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사이버폭력, 민간 자율규제 및 플랫폼 역할강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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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사이버폭력, 민간 자율규제 및 플랫폼 역할강화 필요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2.07.1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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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논점]

 

온라인 플랫폼의 발전에 따라 사이버폭력의 형태도 진화하고 있다. 즉 과거에는 악성 댓글이 사이버폭력의 주요 수단이었다면, 최근에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극적인 이슈를 만들어 특정인에 대한 집단적 공격을 유도하거나, 메신저 대화방이나 SNS 메시지 통해 특정인을 괴롭히는 등의 사이버 폭력이 사회 문제로 심각히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이버폭력에 대해 개별법을 통해 불법행위의 유형을 각각 정의하고 제재하고 있으나, 새로운 형태의 사이버폭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사이버폭력이 청소년과 성인을 불문하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피해자는 주로 자력구제에 의존하고, 국가 및 플랫폼에 신고하여 조력을 받는 비율은 극히 미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사이버폭력을 법적으로 정의하되, 형사규제가 아닌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는 행정규제를 두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나아가 이러한 규제를 도입할 경우 사이버폭력정보를 비롯한 전반적인 인터넷콘텐츠 규제에 있어서도 기존 공적 기관 중심의 규제에서 벗어나 민간차원의 자율규제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이버폭력 규제를 위한 입법과제: 사이버폭력 정의규정 신설과 플랫폼 책임강화를 중심으로」 『이슈와 논점』 보고서를 7월 5일(화)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사이버폭력의 문제가 심화되고 있으나, 현행법상 대응이 어렵거나, 신속한 피해구제에 한계가 있다. 또한 사이버폭력이 발생해도 개별법상 위법성 요건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사이버폭력에 대한 처벌이 어렵고, 이 경우 사이버폭력정보에 대한 삭제 및 이용자제재 등도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더구나 사이버폭력정보에 대한 현행 정부차원의 사후적 규제로는 신속한 피해구제가 어렵고, 사이버폭력정보 유통 방지를 위한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의 적극적 책임 이행을 위한 법적 근거도 미비한 형편이다.

보고서는 사이버폭력 피해구제를 위한 입법적 과제로서 첫째, 사이버폭력에 대한 대응을 위해 사이버폭력 정의규정 신설, 플랫폼 책임강화, 민간 자율규제 제도화 등에 대한 입법적 검토가 필요하며, 둘째, 사이버폭력에 대한 법적 정의를 명확히 하고, 이용자 수가 많은 대형 온라인플랫폼사업자에게 사이버폭력정보 피해자 구제를 위한 피해신고 절차마련, 삭제 등 조치, 투명성보고서 제출 등 법적 책임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이버폭력정보에 대한 규제 신설시 불법·유해 콘텐츠에 대한 현행 공적 기관 중심의 규제 정책에서 벗어나 사이버폭력정보를 비롯한 전반적인 인터넷콘텐츠 규제에 있어 민간차원의 자율규제를 제도화하고, 공적 기관은 사후관리감독을 통해 이를 보완하는 방향에서 제도마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내놓았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사이버폭력 관련 법률현황 및 한계

▶ 사이버폭력 개념

“사이버폭력”이란 사이버상에서 언어·문자·영상 등을 사용하여 타인에게 피해 또는 불안감, 불쾌감 등을 야기하는 행위로서, 주요 유형으로는 사이버 언어폭력·명예훼손·성폭력·스토킹·따돌림·신상 정보유출 등이 있다. 하지만 사이버폭력의 기준에 대해서는 익명 또는 지인 간에 발생하는가?(관계성) 휴대폰 또는 인터넷을 통해 발생하는가?(공간성) 피해기간·빈도 또는 경험 중 무엇이 중요한가?(측정 기간) 등에 있어 국내외에서 합의된 개념이 없어 사이버폭력의 유형도 다양하다.

▶ 국내 법률 현황

현행법에서는 사이버폭력을 포괄적으로 정의하여 형사 처벌하는 규정은 없고, 개별법 차원에서 사이버폭력 유형별로 가해자를 처벌하고, 동 불법정보에 대한 삭제 및 이용자제재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 우선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서는 사이버폭력과 유사한 규정은 있다. 동법 제2조 제1의3에서 “사이버 따돌림”을 “인터넷, 휴대전화 등 정보통신기기를 이용하여 학생들이 특정 학생 들을 대상으로 지속적, 반복적으로 심리적 공격을 가하거나, 특정 학생과 관련된 개인정보 또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여 상대방이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 모든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동법의 적용 대상은 초·중등교육 담당 학교의 학생이며, 처벌도 학교장 등에 의한 징계를 의미하기 때문에 성인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폭력을 규율하지는 못한다. 현재 일반적인 사이버폭력 행위에 대해서는 개별법에서 그 유형별로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사이버명예훼손, 모욕, 공포·불안정보 송신, 스토킹,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불법 촬영물·딥페이크물 유포, 협박, 강요, 신상유출 등에 대해서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형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근거하여 가해자를 형사 처벌할 수 있다[표 1]. 

