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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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국문학
  • 승인 2022.07.1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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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송우 칼럼]

김인철 전 총장이 윤 정부 초대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되었다가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결국 자진 사퇴했다. 학점 특혜, 성폭력 교수 옹호 탄원, 방석집 논문심사 등이 국민 여론의 물매를 맞았다. 이후 박순애 교수가 지명되었지만 국민들의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진 못했다. 

장관 지명 후 터진 여러 논란은 TBS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6월 10~11일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잘 드러났다. 박 후보자가 교육부 장관에 적합하다는 의견은 14.9%에 그쳤고, 부적합하다는 의견은 무려 63.9%에 달했다. 하지만 여러 논란과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은 박순애 교육부 장관 임명안을 재가하여 인사청문회 없이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하였다. 

박 장관에 대한 부정적인 논란의 내용은 논문표절 의혹, 장녀의 장학금 수령 의혹, 갑질 의혹 등 다양했지만, 과거 음주운전 이력이 특히 문제가 되었다. 박 장관은 2001년 음주운전 적발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가 0.251%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당시 면허 취소 기준인 0.1%보다 2.5배 높은 수치였다. 박 장관은 이듬해 벌금 250만 원의 선고 유예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당시 약식 기소되었으나 이에 불복하는 바람에 정식 재판이 열렸고, 동일한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당시 면허 취소 기준(0.1%)으로 따져도 2.5배에 달하는 음주운전 사건에서 선고유예 처분이 내려진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본다. 불공정한 특혜논란을 의심해볼 만한 정황이 충분한 것이다. 사건 당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음주운전 형량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형이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혈중 알코올 농도 0.2% 이상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지명된 송옥렬 교수는 지난 2014년 학생들과의 술자리에서 있었던 성희롱 발언이 문제가 되자 스스로 물러났다. 국민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아직도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는 본인의 입장을 표명하며 자진 사퇴했다. 사법, 행정, 외무고시 등 모든 고등고시를 섭렵한 놀라운 이력을 가진 송 교수의 자진 사퇴를 안타까워하는 이들도 있다. 여러 잡음으로 시끄러운 박순애 교수와 송옥렬 교수의 지난 행적만을 비교한다면, 범법적인 요소로 보나 도덕성으로 보나 자진 사퇴해야 할 사람은 송옥렬 교수가 아니고 박순애 교수여야 한다는 얘기도 일리가 있다.

장관 임명을 둘러싼 일련의 논란들은 새삼 한국사회 공직자들의 도덕적 수준을 상기시키기에 충분하다. 이런 일들이 생길 때면 공직자 혹은 지도자에 대해 국민들이 요청하는 도덕적 수준과 염결성은 갈수록 높아 가는데 거기에 부응할 만한 지도자는 점점 찾기 어려운 현실을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그런데 문제는 국민의 높아진 기대수준에 부합하는 공직자의 부재를 탓하기보다 제대로 된 인재들을 검증하고 발굴하는 시스템을 점검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역대 어느 정권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국민이 기대하는 공직자가 없어서라기보다는 역량을 갖춘 이들은 대개 권력을 가진 이들의 가시권 내에 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나라 경영에 적합한 사람을 찾는 방식이 ‘서울에서 김 서방 찾는’ 모양새가 되어버린 것이다.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패거리 문화와 그를 뒷받침하는 학연과 지연, 특히 선거를 함께 치룬 ‘자기편’들을 벗어나는 인사를 상상하지 못한다. 이번 장관 인사에서 문제가 되었던 박순애 교수 역시 도덕성 검증과 별개로 국가정책의 수행자로서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장관임명 과정에서 보여준 임명권자의 아집과 독선, 그리고 자기편 챙기기는 국민들의 상식과는 너무나 멀리 비껴나 있다. 

