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스리나가르의 달 호수는 龍王이 사는 龍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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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스리나가르의 달 호수는 龍王이 사는 龍池다
  • 연호탁 가톨릭관동대·영어학
  • 승인 2022.07.2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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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호탁의 ‘말로 푸는 역사 기행’]

■ 연호탁의 '말로 푸는 역사 기행'(81)_ 인도 스리나가르의 달 호수는 龍王이 사는 龍池다.

 

스리나가르(Srinagar): (위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스리나가르 전경, 인디라 간디 기념 튤립 정원, 하즈랏발 사원, 달 호수의 하우스보트, 파리 마할 궁, 샨카라차리야 사원.  사진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Srinagar

스리나가르는 인도아대륙 북부 히말라야 산중의 도시다. 행정적으로는 인도 잠무-카시미르 주의 주도로 인구 845,767명(2021년 현재)인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보다도 인구가 많은 고대도시다(2011년 현재 1,180,570명). 이 일대에 호수가 많은데 단연 압권은 달(Dal) 호수와 안차르(Antsar) 호수다. 달은 고대 범어 문헌에 마하사릿(Mahasarit)이라고 언급되어 있다. 이 말은 ‘큰 강’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힌두 신화에 의하면 Dal이라는 명칭은 비슈누 신(Shrivas) 혹은 락슈미 여신(Shriva)이 최초로 이 호수를 달라(Dala)라고 붙인 데서 연유한다고 한다.

이름처럼 거대한 달 호수를 에워싸고 발달한 도시 스리나가르의 지명 유래를 살펴보다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혜초스님은 『왕오천축국전』에서 남천축국에서 북쪽으로 두 달을 가면 현 파키스탄 신드 지방에 해당하는 서천축국에 이르고, 서천축국에서 다시 북쪽으로 세 달 남짓 가면 오늘날의 잘란다라인 사란달라국에 이른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한 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동쪽에 작은 나라가 하나 있는데, 이름이 소발나구달라국(蘇跋那具怛羅國, Suvarnagotra)으로 토번에 속해 있으면서 그 지배를 받는다고 했다.      
              
현장의 『대당서역기』 권4 파라흡마보라국(婆羅吸摩補羅國, Brahmapur(a))조에는 소벌랄나구단국이라고 기록된 이곳이 바로 스리나가르다. 다른 문헌에는 東女國으로 나온다. 황금이 많이 나서 사람들이 金氏 성을 갖고 있으며 왕이 여자이기 때문에 東女國 또는 그냥 女國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부군도 왕이기는 하지만 정사에 관여하지 않으며, 남자들은 전장에 나가거나 농사만 짓는 이 소국은 동으로 吐蕃, 북은 于闐國(오늘날의 호탄), 서는 三波訶國(오늘날의 蘇毗)에 접해있다고도 한다.

칼하나(Kalhana)의 라자타랑기니(Rajatarangini)와 같은 고대 문헌에는 스리나가르의 고대 산스크리트 명칭으로 shri-nagara가 언급되어 있는데, 학자에 따라 해석이 다르다. 하나는 sūrya-nagar로 수리야의 도시 즉 태양의 도시(the City of the Sun)라는 뜻이며, 다른 하나는 슈리의 도시(the City of Shri) 즉 富의 여신 락슈미의 도시(the City of Lakshmi)라고 간주된다. 나는 Srinagar의 의미를 ‘거룩한 용’이라고 분석한다. Nāgār는 龍을 가리키는 인도 말이다. 사람 이름에도 흔히 쓰여 中觀思想을 담은 최고의 철학서 中論과 大智度論을 지은 남인도 출신의 승려 나가르주나(Nagarjuna)는 용수(龍樹, 龍猛 또는 龍勝으로도 옮김)로 의역되었다. 

