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학부교육의 위기, 극복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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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학부교육의 위기, 극복 가능한가!
  • 전용배 단국대·스포츠경영학
  • 승인 2022.07.1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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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쿠스]

장면 하나, 1980년대 중반 어느 여름, 유난히도 더운 대구. 고3 방학을 학교에서 자율학습이란 미명하에 보냈다. ㄱ자 형태의 교정은 ‘감옥’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친구들과는 좋은 추억이 있었지만 그 외에는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장소이다. 이듬해 3월 지역의 사립대학에 진학했는데, ‘천국’이 따로 없었다. 자유와 더불어 학교의 시설과 건물이 고등학교와는 차원이 달랐다. 굳이 교수님에게 무엇을 배우지 않더라도 그 분위기만으로도 배움이 차고 넘쳤다. 도서관에는 수십만 권의 장서가 비치되어 있었다. 대학은 중등학교와는 차원이 다른 ‘위용’이 있었다.

장면 둘, 2022년 7월 어느 날. 연구실과 붙어있는 체육관이 쩌렁쩌렁해야 하는데 며칠 유난히 조용하다. 이상하다 싶어 알아보니, 남녀 농구팀이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체육관에서 도저히 훈련을 할 수 없어 인근 고등학교 체육관에서 눈치 보며 훈련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올림픽 금메달 11개, 한때 최고수준의 체육관과 더불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운동부를 육성하며, 나름 역사 속에서 ‘스포츠 명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현실 앞에서는 초라해진다. 

신입생들과 상담해 보면 오늘날 대학진학자들은 대학에 대한 환상이나 기대감이 거의 없다. 일단 시설에서 중등학교보다 ‘후지다’고 생각한다. 강의실은 말할 것도 없고, 체육관, 실험실 등 어느 것 하나 중등학교보다 나은 것이 없는데 무슨 기대감이 있겠는가.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나. 결국은 대학재정이 문제다. 2018년까지만 하더라도 초·중등학교의 1인당 교육재정교부금은 920만 원 수준이었으나, 2022년 현재 학생 1인당 교부금은 1,528만 원으로 4년 만에 66% 증가가 예상된다. 교육의 질이 투입되는 교육비와 직결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국내 초중고 학생의 경우 거의 국립대학 수준의 교육비가 개인에게 투입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학생 수가 급감하고 있기에 이대로 가면 매년 역대 최대 1인당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렇다면 대학은? 특히 사립대학은 어떤 상황인가! 지난 14년간 등록금 인상억제와 더불어 고등교육재정 확보에 실패한 후유증으로 중등학교보다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새로 채용하는 교수는 저임금의 비정년으로 채우고 있고, 학부수업의 질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전공마다 편차가 있기에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내 전공(스포츠경영학)의 경우 강의실에서 하는 수업은 학부교육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학부교육의 핵심은 비교과 활동인데 상상을 초월하는 시간과 헌신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러한 교육영역은 교수평가에서 거의 반영되지 않기에 연구중심대학이나 교육중심대학 모두에서 제대로 된 학부교육은 교수들로부터 외면 받을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나 독일처럼 대학교육을 국가가 책임져주면 고맙겠지만 우리 현실은 과거 출발부터 대학교육을 사립대학에 의존했기에 오늘날 상황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 상상을 초월하는 등록금에도 미국 학부모가 사립대학을 선호하는 이유는 결국 학부교육의 질 때문이다. 학부교육 질 담보의 핵심은 교수 대 학생 비율인데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해서는 1대10 정도가 되어야 하는데 국내 대학의 경우 언감생심이다. 우리나라 학부교육은 고교생의 대학진학률을 고려하면, 이제 전문인 양성의 교육은 아니다. 학문에 대한 탐구와 이해는 박사과정쯤 되어야 가능하다. 학부교육은 온전히 학생 성장에 무게 중심을 두고 뒷받침 역할이 중요한데 이것도 결국은 일정부분 재원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학부교육 질 제고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가장 이상적인 경우는 대학생 1인당 교육비를 초중등학생 1인당 교육비 수준으로 상향해서 OECD 평균 수준만이라도 유지하는 것이다. 이것이 당장 어렵다면 등록금 자율화도 일정 부분 필요하다. 지난 14년간 누적된 등록금 동결은 극심한 대학 학부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졌음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또한 교육중심대학을 표방하는 경우 과감하게 교수평가에서 교육 영역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 대학도 교육중심대학의 경우 연구영역은 최소한의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 교원 역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대학 스스로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하며 온전히 각 대학의 몫이다. 수업 강의평가가 좋다고 스스로 만족한 적이 있는가? 그건 말 그대로 강의평가이지 대학 학부교육과는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 학부교육의 질은 학생들이 졸업 이후 학교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이 관련분야 업무와 삶에서 의미 있었다는 평가에 의해 좌우된다. 대학 졸업장의 실제 ‘값어치’가 급격히 하락하는 시대에 학부교육의 질 제고는 대학과 교육자 양심의 영역을 넘어 이젠 직업윤리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용배 단국대·스포츠경영학

단국대학교 스포츠경영학과 교수. 현재 스포츠과학대 학장 및 체육위원장, 한국스포츠산업경영학회 회장, 국민체육진흥공단 기금평가위원,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이슈페이퍼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대학교육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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