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한국 – 한국식 모순 경영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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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한국 – 한국식 모순 경영의 힘
  • 유건재 홍익대·경영학
  • 승인 2022.07.1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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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책, 나의 테제]

■ 나의 책, 나의 테제_ 『뜻밖의 한국: 전 세계가 놀란 한국식 모순 경영의 힘』 (유건재 지음, 21세기북스, 244쪽, 2022.05)

 

한국식 경영은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다. 보편적인 경영만 존재한다는 입장도 있고, 특정 나라만의 특징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관점도 있다. 한국 기업은 일본 기업과 미국 기업을 모방하면서 경쟁력을 만들어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한국 기업 고유의 경영 방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한국 고유의 경영방식은 존재할 수밖에 없음을 주장한다. 집단주의 속에 강한 주체성, 빨리빨리, 은근과 끈기의 공존, 개방성과 폐쇄성의 공존, 융합의 정신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들은 미래 경영 환경에서 더욱 필요한 것들이다. 

4차 산업혁명을 설명하는 특징들 중에 기술 변화의 속도와 융합, 연결은 경영 환경과 기업의 대처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기술 변화의 빠른 속도는 기업에게 다양한 모순들을 만들어 낸다. 예전에 기업은 신기술이나 제품을 만들어 내고, 소비자의 반응을 살피면서 공정을 고도화해 이윤을 창출해 냈다. 신제품을 만들어 내는 행동과 공정을 고도화하는 행동은 매우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위험에 대한 태도다. 공정을 효율화하고 고도화하는 것은 정해진 길을 빠르고 정확하게 가는 것이기 때문에 사전에 최대한 위험 요소를 제거한다. 그리고 그 과정 중에 위험을 최대한 회피한다. 하지만 신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해야만 결실이 맺어진다. 이렇듯 신제품을 만들어내면서 공정을 효율화는 행위가 동시에 그리고 복수의 제품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어야한다. 또 하나의 특징은 다양한 기술들이 융합되고 연결되면서 새로운 산업이 나타나고, 기존 산업의 구조도 지속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운송 수단이 모빌리티라는 개념으로 통합되어 가면서, 자동차 기업, 지도 서비스를 하던 기업들이 경쟁하는 상황이 그 맥락이다. 또한 이질적인 산업이 기업들 간의 합종연횡을 통해 새로운 표준이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기존에 경쟁하는 기업도 언제든 협력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것 또한 모순적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이처럼 모순이 본질적으로 존재하는 환경이다. 모순이란 함께 존재할 때 매우 불편한 두 요소가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이다. 점진적 혁신과 급진적 혁신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하고, 적군과 아군은 언제든 변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인간이나 조직은 모순의 상황에 직면하면 보통 하나를 선택하고 추구하려는 경향이 존재한다. 하지만 하나를 선택한 기업은 더 이상 미래가 없다. 모순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발전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때 그 기업은 새로운 환경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모순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재 경영학에서 모순은 부정적인 의미보다는 기업의 생존과 영속성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이고, 조직의 대처 여부에 따라 성과가 결정된다는 것이 주된 주장이다. 즉 모순은 미래의 조직에는 상수이다. 한국인은 이 모순에 매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한국인들은 선천적으로 불편한 두 존재를 안고 살아가는 존재다. 본 책에서는 한국인의 모순적 특징을 의(衣), 식(食), 주(住), 미의식(美意識)을 바탕으로 4가지로 정리했다. 1) 집단 안에서의 강한 주체성 2) 개방성과 폐쇄성의 공존 3) 은근하게 빨리빨리 4) 다양성을 받아들여 융합해내는 모순이다. 

