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무능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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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무능 순이다
  • 김영명 한림대학교 명예교수·정치학
  • 승인 2022.07.25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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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명의 생활에세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두 달 만에 벌써 탄핵 얘기가 나온다. 필경 지나친 얘기지만 그만큼 그의 국정 운영이 신통찮다는 얘기다. 하긴 그가 국정 운영을 특별히 잘하리라 기대했던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모두는 아니겠지만 대부분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투표했을 뿐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초창기부터 뭔가 무능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그는 586 운동권에 얹히고 노무현의 후광을 입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사람 좋은 인상을 주었지만 그것은 옹고집 성격과 버무려졌다. 국가를 이끌어 나갈 지도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한 가지 이념이나 정책 방향에 꽂혀서 맹신하는 운동권 소년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 것은 박근혜가 엄청난 사고를 쳤기 때문이었다. 박근혜 당선에는 아버지 박정희의 압도적인 후광이 다른 모든 것을 덮었다. 국정의 기본 지식과 상식이 모자란 수첩 공주는 박정희 임금을 그리워한 사람들 덕분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모자란 지식과 판단력을 최아무개 자연인에게 의지하다가 결국 탄핵되고 말았다. 사족이지만,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나는 아직도 최아무개와 박근혜가 어떻게 경제 공동체가 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노무현 정부 말기에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부동산 값이 하늘로 치솟자 많은 국민들이 경제 대통령이 필요하다며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선출하였다. 당시 여야 모두가 은평 뉴타운을 짓겠다는둥 아파트 값이 내리고 경제만 잘 되면 모든 것이 다 잘 것이라는 헛된 믿음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이명박의 비리와 범죄 혐의쯤은 관대하게 눈 감아 주었다. 이명박은 기업인답게 정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것을 혐오하였다. 그 결과는 슬펐다.

노무현은 젊은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상고 출신도 대통령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기득권의 권위를 깨고 새로운 참여형 민주주의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기득권 권위만 깬 것이 아니라, 아니 오히려 그것은 깨지 못하고 대통령 자신의 권위만 깨뜨려버렸다. 계속된 경솔한 언행과 빗나간 개혁 사명감으로 나라를 분열시켰다. 이미 약화되고 있던 지역주의를 최대 해결 과제로 삼았고 국가보안법 개폐, 사학법 개정 등등 명분은 좋으나 정쟁만 일으키고 제대로 시행하지 못할 과제에 매달려 민생은 외면하였다. 그 결과 보수 진보 모두에게 외면 받았다. 임기 말 그의 지지율은 외환위기의 김영삼 다음으로 낮은 10 퍼센트 대를 기록하였다. 

이들 모두는 내가 보기에 대통령으로서 자격 미달이다. 윤석열은 검찰총장이 어울리고, 문재인은 인권변호사나 시민단체가 어울린다. 박근혜는 그냥 대통령 딸로 남아있는 것이 좋았다. 노무현은 이들 중 유일하게 정치인으로서의 적성은 갖추었으나 그 역시 다양한 사회의 이익과 이념을 아우르고 조정과 통합을 이끌어나갈 능력은 부족하였다. 한 가지 사안에 꽂혀 주변을 잘 돌아보지 못하고 무리하게 추진하다 이도 저도 못하고 어정쩡한 자세로 좌우 모두를 등진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의 경솔함은 자신의 안타까운 죽음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안타깝긴 하나 결코 책임 있는 전직 대통령의 선택은 아니었다. 그 여파가 지금의 진영 대립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의 한국사를 보면 어느 진영이든 능력 있는 대통령‘감’이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 그런데 원래 대통령이란 자리가 그런 것은 아닐까? 감이 되는 사람은 못되고 감이 아닌 사람이 되는 자리 말이다. 능력이 있고 함량이 꽉 찬 사람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가 아닐까? 한국만 그럴까? 한국이 유독 특별할 까닭은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언젠가는 대통령감이 대통령이 되는 날이 올까? 


김영명 한림대학교 명예교수·정치학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명예교수로 한국정치외교사학회 회장, 도쿄대학교 동양문화연구소 객원연구원, 한글문화연대 대표 등을 지냈으며, 한국정치학회 학술상, 외솔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 『담론에서 실천으로: 한국적 정치학의 모색』, 『단일 사회 한국: 그 빛과 그림자』, 『이게 도무지 뭣하자는 소린지 모르겠고: 한국 불교, 이것이 문제다』, 『대한민국 정치사』, 『한국 정치의 성격』, 『정치란 무엇인가: 김영명 교수가 들려주는 정치 이야기』 등 다수가 있다. 최근 수필집 『봄날은 간다』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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