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성과 진정성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정체성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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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성과 진정성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정체성의 등장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2.07.19 0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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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필 사회 | 한스 게오로크 묄러·폴 J. 담브로시오 지음 | 김한슬기 옮김 | 생각이음 | 336쪽

 

디지털 소셜 미디어에 기반하여 갈수록 현대인들은 자신의 모습과 사생활을 노출하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는 듯하다. 따라서 이 책의 저자들은 이 같은 현대인의 모습을 기존의 비평가들과는 다르게 해석한다. 전근대적 성실성과 근대 이후 개인주의와 함께 중시했던 진정성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정체성의 등장으로 읽는다.

비판적이기보다 대중문화에 초점을 맞추고 그 작동 방식을 설명한다. 동서양을 넘나드는 철학과 사회이론에 천착하고 역사 속으로 들어가 당대의 현상에서 프로필성을 탐색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프로필성 사회는 프로필에 몰두할수록 느끼는 압박도 거셀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영상이나 사진을 찍어 소셜 미디어 계정에 올리는 한편 자신과 타인을 끊임없이 들여다보며 스스로를 연출하고 공개적으로 노출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새로운 정체성의 등장으로 읽고 예리한 통찰력으로 현대인과 현대사회를 두텁게 설명한다.

- 프로필과 디지털 소셜 미디어를 통해 보여주는 현대인의 모습과 현대사회를 새로운 시각으로 설명한다.

소셜 미디어 등장 이후 새로운 풍경은 사람들이 개인 영상물을 만들거나 사진을 찍어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올리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조회 수, 좋아요, 댓글 등을 통해 타인의 반응을 확인한다. 다른 사람의 게시물도 끊임없이 살피면서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고, 괜찮은 게시물의 경우 또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분명 예전과 다른 삶을 살고 있다.

- 프로필성이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사회 영역을 깊숙이 탐색하고 그 작동 방식을 설명한다.

개인을 넘어 기업과 단체, 심지어 국가도 프로필성을 이용한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기억문화가 있다. “독일의 기억문화 기능은 단순히 과거 지식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이 지식을 국가와 시민이 내면화하는 것을 의미하는 집단적 정체성으로 강화하고 탈바꿈시키려는 목적이 있다. 독일의 정체성은 과거의 영광이나 승리, 인내라는 기억을 통해 형성된 게 아니다.”

- 프로필성이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는 도덕성도 다르게 정의된다.

“프로필성이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는 도덕성이 성실성과 유사하게, 보이지 않는 내면보다 겉으로 드러나는 말과 행동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갖는다. 중요한 것은 보이는 것이며, 보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필의 힘은 의견과 판단을 공유함으로써 강화된다. 프로필성의 도덕성은 ‘정치적 올바름’과 ‘선행 발언’ 또는 ‘미덕 과시’로 표현될 수 있지만, 이런 표현의 위반도 청중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경우 도덕성으로 표현될 수 있다.”

- 비판적인 관점보다는 프로필성의 작동 방식과 대중문화에 초점을 맞춘다.

소셜 미디어와 셀피, 그리고 이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다른 많은 비평가들과 달리 개인 영상물을 제작하는 동시에 소비하는 유저들의 모습을 그린다. 동시에 이 같은 사회현상과 대중문화를 주로 진정성과 비교하여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비평가들의 모순과 역설을 지적한다. “‘보정된’ 진정성은 비평가 또는 미디어 기업을 대표하는 프로필성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데 사용된다. 이런 식으로 비평가는 자신이 비판한 것과 똑같은 프로필 조건을 그대로 재생산하며 확산시킨다.”

- 프로필은 연출된 자기 이미지다. 우리는 모두 진짜인 척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 점을 인정해야 궁극적으로 우리 자신의 정체성이 편안하다는 점을 저자들은 강조한다.

무대에 선 연기자처럼 복잡한 상호작용이 요구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스스로를 연출한다고 어빙 고프만은 주장한다. 마찬가지로 프로필은 우리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연출된 자기 이미지다. 사람들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사진이나 영상을 원본 그대로 게시하기보다 수정하고 편집해서 이미지나 영상물을 올린다.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아닌 까닭이다. 프로필로 타인과 관계를 맺는 오늘날은 맥락에 따라 각기 다른 페르소나를 연기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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