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회적 자유주의의 한국적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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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회적 자유주의의 한국적 시도
  • 오근창 성균관대 선임연구원·철학
  • 승인 2022.07.10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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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_ 『새로운 사회적 자유주의: 한국 사회, 미래 정치의 길을 묻다』 (문성훈 지음, 사월의책, 596쪽, 2022.04)

 

『새로운 사회적 자유주의』에서 문성훈 교수(이하 저자)는 자신의 새로운 사회적 자유주의를 통해 대한민국 사회 체제의 재구성을 야심차게 제안한다. 이 점에서 예비적 고찰을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관한 담론 및 이에 대한 대안적 정치이념으로 시작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공정이 오로지 경쟁에서의 공정만을 의미하는 오늘날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정치, 경제, 문화를 포괄하는 사회 전 영역의 협력적 재구조화라는 것이 저자의 주된 주장이다.

저자는 1부에서 푸코를 원용해 자유주의의 역사적 등장을 추적하는 한편, 홉스, 로크, 스미스로 이어지는 고전적 자유주의의 자유 개념을 분석하고 그 한계(경제적 불평등과 같은 자본주의의 모순, 고립 등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 등)를 지적한다. 2부에서는 저자가 구상하는 사회적 자유 개념이 더욱 구체적으로 분석되는데, 이는 이 책에서 아마도 철학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장으로 간주될 수 있을 것이다. 루소와 마이클 토마셀로 같은 이들의 사회성 탐구로 시작하여, 그린이나 홉하우스 등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고전적인 사회적 자유주의를 탐구한 후 저자는 자신의 새로운 사회적 자유주의를 제시한다. 6장은 이 점에서 2부 중 가장 핵심적인 장이라 할 수 있을텐데, 상호주관성의 패러다임을 정초한 하버마스의 비판사회이론에서 출발하여 인정 투쟁 및 사회적 자유 개념을 제시하는 호네트의 사회이론이 이곳에서 비로소 상세하게 해명되기 때문이다. 3부는 고전적 자유주의의 경쟁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협력적 자아실현을 위한 새로운 사회적 자유주의를 이루는 세 가지 구성요소, 협력적 민주주의 모델, 사회적 경제, 유기체주의적인 사회를 제시한다.   

저자는 책 전체에서 일관적으로 고전적 자유주의의 원자론적인 세계관과 그 위험을 비판하고 인간이 지닌 사회성과 상호의존성을 강조한다. 저자의 새로운 사회적 자유주의는 호네트의 『자유의 권리들』에서 제시된 사회적 자유 개념에 크게 의지하는데, 여기서 관건은 ‘사회적’인 것뿐만 아니라 ‘자유’에도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결국 적절한 사회적 제도들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 실현을 위한 조건으로서 의의를 갖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고전적 자유주의의 성취는 단순히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적 자유주의에서 비판적으로 종합되는 것이어야 한다. 예컨대, 이러한 이유로 몇몇 독자들은 저자와 롤즈와 같은 정치적 자유주의 사이의 거리가 과연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할 것이다(실제로 8장 2절에서 저자가 호네트의 이론과 롤즈 및 왈저 이론과의 양립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하기에 이런 의문은 더욱 강화된다). 

단순히 이미 마련된 서구의 이론을 한국 사회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 적절한 사회 이론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저자의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서평자 역시 저자의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 호네트나 롤즈가 속한 서구 사회와 다른 한국 사회의 특징에 대한 경험적 사회과학을 통한 탐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평자도 저자의 새로운 사회적 자유주의가 충분히 보편적이어서 협력적 사회를 지향하는 모든 사회의 이상으로 제시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갑질이나 권위주의 등 과도한 상호의존과 공동체주의에서 기인한 사회병리가 한국 사회의 특징 중 하나라면, 새로운 사회적 자유주의로 가는 여정은 ‘사회성’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 결여된 개인과 자유의 가치를 더욱 강조하는 일에서 출발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 경우 호네트의 사회적 자유 개념과 저자의 새로운 사회적 자유주의는 그 목적지는 비슷할지 모르나 구체적인 경로는 상당히 다른 것이 될 것이다. 이처럼 특수한 사회적 맥락에 맞게 사회성과 자유를 조화시키려는 시도는 한국 사회에서 저자의 새로운 사회적 자유주의에 공감하고 이를 실천하려는 이들에게 하나의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사회적 자유주의를 통해 협력적인 상호 관계를 촉진하려는 저자의 문제제기는 지극히 시의적절하고 의미있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근현대의 주요 사회이론을 포괄적인 시야에서 종합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또한 교육적이다. 한국 사회에 적합한 새로운 정의론에 관심있는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 


오근창 성균관대 선임연구원·철학

성균관대 선임연구원이자 서울대학교 강사.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 취득. 이후 미국 퍼듀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 취득. 주요 연구 관심사는 사회정치철학, 윤리학, 대륙철학. 「인종(주의)에 대한 사회구성주의적 설명」, 「일반의지의 두 조건은 상충하는가?」 등의 논문을 썼고 역서로는 『급진적 무신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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