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속에 존재하는 케르베로스의 출현 기원과 각 종교와의 연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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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속에 존재하는 케르베로스의 출현 기원과 각 종교와의 연관성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7.2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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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르베로스, 하데스의 지옥문을 지키는 개: 신화, 전설, 미술, 문학에 묘사된 케르베로스, 정령들, 지옥 | 모리스 블룸필드·안젤로 데 구베르나티스·아서 페어뱅크스·아서 레슬리 키스 지음 | 김성균 옮김 | 우물이있는집 | 208쪽

 

고대 인류는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계의 지배자의 수족을 저승개로 표현했다. 인간이 만들어낸 신화와 전설은 거의 100%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를 그대로 반영한다. 그런 의미에서 고대 로마시대와 고대 그리스시대의 세상은 지배하는 자와 지배당하는 자의 분류가 극명하였을 것이다. 즉, 세상은 지배하는 자와 지배당하는 자로 나뉜다.

그리고 그 지배하는 자의 수족들은 자신이 지배를 당하는 자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배를 당하는 자를 공격한다. 즉, 지배자의 가축으로서 그는 지배당하는 자가 겁을 먹게 만들거나 투쟁하도록 투쟁심을 돋운다. 그렇게 함으로써 지배자를 지킨다. 그것은 바로 야수성의 다른 모습이다. 바로 케르베로스는 가축성과 야수성 두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개에게도 똑같이 있는 것이지만 지배자들의 수구들에게도 똑같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비교신화학, 민속학, 예술역사학 분야의 위대한 학자들 4명의 4편의 글을 모아서 만든 이 책은 신화 속에 존재하는 케르베로스의 출현 기원과 각 종교와의 연관성 그리고 지옥과 연관된 정령들 및 지옥에 관한 연구서이다.

서양의 그리스 신화, 로마 신화, 북유럽 신화와 설화들, 미술품들, 문학작품들뿐 아니라 인디아 신화와 이집트 신화에서도 개(犬)를 이른바 저승 - 죽음의 세계, 사후세계, 내세, 내생 - 과 연결하여 상상한 인간들의 관념이 발견된다. 그리스 신화와 로마 신화에 나오는 케르베로스는 이런 관념을 인상적으로 예시하는 듯이 보인다. 저승 또는 지옥의 정문을 지키는 대가리 두 개 또는 세 개 또는 여럿을 가진 문지기개(수문견守門犬) 케르베로스는 서양에서 하데스나 플루토 같은 저승제왕 또는 지옥신地獄神을 보좌하는 맹견이라고 상상되었다.

이런 상상과 관념은 개의 이중성격에서 파생한 듯이 보인다. 개는 어쩌면 지구상에서 야생성 및 야수성과 가축성을 겸비한 유일한 동물종일 것이다. 그러니까 개는 사실상 애완늑대나 반려자칼이나 가축여우일 수 있다. 사냥개, 경주견, 인명구조견, 마약감시견, 투견 따위도 개의 이중성격을 역력하게 예시한다. 개의 이런 이중성격은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예컨대, 어스름(황혼녘과 새벽녘)을 가리키는 “개의 시간과 늑대의 시간 사이” 같은 시간개념을 낳았을 뿐 아니라, 종래에는 낮과 밤, 해와 달, 삶과 죽음, 저승과 이승, 현세와 내세, 현생과 내생처럼 짝진 개념들에도 개를 결부하는 관념을 형성해온 듯이 보인다.

케르베로스를 위시하여 서양의 설화들과 문학작품들에 나오는 개들과 인디아 신화에 나오는 개들도 그리고 이집트 신화와 현대 문학작품 등에 나오는 개들 모두 이렇게 짝진 개념들과 결부되는 개의 이중성격과 그것에서 파생하는 관념이다.

하데스 또는 지옥이라고 일컬어지는 곳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개가 한 마리 늘 그 앞에 서서 지키고 있다. 그것은 책에서 볼 수 있듯이 비단 그리스 신화뿐만이 아니다. 로마 신화를 살펴봐도, 인도 신화를 살펴봐도 그렇다. 과연 이 개는 어디서부터 나왔을까?

이 개는 애초에 지옥문을 지키는 개는 아니었다. 천국의 문을 지키는 개였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그가 지옥문을 지키게 된 계기는 무엇이고, 사람들은 무엇을 그렇게 두려워하는 걸까? 이 책은 케로베로스의 특성을 다양한 자료를 통해서 살펴봄으로써 내세에 대한 인간들의 생각들을 엿볼 수 있게 만들어준다.

천국이든 지옥이든 그 문을 지키는 개는 들어가는 영혼들을 건드리지 않지만 나오려는 영혼들은 어김없이 물어 죽이려고 한다. 그것은 아마도 인간의 죽음이 한쪽으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것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의 표현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배자를 대변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제1편과 제2편은 개의 이중성격과 결부된 내생관념의 윤곽을 보여주는 글들이다. 비교신화학에 이바지하려는 제1편은 그리스로마 신화와 고미술품들 및 문학작품들에 나오는 케르베로스와 북유럽 신화와 인디아 신화에 나오는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개들을 고찰한다. 제2편은 범위를 더 넓혀서 서양의 신화와 설화뿐만 아니라 동양의 신화와 설화들에 등장하는 다양한 개의 모습들을 살펴본다.

개의 이중성격은 대체로 죽음 쪽으로 치우쳐 상상된 듯이 보인다. 케르베로스는 망혼들의 세계나 지하세계를 다스리는 하데스 또는 플루토의 개이다. 이 책의 제3편과 제4편에서는 바로 이런 케르베로스의 주인 겸 서식지라고 여태껏 상상된 하데스 또는 플루토가 고찰된다. 서양에서 하데스 또는 플루토는 망인들의 혼령들, 즉 망혼들이나 망령들이 거주한다고 상상된 저승 또는 지하세계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하데스 또는 플루토도, 특히 장소場所로서 상상되면 개와 비슷하게, 이중성격을 구비한다는 것이다. 왜냐면 그곳은 순전한 지옥이 아니라, 현생에서 선행했거나 선업善業하여 명복과 복락을 누리는 망혼들의 처소와, 현생에서 죄행罪行했거나 죄업罪業하여 징벌당하는 망혼들의 처소가 공존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제3편과 제4편에서는 그 근거와 내용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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