모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해도 탄소 방출을 줄이는 노력 자체는 의미가 있다고 환경주의자는 큰소리친다. 이런 노력을 통해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는 치명적 자만을 제쳐두고 문제분석을 위해서 그것이 가능하다고 하자. 그렇다고 한다면 온난화 정책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그런 정책을 취하지 않을 때의 비용보다 훨씬 적다는 것을 도대체 어떻게 안단 말인가! 오늘날 사람들이 살 수 없는 북극 지역을 주거와 농업지대로 활용할 수 있고 또한 새로운 에너지 원천을 개발할 수 있다는 기후 온난화의 편익이 이로 인하여 야기되는 피해보다 더 크지 않다는 걸 우리는 어디에서 알 수 있나! 이를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의 경험으로부터 겨우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다음과 같은 팩트(fact)다. 주지하다시피, 인간에게 더위보다는 추위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볼 때 추위로 사망한 사람의 숫자는 더위에서보다 18배 이상이나 많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설사병으로 죽어가는 사람은 기후 조건의 악화로 사망한 사람보다 300배, 심장병으로 죽어가는 사람은 3,500배나 더 많다는 보고도 차고 넘친다. 그런 팩트에 비춰본다면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비용과 노력 전부를 심장병 폐결핵 혹은 설사병 등과 같은 범세계적인 질병에 쏟아붓는 게 훨씬 더 현명한 게 아닌가!   

기후정책의 치명적 오류는 우리의 내재적 욕망을 무시하는 정책이라는 점이다. 즉 사람들이 기꺼이 사용할 예를 들면 암 연구에 투자할 수단을 다른 용도로, 즉 온난화 방지를 위해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기후정책이다. 이런 정책은 개인이 스스로 정한 목표를 위해 그가 지닌 지식을 이용하려는 내재적 욕구를 무시한다. 이는 인간에게 고유한 자율·존엄성의 침해라는 걸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기후정책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건 도덕이라는 말의 악용이요 남용일 뿐이다. 

기후와 환경을 더 잘 보호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정부개입이 필요하다는 것도 틀린 주장이다. 더 많은 정부계획과 개입이 더 나은 환경보호로 이어질 것이라는 징후는 전혀 없다. 오히려 그 반대가 참이다. 예를 들면 규제가 많은 중국이 자유로운 미국보다 환경에서 훨씬 더 열악하다. 옛 동독은 환경보호를 국가 우선순위로 삼았지만, 여전히 서독보다 탄소배출이 훨씬 더 높았다. 이런 사례들은 환경보호는 가부장제적 국가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또렷하게 말해준다. 

자유 시장 경제가 번영을 급진적으로 증가시킨다는 것은 분명하다. 환경은 생활수준의 향상에 따라 수요도 증가하는 일종의 사치품이다. 그러므로 생태계에 우호적이고 그에 헌신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사람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경제 체제를 옹호해야 한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점점 더 많은 사람의 태도가 친(親) 환경 마인드로 변화되어 환경보호에도 인색하지 않다. 기업들은 친 환경적인 새로운 재화와 생산방법을 위한 혁신을 찾는 이유다. 

그런데 혁신은 행동의 자유를 기반으로 할 때만이 가능하다. 오직 경제생활에 개입하지 않는 정책만이 그런 혁신을 낳는다는 게 우리의 경험이다. 그러므로 환경에 필요한 것은 환경규제를 없애는 자유를 위한 개혁이다.


민경국 논설고문/강원대 명예교수·경제철학
 

서울대학교 문리대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 경제학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강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같은 대학 경제학과 명예교수이다. 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과 제도경제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사)자유주의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주요저서로는 『하이에크, 자유의 길』, 『국가란 무엇인가: 자유주의 국가철학』, 『자유주의의 도덕관과 법사상』, 『자유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시장경제의 법과 질서』, 『하이에크 자유주의 사상 연구』, 『경제사상사 여행』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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