스리나가르는 용의 도시 곧 물의 도시다. 그 까닭은 달 호수가 지금은 스리나가르라는 행정 구역에 속해 있지만, 혜초는 『왕오천축국전』 가섭미라국 조에 “나라 안에 龍池가 하나 있는데, ...”라는 구절을 적어 넣었다. 호수의 위치도 그러하려니와 스리나가르와 용지라는 지명의 의미가 일맥상통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스리나가르라는 지명은 용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인도 북서부 잠무-카시미르 주에 속하는 고대 라다크 왕국의 땅은 온통 야생의 숨결이 가득하다. 판공초 호수와 빠슈미나 염소떼

한편 가섭미라(迦葉彌羅)는 카시미르의 음역어다. 스리나가르에서 북쪽으로 보름을 가서 산속으로 들어가면 가미라국(迦彌羅國) 즉 카시미르에 당도한다고 했다. 예로부터 역사, 문화, 교역, 종교적으로 중요한 소왕국이었던 이 지역에 가면 카시미르 숄이나 공예품, 카펫에 눈길이 가고 직조에 기울인 노력과 정성어린 솜씨에 반해 하나쯤 사들고 오기 쉽다. 이 세상 카펫 중에 수놓은 무늬가 말문이 막힐 만큼 정교하고 아름다운 것을 손꼽으라면 페르시아 산과 이 일대의 빠슈미나(pashmina)와 양모로 짠 카시미르 산을 들 것이다.

창탕고원의 유목민 창파족(Changpa) 소녀와 새끼 염소 <br>
창탕고원의 유목민 창파족(Changpa) 소녀와 새끼 염소 

이와는 별도로, 어느 때 생각해보면 남자와 여자는 다른 점이 많아, 여자는 카시미르 양모와 빠슈미나를 구별할 줄 알지만, 남자는 후자가 뭔지 통 감이 안 잡힌다. 게다가 여자는 카시미르 산 빠슈미나 제품이 단연 좋은 물건이고 따라서 비싸다는 것도 안다. 영국산이나 이탈리아산보다 양질의 고급 상품이기 때문에 선물로 주면 당연히 좋아한다. 가볍고 매끈하기 때문에 반지 고리 사이에 숄을 말아 넣으면 쑤~욱 통과가 된다. 빠슈미나는 창탕고원 일대에서 서식하는 창탕기 또는 창라라 불리는 야생염소의 목 주변 털을 가리키는데, 이 말은 ‘wool’을 뜻하는 페르시아어 빠슘(pashm)에서 비롯되었다.  

중국 상인, 아랍 상인, 페르시아 상인, 유대 상인, 베니스 상인의 상술이 대단하다고 하지만, 카시미르 상인들의 달콤한 말솜씨, 놀라운 언변은 업계에서도 정평이 나있다. 나도 상점에 들어갈 때의 굳은 결심이 상점을 나올 때 두 손에 들려있는 보따리 속 보드라운 빠슈미나 숄로 바뀌어져 있는 경험을 몇 차례 하고난 끝에 카시미르 상인의 설득의 기술을 인정하게 되었다.

과연 이들의 선조는 누구일까? 소그드인이라고 불렸던 사람들이 그들일 가능성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지역 출신 상인들의 장사 수완이다. 소그드인들은 사내아이가 태어나면 입술에 꿀을 발라주고, 손바닥에는 아교를 칠해 손 안에 들어온 동전이 달아나지 않게 했다고 한다. 이들의 상업 태도와 경제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때문에 이들은 7세기 이후 중국 측의 문헌에 중앙아시아와 중국 등지를 오가며 교역활동을 벌이는 興生胡, 商胡로 기록된다. 돌궐어로 Sughud, Sughdaq, 영어로 Sogd, Sughud, 한어로 粟特 등으로 표기되기도 하고, 범어로는 술리(Suli, 率利 또는 蘇哩)로도 불렸던(『梵語雜名』 등) 이들은 기원전 2세기 흉노와의 전쟁에서 패해 서천한 월지의 후예들로서 중앙아시아 하중지방에 정착해 昭武九姓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종족이다. 서양에는 스키타이, 사카, 색종으로 알려진 유목민족의 갈래로 보는 것이 통설이다. 昭武라는 명칭의 발음과 어의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답이 없다. 


연호탁 가톨릭관동대·영어학

한국외대에서 영어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명지대에서 중앙아시아사 전공으로 두 번째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가톨릭관동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로 그동안 『중앙일보』에 ‘차의 고향’, 『동아일보』, 『중앙일보』, 『문화일보』 등에 칼럼 ‘문명의 뒤안, 오지 사람들’, 『교수신문』에 ‘욕망의 음식: 음식문화사’를 연재했다. 저서로는 『문명의 뒤안 오지의 사람들』, 『차의 고향을 찾아서』, 『궁즉통 영어회화』, 『중앙아시아 인문학 기행: 몽골 초원에서 흑해까지』, 『문화를 여행하다: Travel, Culture&People』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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