한국은 집단주의가 강한 국가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한국인들을 집단주의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한국과 일본은 집단주의가 강화된 주체성에서 다른 특징을 보여준다. 한국인들은 집단주의가 강하면서도 주체성도 강하다. 주체성이 높은 것은 한국인의 미의식과 관계가 있다. 판소리에서 득음이라는 것은 이상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스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런 연유로 많은 계파가 존재한다. 또한 조지훈의 멋의 연구에서는 아름다움의 어원을 찾아가면 ‘내 마음에 어울린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개별성을 강조하는 미의식의 단면이다. 한국 기업들의 디자인 역량과 음악, 영화와 같은 콘텐츠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이러한 특징과 맥을 같이 한다. 한국인을 개방성과 폐쇄성 관점에서 평가를 한다면 ‘개방성이 높고 혹은 낮다’라는 전체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하지만 한 개인도 개방성이 높은 부분이 있고, 낮은 부분이 있듯이 한국인들도 개방성이 높은 부분도 있고, 낮은 부분도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보다 앞선 문화 사상을 받아들이는 데 열린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반면에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데 있어서는 개방성이 약하다. 즉 개방성과 폐쇄성이 공존한다. 

‘빨리빨리’는 가장 널리 알려진 한국인의 특징이다. 외국인이 가장 먼저 배우는 단어도 ‘빨리빨리’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인은 은근과 끈기도 가지고 있다. 경공업을 넘어 중화학 공업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를 하고 기다릴 수 있는 은근과 끈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식문화는 은근과 끈기와 잘 맞닿아 있다. 한국 음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발효 음식은 은근과 끈기 없이는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이다. 다양한 것들을 받아들여 융합해 내는 능력도 뛰어난 편이다. 다양한 속성들은 대개는 대립되는 특성들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모순적인 특성을 보인다. 한식은 이 융합의 좋은 사례다. 한식에서는 유독 재료들이 완전히 섞여진 경우도 많다. 비빔밥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모순적인 한국인의 특징들을 기업 혹은 조직 운영에서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 첫 번째 제안은 권한과 책임이 분명한 주체적 집단주의이다. 집단주의 문화는 지난 산업화 시대에 큰 공헌을 했다. 빠르게 추격해야 하는 경우 일사불란하게 정해진 방향으로 함께 움직이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별화의 시대, 창의력의 시대에서는 주체적 즉 자율의 범위를 높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주체적이기 때문에 권한과 책임을 투명하게 하면 자율은 한국 조직에서 비교적 잘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제안은 조직의 목적, 사명 등 왜(why)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을 필요하다. 예전처럼 효율성에만 집중할 수가 없다. 차별화를 위한 창의력과 혁신도 동시에 필요하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목적을 잘 이해하고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쓸 수 있어야 한다. 목적의 이해는 빨리빨리의 가치도 높여준다. 빨리빨리에만 집중하게 되면 부분적으로 최대의 효율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기업 전체의 활동과 연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 즉 부분 효율화를 달성은 하되 전체 효율화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4차 산업혁명에서 언급되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등은 빨리빨리의 기능을 빠르게 대처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 혹은 조직의 목적을 내재화하는 것은 더욱 중요해진다. 마지막 제안은 개방성의 확대이다. 한국인들이 개방성이 낮은 부분은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의 공존인데, 최근 기업 활동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인수 합병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도적, 문화적으로 높은 개방성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한국인들은 집단을 중시하면서도 개성을 잊지 않고, 열림과 닫힘이 공존하며, 빨리빨리 행동하지만 은근하고 끈기 있게 행동한다. 모순적인 한국인은 이처럼 양립하기 어려운 특성을 동시에 품고 있다. 미래의 경영 환경과 한국인의 궁합은 잘 어울린다. 한국인들의 본원적인 특성을 잘 이해하고, 미래에 중요한 특성들이 잘 발현될 수 있는 조직의 문화, 제도를 만들어간다면 한국 기업은 충분히 높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경영은 보편성을 중시한다. 하지만 보편적인 이론과 제도가 실행될 때에는 특수성 즉 실행하는 사람들의 특성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한국인에 대한 성찰과 이해는 이 특수성을 잘 발휘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유건재 홍익대·경영학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서강대학교에서 학사, 미국 퍼듀대학교에서 석사, 코넬대학교에서 조직행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된 연구 분야는 혁신과 모순이다.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모순의 원인과 대처 방법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문화와 혁신, 그리고 모순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규명함으로써 한국인의 특징이 기업 속에서 구현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 한국인에 대한 이해가 미래 한국 기업의 성공을 판가름할 중요한 단서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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