또한 사이버폭력정보의 게시 및 유포에 대해 게시물 삭제 등의 법적 규정을 두고 있다. 우선 범죄 목적의 사이버폭력정보는 불법정보로서, 플랫폼이 삭제 및 이용자제재 등을 하도록 방송통신심의 위원회는 시정요구(「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1조제4호), 방송통신위원회는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 일부 불법적 사이버폭력정보(불법촬영물·딥페이크물)의 경우 피해자는 직접 플랫폼에게 삭제를 요구할 수 있고, 이를 사업자는 이행해야 해야 한다(「전기통신사업 법」 제22조의5). 또한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정보도 피해자 신청이 있다면 플랫폼이 삭제·임시 차단 조치를 취해야 한다(「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

▶ 법적 한계

첫째, 사이버폭력행위에 대해 현행법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현재 사이버폭력 유형별로 형사처벌 근거가 있지만, 교묘한 형태로 위법적 구성 요건을 피할 경우에는 처벌이 어렵다. 예를 들어 명예 훼손·모욕죄의 경우 공연성이 없거나 특정인을 지시하지 않을 경우 범죄 성립이 안 되며, 협박죄의 경우 가해행위가 실제 공포심에 이르지 못하다면 처벌이 어렵다. 특히 온라인상에 집단적 악성메시지도 개별 메세지가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지 않거나, 단발적 송신에 그친 경우에는 처벌이 어렵다. 나아가 신종 사이버폭력의 처벌에도 법적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사이버따돌림, 혐오표현을 사용한 괴롭힘의 경우 이를 특정한 형사처벌 규정은 없다. 나아가 현행법상 형사법적 처벌대상이 아닌 경우에는 불법 정보로 판단되지 않기 때문에 플랫폼을 통해 사이버 폭력정보의 삭제나 가해자제재 등도 법적으로 강제하기 어렵다.

둘째, 사이버폭력정보에 대한 대응이 방송통신 심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과 같은 공적 기관의 시정요구나 시정명령 등 사후조치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신속한 피해구제에 한계가 있다. 물론 플랫폼 자체의 법적 의무와 미이행시 제재 규정을 명시한 경우가 있으나, 이는 불법촬영물·딥페이크물 등의 성폭력정보에 국한하고 있다. 또한 인격권 침해 정보에 대한 플랫폼의 삭제·임시차단 규정의 경우도 자율규제 차원에서 도입되어 필요한 조치를 위한 절차 구축 및 미조치시 이행확보 수단에 대한 법적 근거를 두고 있지 않다.

 

● 개선 과제

첫째, 사이버폭력에 대한 법적 정의를 명확히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개별법에서 불법적인 사이버폭력 유형을 분류하고 처벌하고 있으나, 위법적 구성요건이 충족되지 못한 경우 제재가 어렵고, 새로운 형태의 사이버폭력에 대해서도 기존 법률로 대응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해외 사례를 참고하여 국내인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폭력에 대해 법적 정의 규정을 두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사이버폭력의 정의가 모호할 경우,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사이버폭력의 구성요건으로서 피해의 심각성을 명시하는 등(예: 호주), 법적 정의를 명확히 하여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사이버폭력에 대한 규제방식으로 행정규제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이버폭력에 대해 별도의 형사법을 도입할 경우, 사이버폭력의 개별 유형에 대해 이미 형사법 규정이 있어 중복적 규제가 된다는 점, 사이버폭력의 법적 모호성을 차치하더라도 형사 법적 제재는 인신을 구속하는 최후적 수단으로서 남용돼서는 안 된다는 점, 익명성에 기반한 인터넷 환경 하에서 가해자에 대한 수사도 어려움이 있다는 점, 그리고 형사미성년자에 의한 사이버폭력에 대한 대응도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형사 규제적 방식이 아닌 행정규제를 통해 사이버폭력 정보에 대응하는 방향에서 입법적 검토가 필요하다. 

셋째, 사이버폭력정보에 대한 행정규제로서 이용자보호를 위해 플랫폼의 책임 강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이버폭력정보의 유통으로부터 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해서는 플랫폼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국내법에서는 형사범죄정보를 중심으로 플랫폼은 주로 공적 기관의 시정요구나 명령을 이행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형사범죄가 아닌 사이버폭력정보에 대하여 플랫폼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내와 유사하게 공적 기관이 인터넷콘텐츠 규제권한을 갖는 호주 사례를 참고 하면, 사이버폭력 정보의 유포를 막기 위해 규제기관의 개입권한은 유지하되, 플랫폼사업자에게 피해구제를 위한 신고 절차 마련 및 적절한 조치 의무, 관련한 투명성 보고서 제출, 해외 사업자의 경우 국내법 이행을 위한 대리인 제도 활용 등의 플랫폼의 책임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동 규제의 대상으로는 국내 이용자 수가 많고, 피해 구제 시스템 구축이 용이한 플랫폼사업자를 대상으로 함이 타당해 보인다.

넷째, 사이버폭력정보에 대한 규제시 기존 공적 기관 중심의 인터넷콘텐츠 규제체계의 개선도 필요하다. 사이버폭력정보에 대해 법적 규제를 하고 있는 호주의 경우, 사이버폭력정보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인터넷 규제체계도 민관공동규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즉 금지콘텐츠의 삭제 등에 있어 공적기관이 관여는 하지만, 다른 한편 민간자율규제안인 산업 규약을 공적 기관에 등록하게 한 후, 동 규약을 참여 사업자가 준수하도록 법적으로 보장함으로써 민간의 자율적인 인터넷콘텐츠 규제를 제도화하고 있다. 반면 국내 불법·유해 인터넷콘텐츠 규제체계는 민간이 아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공적 기관을 중심으로 운영되어, 행정적 과부하에 따른 비효율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사이버폭력 외에 전반적인 인터넷 콘텐츠 규제도 이제는 공적 기관 중심의 규제체계에서 벗어나 민간 차원의 자율규제를 제도화하고, 공적 기관은 사후 관리감독을 통해 이를 보완하는 방향에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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