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상대국 생산자물가 1%p 오르면 국내물가 0.24%p 상승
상태바
무역상대국 생산자물가 1%p 오르면 국내물가 0.24%p 상승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2.07.17 17: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KIEP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국내 전가와 시사점'…"근원 인플레 기여도 증가 추세"
- “글로벌 인플레, 3개월 내 국내 물가에 전가”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한국의 무역상대 37개국의 생산자물가가 이번 분기에 모두 1%포인트(p)씩 상승하면 동기에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24%포인트 높아진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또한 해외 생산자물가 상승이 첫 3개월 내에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모두 반영되며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함께 우리나라에서도 기록적인 물가상승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국, 유로 지역 등 주요국에서는 전년 동월대비 8% 이상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관측되고 있으며, 에너지 및 식료품 이외에 근원 인플레이션의 기여도 역시 높아진 상황이다. 

원자재 중심의 수입가격 상승과 공산품 위주의 생산자가격 급등으로 인해 2021년 이후 모든 국내 물가지수가 오르고 있으며, 전년 동월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6월 6.05%로 집계되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13일 발간한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국내 전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으며, 주요국과 국내에서 근원 인플레이션의 기여도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근원 인플레이션은 가격 변동성이 심한 식품과 에너지 품목을 제외한 물가 상승률이며,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준다. 

KIEP는 지난해 국가별 한국과의 수입액 비중을 가중치로 해서 해외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국내 물가로 얼마나 전이되는지를 분석했다. 다만, 원화 대비 무역 상대국의 통화 가치가 미치는 영향은 통제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우리나라 무역상대국 37개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가 각각 1%p씩 높아질 경우 국내 소비자 물가에는 0.24%p의 전이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 20개국(G20) 소비자물가지수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지난해 이후 평균 약 5.3%로, 코로나19 이전 기간(2015~19년)의 2.73%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유로 지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5월 각각 8.6%, 8.1%를 기록했으며, 브라질, 러시아 등의 신흥국에서도 10% 이상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6.0% 증가해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에 대한 근원 품목과 에너지 및 식료품의 기여도는 각각 3%포인트(P), 3.05%(P)로 거의 동일하게 나타났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보고서는 “한국의 37개 무역 상대국들의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한 분기에 1% 포인트 증가할 경우 같은 분기에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24% 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해외 생산자물가 상승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에 전가되는 단기(3개월) 효과와 장기(2년) 효과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2년간 37개 무역 상대국들의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매 분기마다 1% 포인트 증가하더라도 최근 분기에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단기의 경우와 같이 0.24% 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아울러 해외 물가 상승이 국내 소비자물가에 전가되는 효과가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에 의한 효과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 대비 타국 통화 가치의 상승률이 1% 포인트 증가하는 경우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단기(3개월)에 0.04% 포인트, 장기(2년)에 0.07% 포인트 증가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중국의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1%p 상승할 때 같은 분기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07%p 올랐다. 같은 경우 미국은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0.04%p, 일본은 0.03%p 끌어올렸다. 이는 지난해 수입액 비중이 중국(30%), 미국(16%), 일본(12%) 등의 순으로 큰 결과다. 무역상대국의 PPI 상승 여파를 장기로 분석해보면 단기와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KIEP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생산자물가 상품 기준)이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효과는 첫 3개월 안에 거의 모두 반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수입 상위 9개 국가(중국, 미국, 일본, 호주, 독일, 러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가 총수입액의 80%를 차지했다"며 "이 국가들의 생산자물가 및 수출물가 동향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해외물가 상승으로 인한 국내 인플레이션 위험을 파악하는 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원자재 중심의 수입물가 상승 전가 효과가 국내 근원물가를 상승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KIEP는 "5월 기준 수입물가 상승률의 품목별 기여도는 공산품, 광산품, 농림수산품 순으로 높았으며, 수입물가 상승이 국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컸다"며 "최근 가격이 급등한 수입 광산품 품목은 국내 공업제품 가격으로 전가되는 효과가 크고 국내 근원물가 상승률에 대한 상품의 기여도가 증가하는 추세로, 이는 국내 근원물가 상승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에 에너지뿐만 아니라 근원물가의 기여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해외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경우 국내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응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