주지하다시피 교육부 장관은 단순히 행정 능력만을 기준으로 지명되어야 하는 직책이 아니다. 물론 교육행정의 수반이 갖춰야 할 행정능력도 중요한 판단근거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교육의 궁극적 지향점이 사람다운 사람을 키우고, 행복하고 건강한 미래 사회를 지속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부서 특성에 합당한 인재가 선택되어야 한다. 교육이 더 이상 백년대계일 수 없는 상황에서 교육부를 이끌어갈 수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읽어내는 소양과 관료로서의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공교육이 처해있는 난맥상이 단지 교육부 장관 1인의 정책적 제언으로 해소될 수는 없겠지만 교육부 수장으로서 시행하는 정책과 제도적 정비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되는 이는 어떤 공직자보다 남다른 도덕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박 교수는 이력만으로 본다면 여성 최초 기획재정부 공기업·준정부기관경영평가단장을 지냈고,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인사혁신추진위원회, 지방자치발전위원회 민간위원 등으로도 활동한 행정력을 갖춘 이일 것이다. 그러나 장관 지명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들만 놓고 본다면 그가 과연 교육부 수장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 장관에게 국민들이 기대하는 바는 행정력으로 통칭되는 직무능력 못지 않게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수준에서의 상식적인 도덕성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음주운전을 품위유지 의무 위반의 주요 항목으로 보고, 혈중 알코올 농도가 0.2% 이상인 경우 해임, 정직, 징계를 내리도록 하고 있다. 또한 올해 1월부터는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어 징계를 받으면 교장 임용제청에서도 배제된다. 박 장관의 경우는 문제가 된 음주운전 이력이 2001년이기에 이에 해당되진 않는다. 그러나 과거에 면허 취소 기준을 훌쩍 넘긴 음주운전 이력이 있고, 심지어 선고유예 특혜 논란까지 있었던 자가 그 조직 구성원의 음주운전을 징계하게 된다는 점은 교육계와 일반 국민들의 상식으로는 수용하기가 힘들다.

박 장관에 대한 도덕성 논란은 비단 음주운전 이력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과거 2000년, 2001년 각각 연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학술지와 한국도시행정학회 학술지에 실은 2편의 논문도 문제가 되었다. 확인된 부분만 보더라도, 맨 앞 다섯 글자를 빼고는 똑같은 제목이고, 내용도 다섯 문장만 제외하면 똑같을 뿐만 아니라 출처 표시도 되어 있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사실상 교육부 연구윤리 지침상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한다. 또한 2002년 2월 박 장관은 연구원 이 모 씨와 함께 작성한 보고서를 4번이나 활용하면서, 논문으로 실을 땐 본인의 이름만 기재했다는 내용의 언론 발표도 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일부 언론에서 지적한 논문이 작성된 2001~2002년도에는 중복게재 개념조차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은 시기였다”면서 “현재 기준으로도 부당한 중복게재로 볼 수 없는 사안이다”, “교육부 훈령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은 2007년 제정됐고, 특히 부당한 중복게재는 2015년에 연구부정행위로 규정됐기 때문에, 그 이전 논문에 대해서는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라는 주장을 했다. 그러나 이 해명 또한 당시 연세사회과학연구 학술지에는 '다른 곳에 게재되지 않은 것이어야 한다'는 지침이 있었고, 한국도시행정학회에도 '미발표된 것'이라는 규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한마디로 그는 연구자로서의 도덕성도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주취범죄 처벌 현실화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것은 사실상 예비 살인"이라는 공언을 한 바 있다.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은 고조되고 있는데 임명권자는 자신의 입으로 내뱉은 말들을 스스로 거두어들인 꼴이 된 것이다. 임명권자나 피임명권자나 오십보백보의 도덕성인 셈이다. 국민의 상식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도덕성 논란이 된 자가 교육의 미래를 책임질 교육부 수장이 되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쉼 없이 지켜봐야 할 시간이다.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국문학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로 부산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분에 「윤동주 시에 나타난 자기의 문제」로 당선, 평단에 나왔다. 평론집 『전환기의 삶과 비평』, 『다원적 세상보기』, 『생명과 정신의 시학』, 『대화적 비평론의 모색』, 『비평의 자리 만들기』, 『이것저것 그리고 군더더기』 등이 있다. 부산작가회의 회장,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인본사회연구소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2019 부산시 문화상 문학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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