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의 콘텐츠 관리 체계가 표현의 자유를 왜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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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의 콘텐츠 관리 체계가 표현의 자유를 왜곡하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07.2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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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호받고 있다는 착각: 온라인 검열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질리안 요크 지음 | 방진이 옮김 | 책세상 | 440쪽

 

이 책의 주제는 거대 플랫폼과 그들의 검열, 그리고 그것이 사용자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 대안이다. 플랫폼 대기업과 정부들이 결합한 감시 자본주의가 표현의 자유에 미치는 영향은 한 나라의 정권을 바꿀 수도 있고, 반정부 민주시위를 철저히 고립시킬 수도 있다. 또한 억압받는 소수자 단체를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으며, 세계 곳곳의 인권운동가들이 연대하는 것을 돕거나 방해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인터넷은 한때 돈이나 정치가 통제할 수 없는 자유가 보장되는 환상적인 장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되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대기업과 거대 플랫폼은 정보를 수집하고 지식을 공유하는 능력이 어느 국가 정부보다 더 강력해졌다. 저자 질리안 요크는  여러 세계사적 사건들과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디지털 권리를 둘러싼 ‘전쟁’을 목격해왔고, 플랫폼 대기업이 자신들의 커뮤니티 규정과 정책을 통해 어떻게 무책임한 검열의 주인공이 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검열을 받은 사람들에게 어떤 충격적인 영향을 끼쳤는지를 생생한 인터뷰를 곁들여 들려준다.

또한 플랫폼들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함으로써 자사에 이익이 되도록 미래의 강대국과 동맹을 맺은 방법, 그들이 개인 데이터를 수집하여 이를 기업의 이익으로 연결시키려는 욕망으로 인해 우리의 권리가 어떻게 점점 훼손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그리고 정부가 플랫폼과 동일한 기술을 사용하여 자국민을 겸열하고 위협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저자는 우리의 일상과 사적인 생각이 전례 없는 방식으로 실리콘밸리의 플랫폼 기업들에 의해 통제되고 있음을 강조하며, 정치적 논쟁과 증오심 표현의 차이를 누가 결정하는지, 이것이 우리의 정체성과 커뮤니티를 만들고 저항하는 능력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그리고 과연 누가 빅브라더와 같은 이러한 거대 플랫폼과 빅테크기업들을 규제할 수 있는지 묻는다. 이에 대한 답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이러한 플랫폼들의 위협에 대응하여 변화와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의 새로운 형태를 요구하는 사용자 주도 운동을 강조한다.

우리의 삶을 중재하는 플랫폼이 우리가 보고 읽고 쓰는 것을 감시하고 관리 및 검열하는 방법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는 저자는 오프라인(현실세계)에서의 억압이 온라인(가상세계)에서도 똑같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한다.

 

10여년 전 페이스북으로부터 시작해서 초창기 온라인 플랫폼들은 콘텐츠 관리 규정이 단지 소수의 관련 업무를 맡은 직원에 의해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졌고, 이후에 여러 가지 사건을 겪으며 외부의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기도 하고 관련 정부와 협의하기도 하면서, 때로는 플랫폼 CEO의 임의적인 판단으로 변화를 취해왔다.

하지만 콘텐츠 관리에서 모호하고 어려운 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했다. 과연 플랫폼에 올라오는 디지털 콘텐츠는 누가 관리하고, 공공 영역이 민영화된 플랫폼이 되면서 누가 감시자를 감시할 것인지, 자동화 알고리즘이 혐오 표현을 올바로 걸러낼 수 있는지, 선전과 항의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지 등 인터넷의 회색지대라고 할 수 있는 문제다.

정부는 플랫폼들의 이러한 콘텐츠 관리에 개입을 특별히 하지 않았고, 이 공백은 실리콘밸리 플랫폼 기업의 최고위층을 이루고 있는 백인 미국인에 의해 채워졌고, 그들이 미국의 가치관과 자기 계층의 이익을 콘텐츠 관리 규정에 투영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디지털 식민주의와 같이 실리콘밸리가 마치 신흥 제국처럼 행동하고, 그들 앞에 있는 모든 것을 거세게 정복하며, 우리가 정보에 접근하고 의사소통하는 방식을 사유화했다고 설명한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기술 경영진이 아니라 사용자가 온라인에서 언론의 자유를 구성하는 요소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표현의 자유라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빅테크기업의 최고위 소수 인물들의 재정적 전망과 영향력 있는 로비에 의해 통제되고 억제된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트위터, 구글,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초기에는 이미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플랫폼을 사용하여 목소리를 내고 관심을 얻을 수 있도록 진지하게 노력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리고 이후 플랫폼의 급속한 성장과 창립자의 오만함, 비용을 낮추려는 열망이 결합되어 실패를 미리 방지하기보다는 사고 후에 정리하면서 따라가기를 반복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대부분 플랫폼이 정치와 강력한 행위자의 요구에 부응함으로써 그러한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전 세계의 사례를 통해 강조하고 있다. 즉 플랫폼 기업이 테러리즘 및 극단주의와 같은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은 특히 미국 외교 정책의 필요성에 의해 좌우된다고 한다.

이러한 플랫폼의 검열 권력에 대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어떤 행동으로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저자는 기업이 현재 콘텐츠를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더 큰 투명성을 요구해야 한다고 답한다. “기업은 데이터가 가동 중인 알고리즘에 어떻게 공급되는지에 대한 정보를 사용자에게 제공하고, 데이터가 사용되는 방식에 대해 의미 있는 동의를 얻으며, 사용자에게 피드에서 보는 것에 대해 더 많은 옵션을 제공해야 한다. 그들은 정책 결정에서 시민사회를 투명하게 즉시 참여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기존 정책과 인권 기준의 호환성을 평가하기 위해 전면적인 감사를 수행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잘못된 정보의 피해가 검열을 정당화하는지 또는 성적 자유와 아동 보호 사이의 올바른 균형과 같이 쉽게 해결되지 않는 어려운 질문을 던지며 논의의 앞길을 열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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