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경험〉 공감하는 인공지능, 시공간을 초월하는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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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경험〉 공감하는 인공지능, 시공간을 초월하는 경험
  • 이상원 성균관대·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 승인 2022.07.24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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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에게 듣는다_ 『메타 경험: 메타버스에서 인공지능과 공감하다』 (이상원 지음, 넥서스BIZ, 264쪽, 2022.05)

 

책을 쓰게 되기까지

책 에필로그에도 적어 두었는데, 처음부터 책을 쓰려고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여름에 호기롭게 미국으로 연구년을 나가면서 일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생활에 대한 적응이 어는 정도 마무리 되었을 때쯤, 강의 자료를 잘 정리해 두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연구 분야가 인간공학,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사용자 경험이었는데, 강의 내용의 특성상 우리 일상에서의 여러 현상에 대한 관찰이 많이 요구되었고 그에 근거가 되는 연구 자료와 결과를 소개하곤 했습니다. 이것들을 좀 정리해 보고자 한 것이었습니다. 학생들에게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기록해 두기 위함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강의 자료를 보는 것만으로는 여기서 제가 무슨 사례와 연구를 소개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된 기억을 위해서는 강의를 하는 듯한 분위기와 맥락이 요구되었습니다. 그래서 실제 강의를 하듯 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책이 목적이 아니어서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연구년이 주는 일상의 반복 속에 글의 양이 점점 쌓이게 되고, 멋대로 책을 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출판사를 사전 컨택하지도 않았고, 이런 내용의 책은 없다고 자체 판단했으며, 소위 ‘먹힐 것이다’라고 잘못된 생각을 가진 채, 원고 매수를 올리는 데에 열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았습니다. 한 출판사 편집장의 장고 끝에, 저는 상당 부분을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전공서와 대중서 중간에서 길을 잃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책을 내기가 쉽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다른 출판사인 넥서스와 연이 닿아 지금의 책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초기의 원고는 8개월가량의 시간을 통해 지속적으로 바뀌었고, 그제서야 조금은 대중서 같은 느낌을 낼 수 있었습니다. “몰라서 용감했고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메타 경험’이라는 책 제목

책은 기본적으로 사용자 경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특히, 컴퓨터/인공지능 기반 시스템과의 소통을 통한 경험을 강조합니다. 학문적으로는 인간-컴퓨터 상호작용과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사람의 본질적 특성,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컴퓨터 시스템의 발전, 사람과 컴퓨터 사이의 소통과 함께 하는 다양한 맥락과 현상 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컴퓨터와의 상호작용을 통한 경험을 다루는 책들은 주로 번역서이거나 디자인 실무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메타버스의 개념과 미래 전략, 비즈니스 기회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책들도 이미 꽤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이 책은 공학, 사회과학, 디자인의 융합 관점에서 우리의 경험을 바라보며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를 이끌어 갑니다. 산업공학이라는 학문의 토대 위에 융합학과 소속으로서의 여러 경험을 가지고 다양한 관점을 견지하고자 한 저의 배경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사람과 컴퓨터 간 소통을 통한 ‘경험’이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더 벗어나는 흐름으로 발전할 것이란 측면에서 ‘메타버스’를 내세우고, 인공지능과의 깊이 있는 소통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핵심 개발 요소로 ‘공감’을 강조합니다. 이것이 책 제목을 “메타 경험 – 메타버스에서 인공지능과 공감하다”로 정한 이유입니다.

이 책은 크게 세 파트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Part 1에서는 시공간의 제약을 더 벗어나는 컴퓨터와의 소통, 우리 경험의 확장을 이야기하고, Part 2는 사람 중심 기술 개발의 흐름 속에서 사용성을 넘어 심미성, 감정, 공감이 더 중요시 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Part 3은 사람을 닮고자 하는 인공지능 개발을 언급하며, 사람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메타버스 시대 다양한 시스템 속 우리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각 장 제목엔 키워드를 적어 두었는데, 이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연결 고리를 생각하고 전체 그림을 그려본다면 더 의미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현재 중요하게 경험해야 할 것들

컴퓨터는 이제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입니다. 우리 생활의 패러다임은 컴퓨터 기술의 발전에 따른 여러 제품과 시스템과의 소통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이 소통과 경험을 더욱 일상적이고 지속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강인공지능(strong AI)으로 뻗어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사람을 더 닮고 사람을 더 잘 이해하는 컴퓨터는 머지않아 일상이 될 것입니다. 앞서 말한 공감은 그 핵심 기제로 작용할 것입니다. 감정이라는 주관적 영역에 속하면서 마음의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공감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입니다. 

또, 메타버스는 우리의 경험을 초월의 세계로 이끌 것입니다. 아직 메타버스에 대해 통용되는 정의가 없고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게 느껴지지만, 이에 대한 방향성은 틀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책에서는 메타버스를 “현실과 상호 작용 하거나 현실을 확장하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디지털 자아들이 모여 사회·경제·문화 활동을 하는, 실감과 3차원을 지향하는 가상의 세상”으로 정의하였습니다. 새로운 가상 세상의 도래 속에서 사람에 공감할 줄 하는 디지털 객체들과의 소통은 그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경험 공간인 셈입니다. 감정적 교류를 포함하는 상호작용, 사람에 공감할 줄 아는 인공지능 시스템, 오프라인과는 독립적인 디지털 세상 속 우리의 모습과 행동에 집중하면 좋겠습니다.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기술은 빠르게 발전합니다. 상상은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무엇을 생각하든 가능한 시대입니다. 우리 모두는 현실적 몽상가가 될 수 있습니다. 전혀 근거 없는 망상이 아니라, 과거, 현상, 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미래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때로는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판이 열릴 수도 있습니다. 파괴적 혁신이 요구되는 지금, 예전 아이폰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삶의 모습을 바꿀 타이밍이 눈앞에 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흐름의 중심에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기술을 이해하고 사회를 바라봐야 하는 것입니다. 감정 인공지능(emotion AI), 인지(적) 인공지능(cognitive AI)이라는 용어가 점차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 시대, 진정한 소통의 대상으로서의 인공지능 기반 컴퓨터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다움’이 무엇인지,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봄 직합니다.


이상원 성균관대·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성균관대학교 소프트웨어융합대학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학과장), 인공지능융합학과, 글로벌융합학부 부교수 및 ID square(Interaction Design and Development) 연구실 책임자로 재직 중이다. 고려대학교 산업공학과를 학사 졸업하고, 펜실베니아주립대학교(Pennsylvania State University) 산업공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용자 경험,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인지감성공학을 주 연구 분야로 하고 있으며, 인터랙션사이언스라는 융합적 학문의 특성에 맞추어 공학, 사회과학, 디자인 등의 관점에서 화학적 결합을 추구한다. 스마트 스피커, 챗봇, 자율주행 자동차, 소셜미디어 등 인공지능 기반 시스템과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상호작용 현상을 분석하여 의미를 찾고, 메타버스, 강인공지능, 감정과 공감을 중심으로 우리 생활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안에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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